[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속 빈 강정’ 한국야구,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김인식 감독이 되짚어 본 WBC, “선수가 달랐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6.03.31 11: 38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 야구의 위상과 현주소를 엄밀하게 평가해볼 수 있는 무대였다. 야구 강국에 현저히 뒤처져 있는 경기력은 그 한계를 절감케 했다. 반면 젊은 타자들의 성장 가능성을 감지한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었다. 어쨌든 그동안 안방 잔치에 도취 돼 있었다는 뒤늦은 자각이 한국 야구의 낯을 붉히게 만들었던 터였다.
사실 한국 대표팀이 애초에 예선부터 그같이 고전하리라는 예상을 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무려 17년 만에’ 8강 문턱에 올라섰을 때, 오죽했으면 감동의 눈물을 흘린 야구인도 있었다. 그 마음이 충분히 집혀 뭉클한 측면이 있긴 했으나 한편으론 좀 민망한 장면이기도 했다. 예선 통과만으로도 그렇게 감격에 겨워할 줄이야.
2026년 KBO 리그가 막을 열었다. 야구팬의 식지 않은 열기는 여전해 개막 2연전(3월 28, 29일)이 하나같이 만원을 이루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영 개운치 않다. 이틀간 10경기를 치르면서 무려 116개의 사사구(볼넷 103+몸에 맞는 공 13)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이는 경기당 12개꼴로, 최근 3년간의 KBO 리그 전체 통계(2025년 8.23, 2024년 8.4, 2022년 8.1개)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초창기 WBC에서 대표팀을 진두지휘했던 김인식(79) 전 감독이 이번 WBC 대회를 지켜보면서 쌓아둔 쓴소리를 최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훈수꾼’의 시각이라는 전제를 달고.
알다시피 김인식 전 감독은 2006년 제1회 대회와 2009년 제2회 대회 때 4강 진출과 준우승이라는 혁혁한 전과를 일궈냈다. 2006년에는 대진이 이상하긴 했으나 한국은 숙적 일본을 두 번이나 꺾었고, 2009년엔 일본과 결승에서 맞붙었다. 그런 영광을 뒤로하고 한국은 번번이 예선 탈락했다. 무엇이 ‘그때와 지금’의 차이를 만든 것일까. 그의 냉정한 복기를 통해 정리해 보자.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투수진 운영 미숙, 허술한 수비, 세계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로 한 타격의 무기력 등 지적받아 마땅한 일은 여러 가지였다. 올해 KBO 리그가 막을 연 시점에서 덕담을 건네야 좋겠지만, 차제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한국프로야구의 ‘취약점’을 무엇인가. 초기 WBC 때와 무엇이 다른가.
“서로 어려운 건 마찬가지인데, 그땐 선수가 좋았고 코칭스태프도 좋았다. 1회 때는 박찬호나 김병현 서재응, 신인 때였지만 오승환 같은 좋은 투수들과 이승엽, 이종범이 있었다. 또 2회 때는 추신수, 김태균, 이대호가 있었다. 사실 류현진이나 김광현은 WBC에서는 경험이 없을 때여서 대표팀에서 활약한 게 별로 없었다, ‘프리미엄 12’에서는 수준이 얕으니까 던질 수 있었는데, 지금 선수들은 전반적인 수준이 못 미친다. 이번 우리 투수들이 박찬호나 이런 선수와는 역시 수준 차이가 있고, 타자들도 이종범 이승엽과는 거리가 있다. 김도영이나 문보경도 아시아 존에서는 치지만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로는 못 친다는 게 드러났다. 그만큼 수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일본전은 못내 아쉬웠다.
“코칭스태프 문제가 혹시 있었던 것 아닌가. 일본전은 질 게임 아니었다. 왜냐면 그런 게임에서는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잘 기용해야 한다. 그런데 더 던져야 할 투수는 빨리 빼버리고, 빨리 바꿔야 할 투수는 더 던지게 하고.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 타임이 아쉬웠다. 고우석이나 이런 투수를 더 썼으면 어땠을까. 본선에 갈 때는 털어낼 투수는 털어내고 몇 명만 가지고라도 해야 된다.”
-본선(8강전)에서는 수준 차이가 확 났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선수들은 최상급이다. 본선은 수준이 한층 더 높은 선수들 만나는 것이니만큼 거기에 대응할 만한 선수, 대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얘기도 간혹 들렸다. 뭐 ‘1, 2회 때는 다른 나라들이 별 준비 없이 천천히 준비했다.’는 식으로. 분석을 참 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때는 우리 선수들이 괜찮은 선수들이었다.”
-수비나 주루 문제도 입방아에 올랐다. 포수 리드도 문제로 꼽은 이들도 있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미니카와의 8강전에선 김주원, 김혜성, 박동원의 수비력이나 예선 대만전의 주루 실수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김주원의 부정확한 송구나 주루 실수, 박동원의 홈 태그 실패, 김혜성의 느린 송구로 인한 더블플레이 실패 따위가 결국 콜드게임패의 한 가지 원인이었다는.
