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부임 직후, 고교생 신분으로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전미르(19)를 유난히 눈여겨 봤다. 당초 전미르는 투타겸업에 의욕을 보였지만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구단 모두 투수로서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했고 투수로서 시즌을 준비했다.
전미르는 기대대로 묵직한 패스트볼에 각이 크고 빠르게 떨어지는 너클커브로 김태형 감독을 사로잡았다. 실전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전미르의 재능에 대한 확신이 더해졌다. 그렇게 개막 엔트리까지 합류했다.
3월 24일 SSG 랜더스와의 개막시리즈 2차전, 만루 위기에서 폭투로 실점했지만 탈삼진 3개로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를 1군에서 편한 상황에 등판시키며 신인왕 시나리오를 준비하기도 했다. 인생에 단 한 번 뿐인 신인왕을 안겨주기 위한 감독의 애정이었다.그러나 이런 김태형 감독의 구상은 머지 않아 어긋났다. 팀 불펜진이 완전히 무너졌다. 베테랑 불펜진이 흔들리면서 잘 던지고 있던 전미르가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순식간에 필승조로 격상됐다. 롯데의 시즌 초반 부진 속에서 전미르만 빛났고 또 확실한 승리를 챙기기 위해 전미르의 등판 횟수도 늘어났다.
전미르는 신인왕의 강력한 후보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프로 무대 첫 시즌에 받아야 했던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상당했다. 첫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기록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필승조로서 꾸준히 내보내려고 했지만 부침이 눈에 보였다. 구위도 떨어졌고 자신감 저하도 눈에 띄었다.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를 한계로 밀어붙였다. 2군행도 보류했다. 그는 “처음부터 150km를 때려야 한다. 그렇게 때린 다음 결과를 봐야 한다”라며 전미르가 초반에 보여줬던 패기를 되찾아주기를 바랐다. 결국 6월 15일을 끝으로 전미르는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데뷔 첫 시즌 36경기 1승 5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88(33⅔이닝 22자책점), 34탈삼진, 21볼넷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전미르는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팔꿈치 염증과 통증으로 재활군에 머물렀다. 혹사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무턱대고 마운드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팀의 열악한 불펜 사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기용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시즌이 끝날 때 까지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는 것. 롯데 관계자들에 의하면 전미르의 팔꿈치와 어깨 쪽에서 당한 첫 번째 부상이라고. 첫 부상에 전미르 스스로 재활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는 전언이다. 2군 관계자들은 전미르가 스스로 멈칫거리면서 재활 속도가 더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월 말에 열린 울산 교육리그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미르로서는 다시 자신의 패기 넘치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 올해 롯데 불펜이 고전했기에 반전이 필요하다. FA 잔류한 김원중 구승민, 그리고 트레이드로 합류한 정철원 모두 올해 저점의 모습을 보여줬기에 반등을 기대할 만한 상황. 전미르가 여기에 건강하게 돌아와서 150km를 뿌리던 패기를 보여준다면 롯데 불펜은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강한 공을 뿌리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투수를 기대하고 중용하는 김태형 감독이기에 전미르에 대한 기대도 컸다. 과연 전미르는 기대대로 패기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