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감독의 재계약 소식을 듣고 “이제 야구인생이 폈다”라고 반겼던 곽도규(21·KIA 타이거즈)가 놀라운 연봉 인상률을 기록하며 스스로 인생을 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지난 22일 “2025시즌 연봉 재계약 대상자 45명 중 투수 김사윤을 제외한 44명과 계약을 완료했다”라고 발표했다.
야수조에 연봉 400% 인상으로 5억 원을 거머쥔 김도영이 있다면 투수조에는 ‘우승 좌완’ 곽도규가 있었다. 곽도규는 종전 3300만 원에서 263.6%(8700만 원) 인상된 1억2000만 원에 계약하며 프로 데뷔 3년 만에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라섰다. 최저연봉 3000만 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3300만 원을 받은 아기 호랑이가 반전 스토리를 써냈다.
공주고를 나온 곽도규는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5라운드 42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데뷔 첫해 1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49로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아 정해영, 이의리, 윤영철, 황동하 등 동료들과 함께 2023년 12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로 향해 33박34일 동안 구속 증가, 구위 향상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연수 효과는 상당했다. 2년차를 맞아 KIA 필승조로 도약, 71경기 4승 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56(55⅔이닝 22자책)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곽도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4이닝 비자책)의 역투를 펼치며 데뷔 2년 만에 우승 좌완으로 우뚝 섰다.
2년차 시즌 미친 활약은 생애 첫 국가대표팀 승선으로 이어졌다. 곽도규는 시즌 종료 후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해 국제 무대 경험까지 쌓았다.
KIA에 따르면 곽도규는 이번 연봉 계약에서 타이거즈 역대 투수 최고 인상률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양현종, 2024년 최지민(이상 233.3%)을 넘어 구단 새 역사를 썼다.
연봉 2.6배 인상의 원동력은 강한 멘털이다. 곽도규는 작년 대표팀 소집 당시 “내 자신감의 근거는 없다. 사실 엄청 불안한 게 사실이다. 이렇게 까불다가 못하면 얼마나 안 좋을지 걱정도 된다. 그러나 안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은 생각보다 적다. 나는 투수라서 잘할 수 있는 확률이 크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가 와도 70% 확률로 이기는 직업이다. 확률이 내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늘 좋은 말만 기억하려고 한다. 볼넷을 많이 주고 우타자한테 약하다는 말이 나오면 잊고, 반대로 강하다는 기사가 나오면 좋게 읽는다. 좋고 나쁜 걸 분리하면서 자신감을 갖는다”라고 우승 좌완으로 우뚝 선 비결을 덧붙였다.
곽도규는 당시 이범호 감독의 재계약을 자신의 일처럼 반기며 KIA 팬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곽도규는 “(재계약 소식을 듣고) 너무 행복했다. 바로 (최)지민이 형한테 자랑했다. 좋은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건 내 야구인생이 핀 것이기도 하고, 우리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정말 행복하다”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2025시즌 연봉 계약 결과를 보면 곽도규의 야구인생이 오로지 이범호 감독 덕분에 핀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곽도규가 당당히 실력으로 커리어의 꽃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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