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우승을 이끈 필승조가 이탈했다. 하지만 불펜 전력은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1997년 이후 2연패로 왕조 구축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KIA는 19일 키움 히어로즈와 깜짝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국가대표 마무리 경험이 있는 조상우를 데려오면서 202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10순위), 4라운드(40순위) 지명권, 그리고 현금 10억원을 건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동안 키움의 필승조이자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 경력까지 갖춘 조상우를 둘러싼 트레이드 루머가 파다했다. 올해 정규시즌 트레이드 마감시한까지도 조상우의 트레이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 시점 조상우도 어깨 염증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고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조상우는 올해 정규시즌이 모두 끝나고 2025시즌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트레이드 됐다. 조상우가 향하게 될 팀은 올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였다. KIA는 올해 우승 전력이 FA 시장에서 유출됐다. 올해 75경기 5승4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전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던 필승조 장현식이 팀을 떠났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서 4년 52억원에 LG 트윈스와 계약을 맺었다. 52억원 전액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우승팀이 아닌 서울 고향팀에 둥지를 틀었다.
KIA는 장현식이 빠졌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준수한 불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마무리 정해영에 필승조 전상현 곽도규 최지민 등의 자원이 건재하다. 올해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여준 파이어볼러 영건 김도현에 유승철 김기훈 김현수 그리고 올해 신인 김태형 등의 영건 자원들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KIA는 장현식의 빈 자리에 새 얼굴의 등장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검증되고 확실한 선수로 채워넣기를 바랐고 트레이드 시장에 여전히 남아있었던 조상우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리그 내에서 조상우만큼 검증된 필승조 투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3년 넥센(현 키움)의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조상우는 통산 343경기 33승 25패 88세이브 54홀드 평균자책점 3.11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150km를 넘나드는 구속에 무브먼트를 곁들인 강속구로 탈삼진 능력이 출중하다. 통산 419⅓이닝에 430탈삼진을 기록했다. 9이닝 당 9.23개의 탈삼진 수치.
또한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12 대회,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등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누비기도 했다. 국가대표 필승조로서도 검증된 투수다. 굳이 비교하면 장현식보다 불펜 투수 커리어가 더 좋다. 장현식도 KIA에서 필승조로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이 존재감을 단번에 채워낼 조상우의 커리어와 존재감이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하고 맞이한 첫 시즌, 44경기 1패 6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고 어깨 염증으로 8월 이후 등판이 없었다. 그러나 KIA는 내부적으로는 단순 염증이라고 판단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심재학 KIA 단장은 “이범호 감독과 현장에서 트레이드 이야기를 해왔다. 장현식이 빠진 자리를 놓고 고민을 컸다. FA 불펜 투수들 중에는 마음에 차는 선수가 없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키움 단장을 잠깐 봤고 의사타진을 했다”라고 트레이드를 추진한 배경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권 수성의 의지를 다지면서도 현재 팀 내 유망주들의 출혈 없이 데려온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2026년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을 내줬지만 지명 순번은 후순위인 10순위와 40순위다. 대권 도전의 퍼즐을 채우는 것 치고는 큰 출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심 단장은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올해 우승해서 지명순위가 마지막이다”라며 “내년 10번째(1라운드)와 40번째(4라운드) 신인을 내주는 것이다. 어떤 신인이 올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올해 같이 앞쪽이면 상상하기 힘든 트레이드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승팀이 다음해에 힘들어하는 이유가 불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뎁스를 키우려고 노력을 해왔고 이번에 트레이드로 불펜자원을 보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년 이후 전력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권 수성을 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왕조 구축의 의지를 다진 KIA다. 이제 KIA는 조상우와 함께 1996~1997년 이후 28년 만의 ‘리핏(2연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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