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이면 기쁘겠네" 토트넘, 레인저스에 대망신...'이길 자격 없었다'→GK 선방쇼로 간신히 무승부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12.13 08: 41

말 그대로 비긴 게 다행이다. 토트넘 홋스퍼가 또 졸전을 피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13일 오전 5시(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6라운드에서 레인저스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토트넘은 공식전 5경기째 승리하지 못했다. 지난달 맨체스터 시티전 4-0 승리 이후 3무 2패에 그치고 있다. UEL 리그 페이즈 순위는 승점 11로 9위. 레인저스와 승점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밀렸다. 

올 시즌부터 개편된 UEL은 상위 8팀까지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토트넘이 여기서 더 순위를 끌어올리려면 남은 두 경기에서 승리해야 한다. 토트넘은 호펜하임, IF 엘프스보리와 맞대결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부상 병동'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 티모 베르너-제임스 매디슨-브레넌 존슨, 이브 비수마-로드리고 벤탄쿠르, 데스티니 우도기-라두 드라구신-아치 그레이-페드로 포로, 프레이저 포스터가 선발로 나섰다. 
어렵사리 라인업을 꾸린 토트넘이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반 더 벤이 지난 첼시전에서 부상 복귀하자마자 또 쓰러졌다. 벤 데이비스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기에 센터백이 아닌 그레이가 드라구신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최전방에는 휴식이 필요한 도미닉 솔란케 대신 손흥민이 자리했다.
양 팀이 초반부터 공격을 주고받았다. 토트넘은 시작하자마자 좋은 전개로 박스 안까지 전진했으나 베르너의 마무리가 부정확했다. 레인저스는 전반 10분 역습 기회에서 네딤 바이라미가 슈팅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이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12분 매디슨이 왼쪽 하프스페이스로 파고들었고, 좋은 위치로 움직인 손흥민에게 컷백 패스를 내줬다. 손흥민은 발을 갖다대며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으나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골키퍼에게 잡혔다.
토트넘이 계속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레인저스의 후방 빌드업 실수로 몇 차례 공을 끊어내고도, 마무리 작업에서 짜임새가 부족했다. 레인저스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도 실수가 잦았으나 모두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그는 전반 부진했던 베르너를 불러들이고, 데얀 쿨루셉스키를 투입했다. 존슨이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쿨루셉스키가 우측면에 위치했다.
레인저스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후반 2분 태버니어가 성큼성큼 전진한 뒤 박스 안으로 완벽한 얼리 크로스를 배달했다. 이를 함자 이가마네가 정확한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이가마네를 아무도 견제하지 못한 토트넘 수비였다.
답답한 공격을 이어가던 토트넘이 교체로 변화를 꾀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15분 존슨, 벤탄쿠르, 비수마를 빼고 파페 사르, 도미닉 솔란케, 루카스 베리발을 한꺼번에 넣었다. 손흥민도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토트넘이 드디어 동점골을 만들었다. 후반 30분 솔란케가 우측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한 뒤 욕심내지 않고 옆으로 패스했다. 흐른 공을 쿨루셉스키가 왼발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꺾어차면서 골키퍼의 허를 찌르는 슈팅이었다.
포스터가 슈퍼세이브로 토트넘을 구했다. 후반 40분 시리엘 데셀스가 수비를 따돌리면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완벽한 득점 기회였지만, 포스터가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냈다. 후반 42분엔 데셀스가 골망을 흔들었으나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다시 한번 실패로 끝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용병술이다. 손흥민이 스트라이커로 나섰지만, 최전방에서 공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베르너와 존슨 둘 다 공을 갖고 있을 때보다는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데 강점이 있기에 좀처럼 소유가 되지 않았다. 측면까지 잘 연결해도 빠르게 크로스를 올리는 데 급급했다.
전체적으로 레인저스가 더 몰아붙인 경기였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슈팅 수(15-12)와 유효 슈팅(6-3), 큰 기회(2-0) 둘 다 레인저스가 압도했다. 기대 득점(xG)도 레인저스는 1.49를 기록했지만, 토트넘은 0.87로 1골도 되지 않았다. 선방 5회를 기록한 포스터가 아니었다면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경기 후 제임스 맥패든은 "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셀틱 경기를 많이 봤다. 같은 종류의 주제와 연극 구절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리 많진 않았다. 자신감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확실히 신선함이 부족하다"라며 "포스터가 몇 차례 뛰어난 선방을 펼쳤다. 토트넘은 질 수도 있었지만, 포스터 덕분에 피했다"라고 지적했다. 
레인저스 출신 닐 맥켄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레인저스는 전적으로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토트넘은 1-1이면 기뻐해야 한다. 레인저스가 토트넘을 정말 놀라게 했다. 모든 면에서 정말 놀라웠다. 단순한 번뜩임이 아니었다. 일관적으로 위협을 가했다"라며 레인저스가 훨씬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짚었다.
동점골의 주인공 쿨루셉스키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TNT 스포츠'를 통해 "레인저스는 매우 좋은 플레이를 했고, 우리는 조금 고전했다. 우리는 경기에서 이길 만큼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레인저스는 완벽한 경기를 치렀다. 아름다운 경기장이었고, 팬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또한 쿨루셉스키는 "난 무언가 바꾸고 싶었다. 한 번은 성공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항상 득점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일요일엔 승리할 시간이다. 모두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해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흥민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부지런히 뛰며 전방 압박을 이끌었으나 90분 동안 슈팅 1회,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성공 1회 등에 그쳤다. 다시 한번 무위에 그친 '손톱' 전술이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스퍼스 주장 손흥민은 오늘 밤 흔들렸다. 그는 중앙에 존재하지 않았고, 박스 안에서 아무 존재감도 없었다. 나중에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을 때도 똑같이 효과 없었다. 손흥민의 리더십이 분명히 부족했다. 올 시즌 그의 아이디어가 부족해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손흥민에게 평점 3.5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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