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홈런. 홈런을 펑펑 때려내는 만큼 팬들도 열광하고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1년을 마무리 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홈런왕이 언제나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것은 아니다.
KBO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24 신한 SOL뱅크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개최한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상식이자 축제의 장이다.
골든글러브는 투수, 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외야수(3명), 지명타자, 총 10명이 수상한다. 후보로는 각 부문 타이틀홀더는 자동으로 후보에 올라가고 투수는 규정이닝과 10승, 30세이브, 30홀드 이상 선수가 후보에 오른다. 포수 및 야수는 해당 포지션에서 수비이닝 72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후보 자격을 얻는다. 지명타자로는 297타석 이상 들어서야 후보 자격이 생긴다.
올해 정규시즌 부상선수들이 속출하고 부진을 거듭하면서 9위로 추락한 NC 다이노스. 시즌 막판 사령탑이 경질되기까지 하는 등 고난의 시간들을 보냈다. 그래도 올해 NC는 외국인 투수 카일 하트, 그리고 외국인 거포 맷 데이비슨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두 선수 모두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거뒀다. 하트는 26경기 등판해 13승 3패 평균자책점 2.69(157이닝 47자책점) 탈삼진 182개, 승률 .813, WHIP 1.03, 퀄리티스타트 17회 등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탈삼진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탈삼진 타이틀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 막판까지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까지 총 4관왕에 도전하기도 했다. 올해 리그를 압도한 외국인 투수였다. 제임스 네일(KIA) 원태인(삼성) 등과 경쟁을 해야 하지만 하트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유력하다.
외국인 거포 데이비슨은 리그 최고의 거포 타이틀을 획득했다. 데이비슨은 131경기 타율 3할6리 154안타 46홈런 119타점 출루율 3할7푼 장타율 .633 OPS 1.003의 기록을 남겼다. 46홈런으로 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4~2016년 3시즌 간 활약하면서 ‘전설’이 된 에릭 테임즈를 소환해냈다. 2016년 테임즈 이후 8년 만에 NC 소속 4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이자 홈런왕의 주인공이 됐다. 리그 전체적으로 봐도 데이비슨의 46홈런은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47홈런) 이후 4년 만에 최다 기록이었다. 홈런 외에도 올해 타점 2위, 장타율 2위, OPS 3위 등의 기록으로 거포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로 꼽히는 골든글러브에 꼽혀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데이비슨의 포지션에 또 다른 걸출한 선수가 포진해 있다. LG 트윈스 오스틴 딘이다. 오스틴도 타이틀홀더다. 132타점으로 타점왕에 올랐다. LG 구단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구단 최초 타점왕이기도 했다.
타율 3할1푼9리 168안타 32홈런 132타점 12도루 출루율 3할8푼4리 장타율 .573 OPS .957의 성적을 남겼다. 타점왕에 OPS 6위, 홈런 공동 6위, 안타 9위 등의 기록을 남겼다. 데이비슨이 홈런과 장타에 기록이 특화되어 있다면 오스틴의 타격 성적은 전부문 고르게 상위권에 포진되어 있다. 오스틴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하는 정성을 보였다.
두 선수 모두 타이틀홀더이기에 골든글러브 자격이 있다는 것은 손색이 없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홈런왕 타이틀의 가치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홈런왕과 골든글러브가 반드시 이어지는 동의어는 아니었다.
1982년 원년부터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을 살펴봤을 때, 홈런왕이 골든글러브를 못 받은 경우는 총 4차례였다. 1982년 김봉연(22홈런), 1998년 타이론 우즈(42홈런), 2004년 박경완(34홈런), 2015년 박병호(53홈런)가 홈런왕에 오르고도 황금장갑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82년의 경우 골든글러브에 지명타자 부분이 없었다. 대신 베스트10과 함께 수상했다. 김봉연은 지명타자 부문 후보라고 볼 수 있었지만 골든글러브는 수상 자체가 안됐고 베스트10에서는 프로야구 유일의 4할 타자 백인천에 밀려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홈런왕이 골든글러브를 타지 못한 실질적인 첫 사례는 1998년 우즈였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첫 해, 우즈는 광활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42홈런을 때려냈다. 잠실구장 최초 40홈런 타자로 잠실 홈런왕의 타이틀을 얻었다. 126경기 타율 3할5리 138안타 42홈런 103타점 출루율 3할9푼3리 장타율 .619 OPS 1.012의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이 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타율 3할6리 138안타 39홈런 102타점 출루율 .404 장타율 .621 OPS 1.025였다. 홈런과 타점에서 우즈가 근소하게 앞섰고 나머지 기록들은 엇비슷했다.
2004년 박경완도 포수로서 34홈런을 기록, 2000년 이후 커리어 두 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타율 2할9푼5리 121안타 34홈런 79타점 출루율 4할4푼 장타율 .595 OPS 1.035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황금장갑은 홍성흔의 차지였다. 홍성흔은 이 해 타율 3할2푼9리 165안타 14홈런 86타점 출루율 3할8푼4리 장타율 .475 OPS .859의 성적을 기록했다. 홍성흔은 최다안타왕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2015년 박병호는 53홈런을 때려내며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개인 커리어 최다 홈런이었고 타율 3할4푼3리 181안타 53홈런 146타점 출루율 .436 장타율 .714 OPS 1.150의 괴력을 선보였다. 그런데 테임즈라는 더 강력한 괴수가 있었다.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140타점 40도루 출루율 4할9푼7리 장타율 .790 OPS 1.287의 성적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최초 40홈런 40도루 기록을 남기는 등 리그 MVP의 주인공이었다.
이렇듯 홈런왕이라고 무조건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홈런왕 데이비슨은 타점왕 오스틴과의 득표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아니면 홈런왕이 골든글러브를 못 받은 5번째 사례로 남게 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