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래시포드(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후벵 아모림 감독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맨유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풀럼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이로써 리그 연패를 피한 맨유는 승점 29(8승 5무 10패)로 12위에 올랐다. 안방에서 패한 풀럼은 승점 33(8승 9무 6패)으로 10위에 머물렀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왼발 중거리 슈팅 한 방이 승부를 갈랐다. 그는 후반 33분 풀럼 수비가 박스 안에서 공을 멀리 걷어내지 못했고, 이를 마르티네스가 달려들며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은 풀럼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경기는 그대로 맨유의 한 점 차 승리로 마무리됐다.
아모림 감독의 충격 발언 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맨유다. 그는 지난달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0-2로 패한 뒤 "우린 우리의 위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 클럽에서 사람들은 변명에 지쳤다. 때때로 나는 강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클럽에 충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충격 요법을 꺼내 들었다.
이후 맨유는 공식전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를 거두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리버풀 원정에서 2-2로 비기며 귀중한 승점을 따냈고, FA컵 3라운드에서 석연치 않은 퇴장 악재를 이겨내고 승부차기 끝에 아스날을 제압했다. 이외에도 브라이튼전 1-3 패배를 제외하고는 사우스햄튼, 레인저스, 풀럼을 모두 잡아낸 맨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문제아' 래시포드 문제가 남아있다. 아모림 감독은 부임 후 그를 꾸준히 명단 제외하고 있고, 방출 명단에 올려뒀다. 그럼에도 래시포드가 달라진다면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해 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충격 발언까지 터트렸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아모림 감독은 래시포드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항상 같다. 훈련, 축구 선수가 인생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 생각 때문이다. 매일매일, 모든 디테일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난 바뀌지 않을 거다. 모든 선수들에게 같은 상황이다. 최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모든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모림 감독은 "벤치를 보면 약간의 속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를 벤치에 앉히느니 우리 골키퍼 코치 호르헤 비탈을 앉히는 게 더 낫다"라고 수위 높은 비난을 내놨다.
사실상 래시포드보다 63세 비탈 코치가 더 쓸모 있다는 이야기다. 비탈 코치는 지난해 11월 아모림 감독과 함께 맨유에 합류한 아모림 사단의 일원이다. 아무리 전직 축구선수였다고 해도 지금은 흰머리가 가득한 60대 할아버지다. 래시포드는 이런 비탈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들은 것.
실제로 래시포드는 벌써 11경기째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아모림 감독은 "후반전에도 우리는 무언가 바꾸고 싶었지만, 최전방에 속도와 파워가 부족하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으면서도 래시포드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 중이다.
이대로라면 래시포드는 머지 않아 맨유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가디언'은 "맨유 구단은 래시포드의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아모림은 클럽 전반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래시포드가 떠나야 한다고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래시포드도 공개적으로 맨유와 작별은 언급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다음 단계를 밟을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맨유를 떠날 때 나쁜 감정은 없을 것이다. 맨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나다. 난 다른 선수들과 달리 떠날 때 직접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별을 암시했다.
래시포드는 지난 2016년 맨유 1군에 데뷔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맨유 성골 유스다. 기대와 달리 주춤하던 그는 2022-2023시즌 드디어 재능을 꽃피웠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56경기 30골 11도움을 기록하며 절정의 득점력을 자랑한 것. 이 때문에 파리 생제르맹(PSG)이 래시포드의 이적료로 무려 1억 파운드(약 1814억 원)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맨유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맨유의 판단은 실착이었다. 래시포드는 곧바로 다음 시즌부터 부진에 빠졌고, 불성실한 태도로 많은 논란을 빚었다. 심지어 뉴포트 카운티와 FA컵 경기를 앞두고 술에 취해 클럽을 찾았다가 훈련에 불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맨유 팬들도 애지중지했던 래시포드에게 점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2023-2024시즌 8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젠 맨유도 래시포드를 포기했다. 그를 판매해 현금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영국 '미러'는 "맨유는 1월 이적시장 이후 신규 영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자 재정 균형을 맞추려 한다. 이 때문에 래시포드의 몸값으로 4000만 파운드(약 715억 원)를 원한다. 래시포드도 이적 제안에 열려 있다"라고 보도했다.
래시포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브콜이 오기도 했지만, 바르셀로나행을 추진 중이다. 스페인 '스포르트'에 따르면 래시포드는 이미 바르셀로나에 임대로 합류하기로 결심했다. 1800만 유로(약 271억 원)에 달하는 연봉도 기꺼이 삭감할 생각이다. 다만 바르셀로나는 또 다른 선수를 내보내야만 래시포드의 급여를 감당할 수 있기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카이 스포츠, 더 선, 풋볼 인사이더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