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어떤 모습이 요구되든지 그들은 이를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게리 네빌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리버풀 관련 글을 게시했다. 네빌은 현재 아르네 슬롯 감독의 리버풀이 마치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이끌던 전성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리버풀은 23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을 6-3으로 제압하며 리그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리버풀은 이번 승리로 승점 39점(12승 3무 1패)을 기록, 2위권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반면 토트넘은 승점 추가에 실패하며 23점(7승 2무 8패)으로 리그 11위에 머물렀다.
리버풀은 토트넘전 초반부터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며 토트넘을 압박했다. 전반 23분,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의 정확한 얼리 크로스를 받은 루이스 디아스가 몸을 날려 헤더로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리버풀은 계속해서 토트넘의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36분, 로버트슨의 크로스를 소보슬라이가 헤더로 연결했고, 이를 막아낸 토트넘 수비의 혼란을 틈타 알렉시스 맥알리스테르가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살라가 소보슬라이와의 연계 플레이로 토트넘의 골문을 다시 열었다. 아놀드의 롱패스를 받은 소보슬라이가 살라에게 정확히 전달했고, 살라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리버풀이 3-1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후반전에서도 리버풀의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10분, 살라가 리바운드 상황에서 네 번째 골을 기록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어 후반 16분에는 각포와 소보슬라이의 연계 플레이 끝에 살라가 리그 15호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이 5-1로 앞서갔다.
토트넘은 후반 27분 쿨루셉스키의 골로 추격에 나섰고, 후반 38분 솔란케가 추가골을 기록하며 3-5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40분 살라의 패스를 받은 디아스가 정확한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은 경기를 6-3으로 마무리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네빌은 먼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현재 문제점을 짚었다. 맨유는 리버풀과 토트넘 경기에 앞서 AFC 본머스와 맞붙었는데, 0-3으로 완패했다.
네빌은 "선수들은 모든 면에서 한참이나 부족하다. 아모림이 원하는 3-4-3 전형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로테이션을 가동해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있지만, 실제 퍼포먼스에서 합격점을 받은 선수는 손에 꼽을 것"이라며 감독보다는 선수단 퀄리티 문제가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리버풀은 내가 뛰었던 맨유를 떠올리게 한다. 난 알렉산더-아놀드가 올리는 크로스를 보며 데이비드 베컴을 봤고 한 경기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축구를 보고 있다. 우린 지난 8년 동안 축구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론에 길들여졌다. 하지만 리버풀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네빌이 리버풀을 '퍼거슨 맨유'에 비유하는 것은 극찬이다. 퍼거슨 전 감독은 맨유를 무려 27년 동안 이끌면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를 비롯해 총 3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버풀이 맨유의 전통적인 라이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는 "난 리버풀이 한 경기에서 3~4가지 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을 봤다. 그들이 전방으로 한 번에 롱패스를 뿌리는 것을 봤고 때로는 역습에 나서는 모습도 봤다. 필요할 땐 뒤로 내려서서 수비에 집중했고 때로는 강하게 압박하다가 다시 변화를 꾀했다"라고 분석했다.
네빌은 "경기 중 어떤 모습이 요구되든지 그들은 이를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만약 상대가 역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는 잔뜩 웅크린 뒤 오밀조밀하게 모여 하나의 생명체처럼 수비한다.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경기에서는 높은 라인을 형성해 강하게 밀어붙인다. 그러나 그들은 한 경기에서 이 한 가지 스타일만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네빌은 "우린 한 가지 방식만을 보여주는 팀을 지켜보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한 경기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팀을 상대로 익숙할 수 없다. 나는 선수들을 로봇처럼 다루는, '난 감독이 내게 시킨 것만 할 거야'라는 요소가 이 부분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리버풀이라는 팀은 경기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닫기 위해 독립적인 사고를 추구한다. 이런 부분이 내 예전 팀(퍼거슨 맨유)을 떠올리게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리버풀은 이번 시즌 내가 믿었던 것보다 훨씬 나은 팀"이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