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비극이었지만, 선택에는 후회가 없었다. ‘스키의 전설’ 린지 본이 올림픽 마지막 무대를 돌아보며 담담한 소회를 전했다.
본은 10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내 올림픽의 꿈은 내가 상상했던 방식으로 끝나지 않았다”며 “전략적인 라인과 재앙 같은 부상의 차이는 불과 5인치(약 12.7cm)에 불과했다”고 적었다.
단 몇 센티미터가 모든 것을 갈랐다는 고백이었다.

미국 스키 역사에서 본의 이름은 상징에 가깝다. 2019년 은퇴 당시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이룬 선수였다. 그러나 무릎에 티타늄 인공 관절을 이식받은 뒤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통증 없는 일상을 되찾은 뒤 본은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고 동시에 2024년 복귀를 선택했고, 42세의 나이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섰다.
하지만 마지막 무대는 가혹했다. 본은 8일(한국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활강 경기 도중 크게 넘어졌다.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던 본은 두 번째 곡선 구간에서 기문에 걸렸고, 설원 위를 여러 차례 구르며 쓰러졌다. 곧바로 닥터 헬기가 투입됐고, 본은 들것에 실려 코스를 떠났다.
사고 순간에 대해 그는 비교적 차분하게 설명했다. “내 라인보다 5인치 정도 안쪽으로 너무 붙어 들어갔다. 그 순간 오른팔이 기문 안쪽에 걸렸고, 몸이 뒤틀리며 충돌로 이어졌다”고 베테랑다운 분석을 내렸다. 그는 이어 “전방 십자인대 등 과거 부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진단 결과는 복합 정강이뼈 골절. 추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본은 “현재 상태는 안정적”이라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결과보다 과정에 머물렀다.
본은 “내가 꿈꿨던 방식으로 끝나지 않았고, 극심한 육체적 고통이 따랐지만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발선에 섰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 믿을 수 없는 감정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두려움보다 설렘이 컸던 찰나였다.
본은 자신의 도전을 인생에 비유했다. 그는 “스키 레이싱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생에서 위험을 감수한다. 우리는 꿈꾸고, 사랑하고, 뛰어오른다. 그리고 때로는 넘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음이 부서지고,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꿈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론은 명확했다. 본은 “그것 또한 삶의 아름다움이다. 우리는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나는 시도했고, 꿈꿨고, 뛰어올랐다"고 자신의 은퇴를 받아들였다.
메달보다 강렬한 한 문장이었다. 린지 본의 라스트댄스는 그렇게 끝났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도전 자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