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78억 FA 대박에도…‘KT→한화 이적’ 솔직 심경 밝혔다 “마음 좋지 않아, 떠나게 돼 죄송하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4.12.23 13: 40

“새로운 팀으로 간다는 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죄송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이적생 엄상백(28)은 지난 22일 KT 위즈 공식 채널 ‘위즈 TV’를 통해 대전으로 떠나게 된 솔직한 소감을 밝히고, 10년 동안 응원을 보내준 KT 팬들을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KT 소속이었던 엄상백은 2024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 11월 8일 한화와 4년 총액 78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금 34억 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 원, 옵션 11억5000만 원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하며 잭팟을 터트렸다. 한화 손혁 단장은 “구단 내부적으로 선발투수 뎁스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져 빠르게 영입을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엄상백 합류로 기존 선발진과 시너지는 물론 젊은 선발 자원 육성 계획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엄상백 / 한화 이글스 제공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LG는 임찬규, KT는 엄상백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2회말 LG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KT 선발 엄상백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4.10.06 / dreamer@osen.co.kr

엄상백은 이적 후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정신없이 지냈다.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많이 안정됐고, 아직 실감은 덜 나는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엄상백은 덕수고를 나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1차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했다. 입단 초창기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상무 입대를 전환점으로 삼은 그는 2022년 마침내 핵심 선발자원으로 성장했다. 시즌 초반 부상 이탈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더니 아예 선발로 정착해 10승 투수로 거듭나며 고영표, 소형준과 함께 막강 토종 트리오를 구축했다.
엄상백은 그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뛰다가 배제성을 제치고 선발로 정착해 33경기 11승 2패 평균자책점 2.95 커리어하이를 썼다. 9월 2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데뷔 첫 10승, 10월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첫 선발 10승을 차례로 달성했고, 승률 .846를 기록하며 KBO리그 대표 에이스 김광현(.813·SSG 랜더스)을 제치고 승률왕을 거머쥐었다.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트윈스와 KT 위즈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가 열렸다.홈팀 LG는 손주영, KT는 엄상백을 선발로 내세웠다.1회말 KT 선발 엄상백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4.06.23 / ksl0919@osen.co.kr
엄상백은 올해 예비 FA 시즌을 맞아 29경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남겼다. 전반기 17경기 7승 7패 평균자책점 5.18로 고전하다가 후반기 12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반등했다. 그 결과 다승 공동 3위, 탈삼진 6위(159개)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를 높였다.
엄상백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28살의 젊은 정상급 선발 자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2시즌부터 3시즌 연속 풀타임 선발 소화, 시속 150km가 넘는 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터 등을 바탕으로 한 탈삼진 능력 등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고, 70억 원이 넘는 FA 대박의 꿈을 이뤘다.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엄상백 / 한화 이글스 제공
그러나 FA 계약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10년 동안 몸담은 팀을 떠나 새 둥지에 적응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엄상백은 “8년 동안 1군에 있으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간다는 게 마음이 안 좋다. 기쁘지만도 않다”라며 “프로에서 첫 이적인데 많이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이전 동료들한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어딜 가서든 자주 연락하면서 지내겠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KT에 입단한 나는 아픈손가락이었다. 전역 후 이제 야구를 조금 하려고 하는데 떠나게 된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그래도 팬들이 주셨던 응원과 사랑을 평생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새기며 야구 인생을 살겠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KT 팬들을 향한 진심을 표현했다. 
1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5위 결정전이 열렸다.KT는 엄상백, SSG는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선발로 내세웠다.2회초 2사 1,3루에서 KT 엄상백이 SSG 오태곤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기뻐하고 있다. 2024.10.01 / jpnews@osen.co.kr
엄상백과 함께 대전으로 떠나게 된 유격수 심우준도 영상에 등장해 KT 팬들에게 인사했다. 심우준은 엄상백 계약 전날인 11월 7일 4년 최대 50억 원(보장 42억 원, 옵션 8억 원)에 한화와 FA 계약했다. 
심우준은 “그동안 심우준이란 선수를 만들어준 KT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팬들 응원 덕분에 이렇게 성장한 거다. 잊지 못할 팀에 있었던 거 같다”라며 “앞으로 KT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KT 팬들이 조금씩 늘어갈 때마다 감동적이었고,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게 사실이다. 이렇게 떠나게 됐지만 10년 동안 응원 많이 해주시고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했다. 위즈파크에서 뵙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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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심우준 /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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