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네티즌들이 가수 아이유를 비롯해 탄핵을 지지하는 유명인들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한 가운데, CIA 측으로부터 "수신 거부" 엔딩을 맞았다.
지난 23일 한 누리꾼 A씨는 자신의 소셜 계정에 "CIA 넘어섰다. 오피셜임. 한명당 10분에 하나씩만 신고좀"이라며 CIA 사이트 화면을 캡처해 업로드 했다.
이미지와 함께 그는 "한국에서 신고가 엄청 빗발쳐서 CIA가 놀라워하고 있다"며 "평균 2~3만명은 신고돼서 ESTA(비자) 막혔을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개된 이미지에 적힌 것은 "여러 개의 댓글을 너무 빨리 제출하려고 시도했다"는 안내문구였다. 해당 안내에는 "동일한 컴퓨터에서 10분마다 다른 의견 양식을 제출할 수 없다", "이 정책은 양식 남용을 줄이기 위해 수립된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는 A씨가 단시간에 같은 IP로 동일한 내용의 문의를 반복적으로 보낸 탓에 수신을 차단하는 자동 안내문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CIA가 놀라워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 이를 본 다른 누리꾼들은 "저걸 저렇게 해석한다고?"라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같은 사태의 시작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물결이 일어나면서다. 지난 7일과 14일 많은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 탄핵소추안 가결을 외쳤고, 이 과정에 가수나 배우와 같은 유명 연예인들 또한 집회에 참석하거나 참석자들을 위해 음식을 선결제 하는 등 힘을 보탰다.
아이유 역시 13일 공식 팬카페를 통해 "추운 날씨에 아이크(응원봉)를 들고 집회에 참석해 주변을 환히 밝히고 있는 유애나들의 언 손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며, 먹거리와 핫팩을 준비했다. 건강과 안전에 꼭 유의하시고 아래 사항 참고 후 해당 매장에 방문 부탁드린다"고 빵 200개, 음료 200잔, 떡 100개, 국밥 200그릇 등 여의도 내 음식점 곳곳에 선결제를 한 뒤 주소를 공유했다.
이를 본 일부 극우 성향 네티즌은 아이유가 광고 모델인 기업 상품을 불매하자고 목소리를 낸 데 이어 그를 미국 CIA에 신고하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에 아이유와 같은 연예인 외에도 정치인 등 탄핵 찬성을 지지한 많은 이들에 대한 CIA 신고가 이어졌고, 탄핵 찬성 리스트까지 만들어 공유하며 집단적인 신고 행위와 인증 글이 쏟아졌다. CIA에 신고하면 비자 발급이 막히거나 미국 입국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CIA 신고와 미국 입국 사이에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 됐다. "CIA 반미주의자로 신고하면 미국 입국이 영구 금지된다"는 주장은 2018년에도 한 차례 떠돈 적 있었다. 하지만 당시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비자나 체류 업무는 CIA가 아닌 국무부 주관이며 단순 정치 성향만으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일부 극우 성향 네티즌들은 이미 8년 전 거짓으로 판명된 가짜뉴스에 속아 황당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같은 이유로 CIA 신고를 당했던 한 정당인은 "제 미국 입국엔 아무 문제 없다"며 여행 비자 허가 승인을 받은 내역을 인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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