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롯데고 부산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1월,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된 내야수 전민재(26)는 최근, 정말 롯데 선수가 됐다는 것을 깨닫는 일화가 있었다. “사직구장 앞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어떤 팬분이 알아보시고 옆자리에 어떤 분이 밥값을 계산해주셨다”라고 웃었다. ‘이게 롯데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라고 웃었다.
롯데가 잘하면 팬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주고 또 밥값까지 흔쾌히 계산해주는 화통함을 보고 전민재는 정말 롯데 선수가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된 전민재는 내야 유틸리티 선수로 조금씩 1군 기회를 늘려가고 있었다.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10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4푼6리(248타수 61안타) 2홈런 32타점 OPS .599의 성적을 기록했다. 유격수로 가장 많은 64경기(43선발) 395이닝을 소화했고 3루수로 34경기(10선발) 129이닝, 2루수로 14경기(11경기) 93이닝을 뛰었다.
요소요소에서 활약을 해주던 전민재는 다가올 2025시즌, 두산 내야진 경쟁을 이끌면서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허경민의 KT 이적과 김재호의 은퇴 등으로 내야진 공백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전민재의 쓰임새도 많아질 수 있었다. 그런데 트레이드가 됐다.
전민재의 능력을 롯데도 눈여겨 봤고 내야진 뎁스를 강화하고 유격수 경쟁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선수로 점찍었다. 입단 동기이자 친구인 투수 정철원과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는 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 투수 최우인 등 역시 만만치 않은 유망주들을 내줘야 했다.
지난해 트레이드 이후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한 뒤 1월부터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공교롭게도 함께 트레이드로 넘어온 정철원과 동네 주민이 됐다. 그리고 곧장 사직구장으로 출근해 비시즌 운동을 시작했다.
밥값까지 계산해주는 롯데 팬들의 모습에 깨달았고 또 야구장에 출근할 때마다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그는 “잠실구장에서 비시즌 운동을 할 때는 팬들이 없었는데, 사직구장은 비시즌에도 많으니까 깜짝 놀라긴 했다”라고 웃었다.
생경한 풍경처럼 아직 팀 동료들과는 어색하다. 그는 “사실 아직 제가 적응을 못한 것 같다. 출근할 때마다 신기하고 아직은 어색하다”라며 “스프링캠프를 가봐야 실감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고교 시절, 대전고로 전학가기 전 북일고에서 함께 뛰었던 고승민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지난해 두산의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두산 내부에서는 가장 기량이 많이 향상된 선수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만큼 전민재는 202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그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고, 또 트레이드가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였다.
전민재는 “트레이드 됐을 때 실감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좋았다. 그래도 롯데가 나를 원했다는 것 아닌가. ‘저도 트레이드로 팀을 옮길 수 있는 선수가 됐구나’, ‘나도 많이 성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라고 강조했다.
두산 시절 잠시나마 함께했던 김태형 감독과 재회했다. 그는 “사실 지난해 두산에 있을 때, 김태형 감독님 앞에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며 “사실 카리스마 넘치시고 조금 무서웠던 감독님이었다. 쉽게 다가갈 수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가장 자신 잇는 포지션은 유격수라고. 그러나 당장 주전 유격수 자리에는 박승욱이 지키고 있다. 박승욱도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사실상 첫 풀타임 주전을 뛰면서 100안타를 때려냈다. 전민재는 이를 보고 “다른 팀에서 봤을 때 (박)승욱이 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자리에 도전해야 한다. 어쩌면 두산에서 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지도 모른다. 그는 “수비가 당장은 우선이지만, 타격도 곧잘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라며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감독님 눈에 들고 싶어서 더 잘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안 다치면서 잘하고 일본 미야자키 캠프까지 모두 소화하고 귀국하고 싶다. 조기 귀국을 한 적이 몇 번 있기 때문에 ‘다치면 아무 것도 못하는 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만약 캠프를 끝까지 소화한다면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동안 몸이 가는대로 운동을 했다면 체계적인 ‘루틴’도 만들어보고 싶다. 임훈 타격코치도 전민재를 두고 “한 번 보고 싶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고)승민이에게 전해 들었는데 임훈 코치님께서 루틴을 중요시 하고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고 하더라”라며 “하지만 나는 아직 루틴이 없다. 막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걸 한 번 얘기 드려서 루틴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해 내야수 손호영을 트레이드 해오면서 팀 전력과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늦깍이 유망주이자 백업이었던 손호영은 롯데에서 기회를 받고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며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트레이드 복덩이’였다. 전민재도 손호영의 뒤를 잇는 내야의 복덩이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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