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토트넘)에 인종차별 발언을 했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복귀를 기뻐했다. 팀의 부진 탈출에 중요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노팅엄의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2024-2025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서 노팅엄 포레스트와 맞대결을 펼친다.
토트넘은 현재 리그 11위(승점 23점)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리버풀전에서 6실점을 내준 취약한 수비력이 드러났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캡틴 손흥민을 시작으로 공격진의 분전이 필요한 상황.
토트넘은 반전 기회를 만들 예정이다. 벤탄쿠르가 복귀하기 때문이다.
벤탄쿠르는 187cm의 피지컬과 공수 양면에서의 다재다능함으로 팀 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다. 특히 왕성한 활동량과 중원 장악력으로 팀에 안정감을 더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이브 비수마의 부진으로 인해 벤탄쿠르가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팀 주장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우루과이의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해 손흥민의 유니폼 요청에 대해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와 함께 이러한 발언을 이어간 것은 명백히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태도로 비판 받았다.
영국 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의 행동이 규정 E3.1을 위반했다고 판단, 지난 11월 18일 그에게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1억 7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리버풀전을 끝으로 징계가 종료됐다.
토트넘은 선수단의 '리더'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에도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서 벤탄쿠르의 복귀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토트넘과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주장으로서의 위치보다는 팀의 성과를 우선시하며 벤탄쿠르를 적극적으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팀 내부의 화합과는 별개로 경기력 회복이 절실한 토트넘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노팅엄과 경기를 앞두고 팀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이야기하면서 "징계를 받았던 벤탄쿠르가 출전이 가능하다"며 "벤탄쿠르가 돌아와서 좋다. 벤탄쿠르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고 기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또 "박싱데이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우리에게 한 명의 선수가 추가된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나는 지난 3주 동안 핵심 선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됐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다행히도 핵심 선수들 중 대부분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꽤 잘 견뎌냈다. 하지만 우리가 로테이션을 돌리고 경기 중 교체를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반더밴이 부상으로 쓰러졌고, 히샬리송과 윌송 오도베르, 마이키 무어 등이 부상과 질병 등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어린 선수들로 교체 명단을 꾸렸으나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탓에 교체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벤탄쿠르의 복귀는 기쁠 수밖에 없는 소식.
벤탄쿠르의 복귀 덕에 제임스 매디슨,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데얀 쿨루셉스키 등 다른 선수들은 어느 정도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손흥민도 벤탄쿠르의 행동에 대해 용서한 상태.
손흥민은 벤탄쿠르가 본인이 실언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실수를 인지했고 자신에게 사과를 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지나간 일"이라며 프리시즌에 다시 벤탄쿠르를 만나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벤탄쿠르를 향한 분노는 식지 않았다. 영국 현지 매체 뿐만 아니라 인권단체까지 나서서 벤탄쿠르를 비판했다. 토트넘은 내부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벤탄쿠르가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가 인종차별 퇴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벤탄쿠르는 리그 자체적으로 내리는 징계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결국 사건이 터지고 두 달여가 지나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기소 후 약 3개월여 동안 조사를 진행한 끝에 마침내 벤탄쿠르에게 출장 정지와 벌금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벤탄쿠르는 독립 규제 위원회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해명하려고 시도했지만 독립 규제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립 규제 위원회는 "우리는 증거와 모순되는 벤탄쿠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가 제시한 증거와 입장을 모두 고려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더라도 벤탄쿠르의 발언은 모욕적었고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든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벤탄쿠르는 1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부터 17라운드 리버풀전까지 프리미어리그 6경기,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 1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동안 토트넘은 리그에서 2승 1무 3패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