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이 아니다...나는 50살이다!"
뼈가 있는 농담이다. 후벵 아모림(40)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부임 두 달 만에 10년은 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맨유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풀럼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이로써 리그 연패를 피한 맨유는 승점 29(8승 5무 10패)로 12위에 올랐다. 안방에서 패한 풀럼은 승점 33(8승 9무 6패)으로 10위에 머물렀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왼발 중거리 슈팅 한 방이 승부를 갈랐다. 그는 후반 33분 풀럼 수비가 박스 안에서 공을 멀리 걷어내지 못했고, 이를 마르티네스가 달려들며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은 풀럼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위기도 있었다. 후반 43분 풀럼의 코너킥 공격에서 요아킴 안데르센이 결정적 헤더를 날린 것. 공은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를 지나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었지만, 골 라인을 넘기 직전 2004년생 수비수 토비 콜리어가 머리로 걷어냈다. 그 덕분에 맨유는 14경기 만에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최근 공식전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를 거두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맨유다. 맨유는 지난달까지 깊은 부진에 빠졌고, 아모림 감독이 공개적으로 '강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맨유는 리버풀 원정에서 2-2로 비기며 귀중한 승점을 따냈고, FA컵 3라운드에서 석연치 않은 퇴장 악재를 이겨내고 승부차기 끝에 아스날을 제압하는 등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은 1985년생 아모림 감독의 40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그는 경기 후 이제 40세가 되었다는 말에 "난 40살이 아니다...난 50살이다! 맨유에서 두 달을 보낸 뒤 50살이 됐다"라며 웃은 뒤 "내 마흔 번째 생일을 이곳에서 보내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아모림 감독은 지난해 11월 경질된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뒤를 이어 맨유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맨유에 3-4-3 포메이션을 이식하려 노력 중이지만, 애를 먹고 있다. '성골 유스' 마커스 래시포드와 깊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두 달 만에 10년이나 늙어버렸다는 마냥 웃을 수 없는 농담을 던진 것.
그래도 승리하면서 미소를 지은 아모림 감독. 그는 "선수들은 휴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난 휴가를 주지 않았다. 내 생일이고, 내 선물은 경기에 나서지 않은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겼으니 환상적일 것이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을 거다"라고 밝혔다.
다만 아모림 감독은 '문제아' 래시포드 이야기가 나오자 충격 발언을 내놨다. 그는 부임 후 래시포드를 꾸준히 명단 제외하고 있고, 방출 명단에도 올려뒀다. 그럼에도 래시포드가 달라진다면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해 왔지만, 이번에는 수위 높은 비난을 참지 않았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아모림 감독은 래시포드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항상 같다. 훈련, 축구 선수가 인생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 생각 때문이다. 매일매일, 모든 디테일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난 바뀌지 않을 거다. 모든 선수들에게 같은 상황이다. 최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모든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모림 감독은 "벤치를 보면 약간의 속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를 벤치에 앉히느니 우리 골키퍼 코치 호르헤 비탈을 앉히는 게 더 낫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래시포드보다 63세 비탈 코치가 더 쓸모 있다는 이야기다. 비탈 코치는 지난해 11월 아모림 감독과 함께 맨유에 합류한 아모림 사단의 일원이다. 아무리 전직 축구선수였다고 해도 지금은 흰머리가 가득한 60대 할아버지다. 래시포드는 이런 비탈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들은 것.
실제로 래시포드는 벌써 11경기째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아모림 감독은 "후반전에도 우리는 무언가 바꾸고 싶었지만, 최전방에 속도와 파워가 부족하다"라고 고민을 털어놨지만, 래시포드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래시포드는 머지 않아 맨유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가디언'은 "맨유 구단은 래시포드의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아모림은 클럽 전반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래시포드가 떠나야 한다고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래시포드도 "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다음 단계를 밟을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공개적으로 맨유와 작별을 언급한 바 있다.
래시포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바르셀로나행을 추진 중이다. 스페인 '스포르트'에 따르면 래시포드는 이미 바르셀로나에 임대로 합류하기로 결심했다. 1800만 유로(약 271억 원)에 달하는 연봉도 기꺼이 삭감할 생각이다. 다만 바르셀로나는 또 다른 선수를 내보내야만 래시포드의 급여를 감당할 수 있기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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