“이번에 ‘김혜성 사건(마이너리그 강등)’을 놓고 우리 언론은 ‘4할을 친 타자를 내리다니, 로버트 다저스 감독이 이렇게 할 수 있느냐, 판단을 잘못했다’는 둥 그를 질타했는데, 그 건 분석을 잘 못 한 것이다. 감독은 다르다. 그 정도 감독이면 깊은 생각이 있다. 내 추측은 (김혜성이) 마이너리그급 선수들을 상대한 것이 아닌가. 4할을 쳤다, 어쨌다 하더라도 ‘어느 투수의, 어떤 종류의 공을 쳤는지’ 감독은 벌써 분석을 다했을 것이다. 감독이 왜 1할 타자를 올렸는가 다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8강전은) 김혜성이 더블플레이를 놓쳐서 그걸로 인해서 결정적으로 경기를 망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가 볼 때는 (김혜성의) 어깨가 약한 것이다. 볼이 늦게 가는 바람에 발이 빨랐다고 할 밖에.
또 한 가지. (예선 대만전 때) 연장 10회 말 1사 3루에서 김혜성 타구(2루 땅볼) 때 김주원이 홈으로 뛰어들다가 아웃 됐는데, 그거는 요행수를 바란 것이다. 인조잔디에서 더군다나 앞에 나와서 수비하는데 내야 땅볼 때 아무리 번개 같아도 잘못 던지지 않는 이상 홈에서 살 수 없다. 그런 것은 우리 코칭스태프가 잘못한 것이다. 평소 훈련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주의를 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 투수가 약하면 벤치에서 사인이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콜로라도처럼 약한 팀은 벤치에서 사인을 낸다.”
-좀 한심스러운 질문, 우리 투수들은 왜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못 던지는가.
“(KBO 리그가) ABS 존을 만든 것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합당한 스트라이크 존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심지어 어 이상한데, 하면서 보면, 바닥으로 들어오는 것도 스트라이크로 잡힌다. 도미니카와 미국전에서 후안 소토가 삼진을 당하는 장면을 보면, (스트라이크를)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그걸 가지고 난리쳤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것보다 더한 것도 다 스트라이크다. 이걸 고쳐야 한다. 미국도 ABS를 하지만, 우리와는 다르다. 고집을 부릴 게 아니라 우리가 그걸 보고 배워야 한다.
류지현 감독이 ‘우리 투수들이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볼이 평소보다 느려진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아니, 그러면 연습을 얼마만큼 했는데 그런 말을 하나. 그건 감독이 할 말이 아니다. 훈수꾼으로 쉽게 얘기하는데, 안 해야겠다면서도 자꾸 하게 된다.(웃음) 그런 문제는 코칭스태프가 대표팀에서 훈련을 시켰어야 한다.”
-리그 개막이 겨우 이틀 지났는데 벌써 ‘볼 질’이 심하다.
“투수들의 소질은 50% 이상 타고난다고 본다. 그 후에 훈련이나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게 플러스다. 선동렬이나 최동원이 누구한테 배워서(그렇게 잘 던졌나가). 내 나름대로 투수들을 가르친다 자부하지만, 실제로 내가 해태 투수코치로서 4년간 가르친 게 별로 없었다. 오히려 배웠다. 아, 이렇게 던지는 투수가 있구나 하고. 문희수 같은 경우 볼 빼는 빵점이다. 당시에 ‘만지냐 마느냐(고쳐주느냐 마느냐)’로 고심했는데, 그냥 놔뒀는데 되더라. 그만의 소질을 고쳤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미지수다.”
-고쳐주느냐, 마느냐는 쉬운 판단이 아니겠다.
“(해태 시절) 내가 오히려 좋은 투수들 만나서 배웠다. 그 후에 딴 팀에 가서 많은 도움이 됐다. 여러 종류의 선수들이 있었다. 김정수는 팔을 휘두르는 게 교과서나 일반 투수들과 달랐다. 너무 빨리 넘어와 타자들이 현혹되기 쉬웠다. 선동렬은 비행기가 착륙하듯이 쫘악 뻗어서 앞으로 끌고 나온다. 이강철은 또 다르게 완전히 크로스로 오른쪽 타자 뒤에서 쑥 나온다. 그런 거 저런 거 생각해보면, 요즘에 내가 야구 실력이 늘었다. 일간스포츠 해설을 14년 만에 지난해 끝냈다. 해설하는 동안 국내 야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도 보게 돼 자꾸 생각하니까 조금 늘더라고.(웃음)”
-후배 지도자들한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많이 생각하라. 감독이나 코치, 특히 감독들은 나름대로 자기 야구 철학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 가서 무얼 배우겠다’, 그거는 바보 같은 짓이다. 차라리 심리학을 배워라, 사람과의 대화 심리를 배우라고 말해주겠다. 3, 40년 야구를 했다면 치고 던지는 것은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감독은 배우는 게 없다. 누가 가르쳐주는가.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자기가 제아무리 야구를 잘했으면 뭐하나. 이승엽이 일단 실패한 것은 사람을 못 다뤘기 때문이다. 공부하러 갈 바에는 심리적인 공부를 권하고 싶다. 그 건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내 얘기가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지만 요새 그런 생각이 든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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