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5.03.03 09: 00

“왜 스페인 인가?”
‘2025 기아 EV 데이’ 개최 장소가 왜 스페인하고도 타라고나 이어야 했는가는 현장으로 향하는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나오던 궁금증이었다. 타라고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지중해 해안길을 따라 서쪽으로 100km를 달리면 나오는 유서 깊은 도시다. 로마 원형극장과 대성당, 로마 수도교 같은 중세 유적지가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런데 두 번째 열리는 ‘기아 EV 데이’가 오로지 로마 유적지를 찾아 간 것은 아닐터다.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스페인의 전기차 시장 때문이다. 기아는 2024년 스페인 전기차 시장에서 총 2,645대를 판매(소매 기준)했다. 전년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성장세는 실적보다 더 가파르다. 2017년 90대를 판매한 이후 7년 연속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송호성 사장이 스페인을 ‘2025 기아 EV 데이’로 선택한 이유와 직결된다. 
스페인 현지시간 2월 24일, 타라고나의 타라코 아레나(Tarraco Arena)에서 열린 ‘2025 기아 EV 데이’에서 송호성 사장은 “유럽은 중국을 제외하고 전기차에서 앞서가는 지역이다. 유럽 고객은 환경 측면에서 관심이 높아서 앞으로도 전동화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일 것이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단계로 볼 때 지금이야말로 ’볼륨 모델’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송 사장은 판단했다.
송 사장은 “기아는 우선 EV9과 EV6 같은 탑 세그먼트 모델들을 먼저 출시했다. ‘얼리 어답터’들에게 어필하는 모델들이다. 이제는 얼리 머조리티(Early Majority)들을 시장에 끌어들어야 할 시기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지닌 볼륨 모델이 시장에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리 머조리티를 이끌 전동화 모델이 EV3이고 장차 공급될 EV4와 EV2가 그 흐름에 기름을 붓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EV2는 유럽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볼륨 모델이 될 것이라고 송호성 사장은 확신했다. 
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기아는 2014년 쏘울 EV를 출시하며 스페인 전기차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2019년 니로EV, 2021년 EV6, 2023년 EV9, 2024년 EV3를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전기차 시장 진출 첫해에는 쏘울EV 2대에 그쳤지만 2017년 90대를 판매한 뒤 2018년 102대, 2019년 379대, 2020년 875대를 판매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그 해 출시한 EV6를 1085대 판매하며 처음으로 연간 2000대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2022년 2213대, 2023년 2620대를 판매하는 등 상승흐름을 유지했고, 지난해에는 EV3가 큰 인기를 얻으며 역대 최고 연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바로 2025년의 유럽, 특히 스페인은 송호성 사장이 주목한 정확한 그 시점이다. ‘볼륨 모델’ 투입으로 주마가편을 해야하는 적기라고 판단했다. 
기아는 ‘2025 기아 EV 데이’를 찾은 한국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바르셀로나 딜러점을 르포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바르셀로나 테라사 지역에 있는 딜러점, ‘기아 인테그랄 카(KIA INTEGRAL CAR)’는 1910평방미터(약 580평)의 대형 규모를 자랑했다. 신차 판매장은 물론이고 정비 서비스센터와 인증중고차 판매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인근에는 현대차 딜러점, BMW/MINI 딜러점, 르노 딜러점이 몰려 있어 수입차 거리가 형성돼 있었다. 
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기아 인테그랄 딜러점은 한 달에 인증 중고차 20대 가량, 신차 70대 가량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량의 70%는 스포티지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구스티 가르시아 살라(Agusti Garcia Sala) 기아 인테그랄 딜러점 사장은 스페인 현지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차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최근 몇 년 간 한국차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아졌다. 디자인을 비롯해 차량 퀄리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국차라는 이미지 보다는 현대차나 기아 차량이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런티를 7년 이상 해주면서 믿음을 전략으로 하는 다양한 혜택들 덕분에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믿음’이라는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테니스 영웅 라파엘 나달이다. 
기아는 20년 가까이 나달과 홍보대사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양자의 관계가 단순한 계약관계를 뛰어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기아는 나달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 16세 되던 해인 2004년부터 그를 후원하고 있다. 당시 나달은 50위권 안에 있는 유망주였지만 기아는 리스크를 안고 후원을 결정했다. 2004년 부상 당해 은퇴를 고려했을 당시에도 기아는 그를 홀로 두지 않고 10년 장기 계약을 했다. 
나달도 기아의 믿음에 성적과 ‘의리’로 화답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새로운 후원을 제안했을 때도 나달이 “기아랑 먼저 얘기하겠다”고 한 일화는 스페인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미담이 돼 있다. 요즘에도 나달은 외출을 할 때면 EV9을 주로 탄다고 한다. 
