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극장가의 키워드는 단연 ‘브로맨스’였다. 감동 사극과 첩보 액션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두 작품, 영화 ‘휴민트’와 ‘왕과 사는 남자’가 남성 캐릭터 간 관계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먼저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휴민트’는 첩보 액션의 외피 안에 인물 간 관계를 촘촘히 녹여낸 점이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조인성과 박정민이 각각 연기한 인물은 극 중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채 대립하는 관계로 출발하지만, 사건이 전개될수록 ‘사람을 구한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협력하게 된다.
특히 차갑고 이성적인 조인성과, 뜨겁고 감정적인 박정민의 상반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액션 시퀀스와 맞물려 묘한 시너지를 형성한다. 서로 다른 이념이 충돌하는 순간부터 협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두 인물의 관계는 단순한 동료애를 넘어선 감정선을 만들어내며, 총기 액션과 맨몸 격투, 추격 장면 등 장르적 쾌감과 함께 드라마적 몰입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평가다.


이처럼 인물 간 감정의 교차를 중심에 둔 서사는 명절 시즌 관객층에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실제 ‘휴민트’는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누적 관객 수를 빠르게 끌어올렸고, 개봉 초반 대비 입소문을 바탕으로 한 관객 유지력이 눈에 띈다는 점에서 장기 흥행 가능성 역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왕과 사는 남자’ 역시 또 다른 결의 브로맨스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유해진과 박지훈이 연기한 촌장 엄흥도와 어린 선왕 단종의 관계는 극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극 중 두 사람은 군신 관계이자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위치에 놓이지만, 서사가 진행될수록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감정선을 쌓아간다. 웃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귀결되는 구조 속에서 유해진의 생활감 있는 연기와 박지훈의 섬세한 표현력이 맞물리며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층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왕과 사는 남자’는 설 연휴 기간 2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개봉 15일 만에 누적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로맨스' 케미를 통해 설 연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침체된 시장에 모처럼 온기를 더한 '휴민트'와 '왕과 사는 남자'. 당분간 예정된 텐트폴 영화(수백억 제작비를 투입한 대규모 작품) 개봉이 없는 가운데, 두 작품 모두 명절 이후 장기 흥행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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