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몸이 유리몸에게 위로를 건넸다가 역풍만 맞았다. 리스 제임스(25, 첼시)가 팀을 떠난 메이슨 마운트(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낸 뒤 주장직을 내려놓으라는 비판을 듣게 됐다.
'골닷컴'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첼시 팬들은 부상으로 좌절한 옛 팀 동료 '뱀' 마운트를 응원한 주장 제임스에게 등을 돌렸다. 이들은 그에게 주장직에서 물러나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첼시 유스 출신' 마운트는 현재 라이벌 팀 맨유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그는 지난 16일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갑자기 쓰러지면서 전반 14분 교체됐다. 당시 후벵 아모림 맨유 감독은 "(마운트의 회복은) 오래 걸릴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운트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지금 내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내 얼굴 표정을 봤을 거다. 무슨 뜻인지 알았다"라며 "맨유 팬 여러분. 아직 나를 잘 모르시겠지만, 보장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절대 포기하거나 믿음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난 계속해서 모든 걸 바치고, 힘든 시간을 극복할 것이다.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모림 감독은 뒤에서 마운트를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를 돕고, 그가 회복하는 동안 우리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것이다. 그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부상에서 회복해야 하기에 훈련할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마운트를 도울 것이다. 선수가 이렇게 오랫동안 결장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내게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 끝까지 도와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마운트는 지난 2023년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이적료는 무려 최대 6000만 파운드(약 1092억 원)에 달했다.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마운트였지만, 맨유는 그를 데려오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이미 첼시에서 밀려난 선수였기에 '오버페이'였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물론 마운트는 2년 연속 첼시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던 재능인 만큼 기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말의 기대감도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마운트는 맨유 데뷔 시즌부터 부상에 시달렸고, 리그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모든 대회를 다 합쳐도 출전 시간이 750분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어느덧 2025년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마운트의 출전 횟수는 12회에 불과하다. 그는 리그 7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4경기, 커뮤니티 실드 1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대부분 교체 출전이었기에 총 출전 시간은 403분밖에 되지 않는다.
역시나 부상이 문제다. 마운트는 지난 8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3주를 결장했다. 이번에는 햄스트링과 힘줄을 다쳐 10주 정도 자리를 비울 전망이다. 맨유 이적 1년 반 만에 벌써 30경기, 169일을 결장한 마운트. 이제 결장 일수는 240일 정도로 늘어날 예정이다.
또 다른 유리몸 제임스가 마운트를 위로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서 마운트를 향해 "많은 이들이 당신이 겪고 있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고 또 실망하고 또 실망하는 삶을 살아왔다. 정말 힘들고 외로운 일이다. 빠르게 회복하고 강하게 지내라 형제여! 넌 분명 최고의 상태로 돌아올 거야"라고 편지를 남겼다. 어릴 적부터 함께한 친구에 대한 격려였다.
하지만 첼시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골닷컴에 따르면 분노한 첼시 팬들은 "주장 완장을 벗어라", "우리는 여기 뱀을 동정하지 않는다", "XX(F***) 왜 맨유 선수를 응원하고 있는 거야?", "지금 팬들의 반응은 팬덤 전체의 의견을 요약한 것" 등의 댓글을 남기며 제임스를 직격 비판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마운트는 그 누구보다 첼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지만, 맨유 이적을 택하며 충격을 안겼기 때문. 첼시 팬들은 재계약을 질질 끌다가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마운트를 '배신자'라고 부르고 있다. 가장 사랑했던 선수에서 가장 미워하는 선수가 된 마운트를 응원했으니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게다가 제임스는 마운트보다도 심각한 유리몸이다. 실력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부상 빈도가 문제다. 영국 '기브 미 스포츠' 선정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주장으로 뽑힌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제임스는 2020년 말부터 무릎과 발목, 햄스트링 등 여러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햄스트링을 자주 다쳤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지만, 경기장에서 보기가 어려우니 팬들의 속이 타들어갔다.
지난 시즌도 심각했다. 제임스는 연이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고, 리그 421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그가 작년 여름 주장으로 임명된 뒤 첼시 유니폼을 입고 뛴 시간은 고작 654분에 불과하다. 이미 부상으로 놓친 경기만 137경기에 달한다.
제임스는 지난달에도 햄스트링을 다쳤다. 햄스트링 부상만 벌써 9번째. 그는 지난 4년간 8차례나 햄스트링 문제로 자리를 비웠으며 2023년 4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리그에서 90분도 채 뛰지 못했다. 전반기를 고작 271분 출전으로 마무리하게 생긴 제임스. 첼시 팬들이 주장직을 박탈하라고 외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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