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 돌아온 조규성은 그라운드 위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먼저 느꼈다. 선수로서 체감한 한국 축구의 열기는 예년과 달랐다. 관중석의 온도가 내려가 있었다.
조규성은 1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근 대표팀 복귀 소감을 전하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11월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오랜만에 A매치를 뛰었는데 놀란 점이 있었다”며 “서울에서 A매치를 하면 늘 6만 관중이 가득 찼는데, 이번에는 3만 명 정도만 오신 걸 보고 한국 축구 인기가 확실히 식은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체감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는 오랜 기간 대표팀 경기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월드클래스로 활약한 손흥민을 중심으로, 이강인과 김민재 등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을 구성하며 A매치는 늘 축제에 가까웠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2023 아시안컵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관심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달라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홍명보 감독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표팀은 거센 논란 속에 놓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과 평가전에서 홍 감독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홈 팬들의 야유가 이어졌다.


토트넘의 연속 방한과 각종 대형 이벤트가 겹친 일정도 관중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됐지만, 대표팀을 향한 관심 자체가 예년만 못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는 2만 2206명만이 입장했고, 올해 마지막 A매치였던 가나전 역시 3만 3256명에 그쳤다. 6만 6000명을 수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3만 명을 채우지 못한 것은 2015년 자메이카전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었다.
이 변화를 조규성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꼈다. 그는 고통스러운 합병증과 긴 재활을 거쳐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에 선 순간, 관중석의 풍경은 그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조규성은 “우리가 잘해야 한다. 첫 번째 단추는 선수가 꿰어야 한다”며 “대표팀 선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떨어진 열기를 되살리는 책임이 선수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 발언이었다.
그는 현재 소속팀 미트윌란에서 점차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덴마크 리그에서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고 있고, 최근에는 유럽대항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1년 8개월 만에 치른 볼리비아전에서는 통쾌한 골을 터뜨리며 홈 관중 앞에서 포효했다.


관중석의 빈자리를 가장 먼저 느낀 선수의 고백은 한국 축구가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규성의 말처럼, 다시 열기를 되살릴 출발점은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