이 같은 기아와 나달의 동행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믿음’이라는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더구나 나달의 집안이 스페인에서 존경받는 가문이라는 점도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FC 바르셀로나 주장을 지낸 나달의 삼촌, 미겔 앙헬 나달도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스포츠 스타다. 나달 가문은 이래저래 기아가 스페인에서 자리잡는데 큰 몫을 했다. 
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스페인 자동차 시장은 철저히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아구스티 가르시아 살라 기아 인테그랄 딜러점 사장은 중국 전기차를 보는 시각을 묻는 질문에 “유럽은 국가주의가 없기 때문에 이 차가 중국차인 지 유럽차인 지 생각하지 않는다. 자동차를 살 때는 제품력과 가격경쟁력으로 접근하는 성향이 강하다. 중국차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합리적 소비 성향을 가진 유럽 사람들에겐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각된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화재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어떨까?
아구스티 가르시아 살라 사장은 “화재에 대한 걱정은 없고, 가격에 대해서는 걱정을 한다. 실용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충전소가 잘 갖춰져 있는 지도 고려한다. 바르셀로나는 오래된 구도심이라 충전소를 설치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이런 점이 구매로 이어지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친환경차로 보는 인식도 그리 강하지는 않다고 한다. 
살라 사장은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지비 등이 저렴해 전기차가 더 이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기차 구매를 합리적 소비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 짙다”고 말했다. 
이러하다면 유럽에서 EV2의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살라 사장은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EV6 등 그간의 EV 시리즈가 모두 잘됐다. EV3도 많이 팔리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스페인 사람들이 선호하는 차 크기가 EV2이다”고 말했다. 송호성 사장이 설파한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살라 사장은 “기아라는 브랜드를 처음에는 기술력에 좋은 차로 인식했는데, 점차 디자인도 좋은 브랜드로 옮겨 가고 있다. 전기차 테마가 유럽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지금은 기아가 전기차를 잘하니 전기차하면 기아라는 인식도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기아가 스페인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이후 11년간 가장 많이 판매한 모델은 니로EV다. 니로EV는 2019년부터 올해 1월까지 총 6,513대가 판매돼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EV6는 총 2874대가 판매됐으며, 최근 뛰어든 EV3는 스페인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총 1162대가 팔렸다. 쏘울은 734대, EV9은 총 310대가 판매됐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스페인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연간 약 6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7.4% 증가한 5만 8859대가 판매됐다. 2023년에는 총 5만 4813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2022년의 3만 1490대 대비 74.1%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전기차 판매도 2021년 2만 3977대 대비 약 31.1%의 증가율을 보였다.
2024년 스페인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제조사는 총 1만 6661대를 판매한 테슬라다. BMW가 3966대, BYD가 3801대, 메르세데스-벤츠가 3470대, 볼보 3241대, MG가 3210대로 뒤를 이었다. 전기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아는 제조사 순위 7위를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EV3가 총 417대 판매되며 BYD 돌핀(394대), 다치아 스프링(374대)을 제치고 차종별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1월 스페인 정부의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 ‘MOVES III’의 2025년 6월 연장안이 최종 부결되면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됨에 따라 현지 업계는 올해 전기차 판매가 소폭 감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OVES III’는 2021년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제도다. 전기차 구매 시 기존 차량을 폐차하면 최대 7000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9년 MOVES I, 2020년 MOVES II가 발효됐다. 
보조금 지급 중단 이후,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는 MOVES III 연장 승인 촉구에 나섰다. 스페인 정부는 보조금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전기차 지원 프로그램을 재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자동차 업계에서는 3월부터 6000유로 정도의 지원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보조금 지급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다. 
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기아는 1992년 스페인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2004년부터는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설립 첫 해 총 3만여 대를 판매한 후 2006년까지 누적 10만대, 2009년 20만대, 2014년 30만대의 판매를 기록하며 성장해왔다. 2016년부터는 연간 5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법인 설립 후 지난해까지는 20년간 총 86만여 대를 판매했다.
기아는 올해 EV3, EV6, EV9 등 전기차와 니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쏘렌토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를 앞세워 스페인에서 누적 90만대 판매를 넘길 전망이다.
기아는 상품성을 팔았고 스페인 사람들은 ‘나달의 신뢰’도 샀다
기아 관계자는 “대중화 EV 신차 라인업 확대로 올해 유럽 시장 전동화 비중 22%를 목표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전동화 라인업 확장을 통해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기아는 올해부터 스페인 시장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대중화 전기차 모델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해는 EV4, EV5, PV5 등 신차 판매를 통해 전동화 브랜드로의 입지를 강화한다. 또한 EV2를 비롯해 2027년까지 15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전동화 선도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시장에서는 올해 PV5, 2027년 PV7을 선보이며 2030년까지 연간 25만대(PV5 15만대, PV7 1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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