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2일 공식 SNS를 통해 "최영근 감독과 소통 끝에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 구단을 이끈 최영근 감독께 감사드리며 앞날에 행운이 있길 응원한다"라고 발표했다.
최영근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인해 자진 사퇴한 조성환 감독의 뒤를 이어 인천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반전은 없었다. 인천은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창단 역사상 처음으로 다이렉트 강등이 확정됐다.
그런데 최영근 감독은 인천과 계약 해지를 합의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통보였다. 결국 인천은 최영근 감독에 이어 윤정환 감독까지 이중계약을 한 상태다.
최 감독에게 계약 해지를 전달한 것은 심찬구 임시대표이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 감독은 갑작스럽게 계약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하지만 계약기간은 남은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갑작스럽게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5년까지다. 이미 인천 구단은 최 감독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했다. 차기 감독 선임을 논하는 순간에도 최영근 감독에게 공식적인 입장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 감독의 거취가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의 비상혁신위원회는 새로운 감독과 협상을 펼친다고 했다.
윤정환 감독과 계약을 체결하기 전 유튜브를 통해 비혁위가 현직 K리그 감독과 협상을 펼치고 있으며 공개적으로 기다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감독과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준비중인 구단들도 결별을 공식화 했다.
일반적인 계약을 종료하는 과정에서도 공식적인 작업이 필요하지만 인천은 그렇지 않았다.
최영근 감독은 한숨을 쉬며 "아직 계약 해지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되고 있어 어지러운 상태"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 감독은 "시즌을 마친 뒤 강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 시즌까지 이어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저는 인천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제가 모든 짐을 지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임시대표께서는 한번 더 해보자고 하셨다. 지난 15일에 연락이 와 시장님께 보고 드리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더이상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런데 임시대표님이 아닌 구단 팀장이 지난 18일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시장님께서 거부 하셨다고 했다. 그 후 따로 연락을 받은 것은 어제(21일) 저녁이다. 임시대표께서는 저를 남기고자 노력하셨지만 시장이 거부 하셨다고 말씀 하셨다. 해지 합의서도 작성하려고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만약 시장님께서 원치 않으셨다면 임시 대표님께서 미리 연락을 주시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 뿐만 아니라 선수들 또 다른 축구인들을 위해서 그 부분은 다시 확인하고 싶다. 모든 것은 제가 책임을 지면 될 것이었다. 다만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시고 순리대로만 해결했으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인천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윤정환 감독과도 껄끄러운 동행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천은 22일 "2024시즌 강원 FC를 K리그 1 준우승으로 이끌며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윤정환 감독을 제13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지난시즌 도중 강원FC에 부임해서 첫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승리 등을 통해 생존을 일궈낸 뒤 올해 강원을 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윤 감독은 올시즌 강원에서 19승 7무 12패로 승점 64점을 쌓아 구단 역사상 최고 순위인 2위를 차지했다. 그 지도력을 바탕으로 2위 팀 사령탑임에도 K리그 올해의 감독에 선정됐다.
그러나 재계약을 놓고 강원 구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갈라선 채 감독 시장에 나왔다.
결국 올해 9승 12무 17패(승점 39점)로 K리그 1 12개 팀 중 최하위에 그쳐 창단 후 처음으로 2부 강등의 쓴맛을 본 인천에서 새출발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