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이 4가지 공약과 숱한 비난에도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정몽규 회장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포니정재단빌딩 1층 콘퍼런스홀에서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출마를 선언했다"라고 4선 도전 배경을 밝혔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의 연임 적격 판정을 통과해 이번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정몽규 현 회장,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교수(스포츠기록분석학과)의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13년 1월 첫 회장 선출 당시 세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당선된 뒤, 2·3선 때는 단독 출마로 이변 없이 연임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선으로 치른다.
이날 공식 출마를 알린 정 회장은 25일~27일 사이 후보 등록을 진행할 계획이다. 선거는 1월 8일 진행된다. 당선자는 1월 22일 개최되는 정기총회에서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정 회장의 이번 연임 도전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축구협회는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시도,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를 받았다. 지난 달 10일 문체부는 감사 최종 브리핑 당시 총 27건의 부당한 사항을 확인하고 정 회장 등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 내부에서도 정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조는 2차례 성명을 통해 정 회장의 퇴진을 외쳤다.
정 회장은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난 12년간 많은 분들과 같이 고민하며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축구협회가 미진했던 것들, 잘못한 것들에 대한 비판은 가감 없이 수용해 협회와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4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과감한 개혁으로 축구협회의 신뢰를 회복하겠다.
-국민 소통을 핵심가치로, 열린 행정을 통해 협회 시스템을 혁신하겠다. 빛나지 않는 곳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노력하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집행부의 전면적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거버넌스 구조를 혁신하겠다.
이와 더불어 열린 행정을 위해 상장기업 수준의 투명한 경영공시를 도입하고, 정책수립 과정에 대한 정기적이고 효과적인 국민소통 방안도 마련하겠다. 특히, 음지에서 헌신하고 있는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행정적 지원과 인재를 등용하는 일에 앞장서겠다.
▲둘째,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
국민의 기대에 맞는 훌륭한 지도자를 투명하게 영입할 수 있도록 정력강화위원회의 시스템을 보다 전문적으로 가다듬겠다. 아울러 FIFA와 AFC에서의 축구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FIFA 평의회 등 국제 무대에 진출해 교류를 확대하고 미래 세대를 국제무대에 진출시키기 위해 국제 위원회를 부활시키겠다.
▲셋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를 축구산업 발전을 위한 플랫폼으로 완성하겠다.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은 단순히 경기장과 건물을 건설하는 일이 아니다. 유소년부터 성인, 국가대표까지. 각급 경기부터 전국대회, 리그까지. 한국축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자, 축구산업 전반의 확장 인프라다. 차질없이 모든 건설을 마무리하고, 센터 법인화-수익화-자립화의 3단계 완성을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 산업을 키우고 축구인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넷째, 디비전 승장제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축구 저변을 키우겠다.
1부부터 7부까지, 축구를 즐기는 모두가 참여하는 ‘한국형 디비전 승강제’를 2027년까지 완성해 축구가 국민의 일상이 되는 미래를 만들겠다. 분리 운영 중인 프로-세미프로-아마추어 디비전 시스템 통합을 위한 제도를 구축하고, 하부 리그의 체질강화와 전문성 확보, 운영 안정화를 지원하겠다. 학원축구를 강대강 리그, 대회 구조로 개편해 유소년들의 실질 경기력을 높이겠다.
공약을 전하면서 정 회장은 “공감하고, 공유하고, 공헌하겠다. 디비전 승강제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등 준비된 미래, 대한민국 축구 선진화를 위한 소임을 완수하겠다. 축구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돼 대한민국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많은 성원과 지지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천안축구센터 완공과 디비전승강제 완성을 4연임 후 이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이를 반드시 정 회장이 해야 한단 뚜렷한 명분이 있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정 회장은 “세상 일에 ‘누구만 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면서도 문체부와 오해를 잘 풀어 천안축구센터 완공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축구센터 보조금 부정 수급 논란과 관련해 문체부는 KFA에 과징금 부과와 보조금 중단 검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천안 센터의 문제는 사무실을 두면 안 되는 곳에 두려고 한 것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 아직 완공되지 않았으니 사무실을 설치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라며 “사무실을 두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과징금을 부과하고 보조금을 중단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라고 보진 않는다.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그는 “여러 오해가 얽혀 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카타르 월드컵 분담금 배분 방식과 아시안컵 유치 실패가 오해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월드컵 분담금의 45%를 선수단에 지급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선수단에 30~45%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출전 경비와 유소년 축구 지원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아시안컵 유치 실패에 대해서는 “우리는 300억 원을 제안하려 했지만 정부 권유로 600억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1,800억 원을 제안하면서 유치를 실패했다"라며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정부 감사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는 축구협회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출마 의사를 밝힌 두 명의 후보와 3자 토론 가능성에 대해선 “공약을 발표한 뒤, 다른 분의 공약도 볼 것이다. 얼마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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