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항상 햄스트링이 제일 걱정이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한 선수의 뛰는 모습을 보며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3월 말 트레이드로 합류한 뒤 ‘복덩이’가 된 내야수 손호영(30)이 부상으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형 감독의 걱정은 어쩌면 당연했다. 손호영은 3월 31일 LG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뒤 잠재력을 펼쳤다. 그러나 ‘유리몸’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지 못했다. 햄스트링 부상만 두 차례 당하면서 55일을 결장했다. 경기 수로 따지면 37경기였다.
37경기를 빠졌음에도 손호영이 보여준 활약과 생산력은 대단했다. 102경기 타율 3할1푼7리(398타수 126안타) 18홈런 78타점 OPS .892의 성적을 기록했다. 적지 않은 경기를 빠졌음에도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지만, 결장한 경기가 적었더라면 20홈런도 넘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던 시기가 있었음에도 30경기 연속안타라는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KBO 역대 3위, 구단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었다.
손호영이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은 맞지만 부상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두 번째 햄스트링에서 돌아온 직후인 8월 초, 김태형 감독은 “당장 통증은 없는데 100%가 아닌 80%다. 조금 더 무리하면 (햄스트링 근육이)찢어질 수도 있다. 근육도 약한 것 같더라”라며 걱정의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기에 롯데는 시즌 중반부터 손호영의 ‘철강왕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손호영은 11월 초부터 한 달 가량 일본 도쿄에서 투수 박진과 신인 김태형과 함께 특별 트레이닝을 받았다. 미야자키 수비캠프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몸을 더 굳건하게 만들고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펼쳤다. 근육의 가동성과 재활과 부상 방지, 몸에 맞는 식단까지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손호영도 트레이닝 센터로 떠나기 전 “트레이닝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들었다. 독하게 마음 먹고 다녀오려고 한다. 죙장히 좋을 것 같다. 구단에 감사하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철강왕 프로젝트’의 결실이 맺어지고 손호영이 건강해진다면 롯데의 전력 계산도 수월해질 수 있다. 손호영의 이적 후 생산력 만큼은 인정할 만 했지만, 부상 관리 역시도 실력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아쉬움이 따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벤치 입장에서는 성적도 좋으면서 온전한 풀타임을 꾸준하게 소화하는 선수만큼 고마운 선수는 없다.
더 많은 경기에 나서게 되면 홈런 숫자 역시도 늘어날 수 있다. 올해 해내지 못한 20홈런 고지도 밟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롯데는 최근 사직구장 담장을 6m에서 4.8m로 다시 낮추는 결단을 내렸다. 손호영을 비롯한 윤동희 고승민 등 중장거리 타자들의 장타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 그동안 ‘억제기’였던 이른바 ‘성담장’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 손호영 역시도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하게 풀타임을 뛰고 낮아진 담장까지 등에 업은 손호영의 홈런 숫자는 과연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을까. 롯데의 마지막 20홈런 타자는 2022년 은퇴 시즌의 이대호(22)였다. 손호영은 이대호의 뒤를 이을 20홈런 타자로 등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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