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4번째 외야수로 평가 받겠지만, 가치는 그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예비역’ 외야수 조세진(21)은 대가를 치르고 지킨 선수다.
롯데는 올 겨울, FA 시장에서는 내부 FA 선수였던 불펜 김원중과 구승민을 붙잡았다. 김원중과 4년 최대 54억원, 구승민과 2+2년 최대 21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비교적 합리적인 금액에 팀 내 최고 불펜 듀오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FA 시장에서 움직임은 이게 끝이었다.
대신 트레이드 시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빅딜을 성사시켰다. 2022년 신인왕 출신인 강속구 불펜 정철원과 유격수가 가능한 전천후 내야수 전민재를 데려왔다. 불펜진과 내야진 강화의 목적을 달성했다. 대신, 롯데는 꽤 적지 않은 출혈을 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리틀 이정후’라고 불린 재능인 외야수 김민석, 올해 상무에서 제대한 뒤 아직 제대로 잠재력을 확인하지 못한 외야수 추재현을 내줬다. 여기에 파이어볼러 잠재력을 갖춘 투수 최우인을 보냈다.
롯데는 특히 내년 1군 로스터 혹은 주전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젊은 외야수 2명을 보내야 했다. 두산의 외야진 수혈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롯데 역시 불펜과 내야진 보강이 필수적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연령대의 젊은 외야수 2명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보통 결단이 아니다. 롯데 외야진은 일단 주전들이 확실하게 세팅됐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재계약하지 않았지만 이후 재계약을 맺은 최다안타 신기록의 주인공인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에 국가대표 외야수로 거듭난 윤동희, 그리고 14년 만에 50도루를 달성한 황성빈이 포진해 있다.
이들을 뒷받침하는 백업진은 경쟁이 필요했다. 김민석과 추재현 모두 이 경쟁 대열에서 선두에 있을 수 있는 유망주들이었다. 언제 주전으로 치고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롯데는 이들을 과감하게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고 교통정리를 펼쳤다. 주전이 비교적 확고한 상황에서 백업진 선수들이 갖고 있는 특화된 능력들을 비교했고 중복자원들로 판단된 선수들을 보내야 했다. 장두성 김동혁 신윤후 등 빠르고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백업 자원으로서는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선수를 지키며 기회를 줄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했다. 올해 11월 상무에서 제대한 외야수 조세진이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2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을 받으면서 기대를 모았다. 우타 외야수로 강한 어깨에 파워 잠재력도 뛰어났다. 프로에서 포지션을 전향한 게 어닌, 학창시절부터 외야수 포지션을 봤던 전문 외야수라는 강점도 있었다.일단 데뷔 시즌 39경기 타율 1할8푼6리(86타수 16안타) 6타점의 성적에 그쳤다. 25개의 삼진을 당했고 볼넷은 1개 밖에 얻지 못했다. 1군에서는 잠재력을 펼치지 못하고 고전했다. 대신 2군에서는 52경기 타율 3할5푼1리(194타수 68안타) 7홈런 34타점 OPS .973으로 기대를 모았다.
2023시즌 도중 상무에 입대해 병역을 해결했고 올해 93경기 타율 2할6푼1리(303타수 79안타) 8홈런 54타점 OPS .776의 성적으로 전역 후 시즌을 기대케 했다. 2군에서는 67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51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등 볼넷/삼진 비율도 괜찮아졌다.
롯데는 결국 김민석, 추재현의 잠재력보다 조세진의 잠재력을 선택한 것. 강한 어깨에 수비도 어색하지 않은, 그리고 리그에서도 희소한 파워 잠재력을 갖춘 우타 외야수가 팀에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더 높은 평가를 내렸다. 주루와 수비에 특화된 장두성 김동혁이 모두 좌타자인 것을 감안하면 우타 외야수도 필요했다. 또 올해 우타 대타 자원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만큼 조세진의 타격 재능을 내년에는 1군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복안이다.
조세진이 당장 팀의 4번째 외야수로서 경쟁을 하고 또 자리를 잡아주는 게 최상이다. 이후에는 4번째 외야수 이상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롯데 구단은 훗날, 조세진이 주전 외야 한 자리를 자리 잡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일단 전역 직후 곧장 일본 미야자키 수비캠프로 합류해 김태형 감독 앞에서 훈련했다.
트레이드 대상자인 김민석, 추재현, 정철원, 전민재의 활약 여부에 트레이드의 직접적인 성패가 갈리겠지만, 조세진의 활약과 성장 여부에 따라서 롯데가 2024년 겨울에 내린 선택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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