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1군 무대에 첫 선을 보여 강렬한 임팩트로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렸다. 탄탄한 수비와 빠른 발을 강점 삼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야구 센스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선수단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주인공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양도근(22).
장안고와 강릉영동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삼성과 육성선수 계약을 맺은 양도근은 키 173cm 몸무게 72kg의 내야수로서 퓨처스 경기에 76차례 출장해 타율 2할3푼2리(142타수 33안타) 14타점 25득점 9도루를 남겼다. 9월 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데뷔 첫 타석 3루타라는 진기록을 세우는 등 16경기에서 23타수 4안타 타율 1할7푼4리 2타점 5득점을 기록했다. 수치상 성적은 빼어나지 않지만 잠재 능력은 어마어마하다는 평가.
지난 26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양도근은 "1군에 올라갈 거라 전혀 생각 못했는데 운 좋게 기회를 얻었다. 올 시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데뷔 첫 멀티히트를 달성했던 (9월 4일) 두산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팀도 이겼고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었기에 데뷔 첫 타석 3루타를 때렸을 때보다 더욱 인상 깊다"고 이유를 밝혔다.
양도근은 신인 선수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1군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에 양도근은 "생각보다 긴장되기도 했지만 1군에 처음 왔을 때 정대현 수석 코치님께서 '긴장한 티를 내면 안 된다'고 하셔서 최대한 마음 편하게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국내 선수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기 위해 7월 31일까지 정식 선수로 등록돼야 한다. 양도근은 8월 29일 1군 무대에 첫선을 보여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다양한 양도근은 가을 무대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았으나 규약에 발목 잡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아쉬움이 클 법도 했지만 양도근의 반응은 담담했다. "등록 조건이 되더라도 제가 엔트리에 포함될지 말지 모르는 일"이라는 양도근은 "TV에서 봤는데 정말 멋지더라. 가을 무대에서 뛰면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는 경기를 보면서 그런 마음은 더욱 커졌다. 시즌이 끝나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양도근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수준 높은 투수를 상대하면서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혔고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수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1군 무대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다고 밝힌 그는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단거리 러닝을 소화하고 약점으로 지적된 타격 능력 향상에 열을 올렸다.
일본 오키나와 퓨처스 캠프 명단에 포함된 양도근은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고 수비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그는 "박한이 타격 코치님께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말씀해주셨는데 큰 도움이 됐다. 방망이가 안 맞을 때 박한이 코치님께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쭤본다. 수비에서는 정병곤 코치님과 부족한 부분을 상의하면서 더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양도근은 또 "제가 많이 뛰어야 하는 선수인데 박찬도 코치님께서 지난해 1군에 계실 때부터 많이 알려주셨다. 이번에도 도루 노하우에 대해 많이 배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싶다. 144경기 가운데 80경기 이상 나가는 게 1차 목표다. 제가 1군에 가게 되면 주전보다 백업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경기 수를 늘려가면 자연스레 타석도 많이 들어서고 선발 출장 기회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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