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4선 반대" 원성인데... 또 주변인 말 듣고 출마한 정몽규 "결자해지 각오로"[일문일답]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12.19 19: 41

축구팬들 사이에선 정명규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4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하지만 정몽규 전 회장은 도전을 강행한다.
정몽규 회장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포니정재단빌딩 1층 콘퍼런스홀에서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출마를 선언한다"라고 4선 도전 배경을 밝혔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의 연임 적격 판정을 통과해 이번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사진] 정몽규 선거캠프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정 회장,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교수(스포츠기록분석학과)의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13년 1월 첫 회장 선출 당시 세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당선된 뒤, 2·3선 때는 단독 출마로 이변 없이 연임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선으로 치른다.
이날 공식 출마를 알린 정 회장은 25일~27일 사이 후보 등록을 진행할 계획이다. 선거는 1월 8일 진행된다. 당선자는 1월 22일 개최되는 정기총회에서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출마를 밝히면서 4가지를 약속했다. ▲과감한 개혁으로 축구협회 신뢰 회복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 향상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를 축구산업 발전을 위한 플랫폼으로 완성 ▲디비전 승장제 성공적 완성으로 축구 저변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정 회장은 천안축구센터 완공과 디비전 승강제 완성을 4연임 후 해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회장의 이번 연임 도전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축구협회는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시도,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를 받았다. 지난 달 10일 문체부는 감사 최종 브리핑 당시 총 27건의 부당한 사항을 확인하고 정 회장 등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도 정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조는 2차례 성명을 통해 정 회장의 퇴진을 외쳤다.
그러나 정 회장은 4연임 도전에 나서며 사실상 중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겠단 입장을 취했다.
정 회장은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난 12년간 많은 분들과 같이 고민하며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축구협회가 미진했던 것들, 잘못한 것들에 대한 비판은 가감 없이 수용해 협회와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정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당선되면 "모든 정책을 동원해 협회를 바로 잡는 법을 찾겠다"라고 한 문체부의 향후 보조금 삭감 조치를 KFA가 받을 수 있다. 
천안축구센터 보조금 부정 수급 논란과 관련해 문체부는 KFA에 과징금 부과와 보조금 중단 검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천안 센터의 문제는 사무실을 두면 안 되는 곳에 두려고 한 것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 아직 완공되지 않았으니 사무실을 설치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라며 “사무실을 두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조금을 중단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라고 보진 않는다.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문체부로부터 중징계 이상을 요구받았는데, 출마 결심한 계기
- 여러 지적을 받으며 많이 고민했다. 협회 행정의 구조적 문제인지, 아니면 저 개인 문제인지 돌아봤다. 저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런 흐름이 현장의 감독과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질책 속에서 성찰할 시간을 갖게 된 점은 오히려 감사하게 여긴다.
▲ 팬들 사이에서는 회장 연임 반대 의견이 크다. 어떻게 생각하나?
- 출마를 고민할 때 축구계 내부에서는 제가 시작한 사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반면 친지들은 정부와 마찰을 빚는 상황에서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팬들의 비판 겸허히 수용하겠다. 특히 정부와의 소통 부족으로 오해가 생겼던 부분이 있었다. 월드컵 상금 배분 문제나 아시안컵 유치 실패 등이 그 예다. 월드컵 분담금의 45%를 선수단에 지급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선수단에 30~45%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출전 경비와 유소년 축구 지원에 사용한다. 아시안컵 유치 역시 상대국들이 훨씬 큰 금액을 내걸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부분들을 문체부와 다시 잘 풀어나가겠다.
▲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 이번에 당선된다면 마지막 임기로 삼을 생각이다. 앞으로 협회장에 오를 재능 있는 후배들을 키우고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그 이후 제가 더 회장직을 이어갈 생각은 없다.
▲ 후배 양성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 예를 들면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같은 스타 출신들이 협회 업무에 적극 참여하도록 돕고, 축구 행정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다. 더 많은 축구인들이 행정 분야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 문체부는 감독 선임 과정과 축구인 사면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 감독 선임은 전력강화위원회 추천과 이사회를 통한 공식 절차를 지켰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인사 과정을 전부 공개 중계하는 것은 어렵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들도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면 문제를 제외하면 대한체육회 감사에서 늘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제는 필요한 규정을 수시로 점검·보완하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
▲ 협회 내부에서도 회장에 대한 비판이 많다는데, 어떻게 느끼는가?
- 기업인 출신이다 보니 소통보다 효율을 우선한 게 실수였던 것 같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협회 내부뿐 아니라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더 적극 듣겠다. 소통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 구조도 손볼 계획이다.
▲ 축구계에서 화합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 투표 과정에서 편 가르기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건 그 후에 어떻게 하나로 묶어내느냐다. 투표가 끝난 뒤 단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허정무, 신문선 후보가 회장을 비판하고 있는데?
- 허정무 감독님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이뤄낸 분이다. 신문선 위원은 해설자로서 인상적이었다고 들었다. 두 분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 타당한 부분은 받아들이겠다.
▲ 다른 후보들은 파주NFC와 천안축구센터를 동시에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 집이 두 채면 관리비도 2배로 든다. 파주NFC는 재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월세 집에 돈을 들이기보다는 저의 집을 새로 단장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은 재정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 본다.
▲ 다른 후보들이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응할 의사가 있나?
- 후보 등록 후 저의 공약을 발표할 것이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확인한 뒤, 공개토론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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