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운명의 날’이다. FA 투수 최원태의 보상선수가 발표되는 날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13일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려올 보상선수를 최종 결정, 발표한다. LG는 지난 10일 삼성으로부터 보호선수 명단(20명)을 건네 받았다. LG는 나흘 동안 보상선수 지명을 놓고 내부 논의를 했다.
삼성은 지난 6일 최원태와 4년 최대 70억원(계약금 24억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불펜 투수 보강에 최우선이었던 LG는 선발 투수 최원태와 협상에 소극적이었다. 샐러리캡 제한까지 있어 FA 시장에서 어느 정도 형성된 선발 투수 몸값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2023시즌 도중 키움과 1대3 트레이드로 데려온 최원태를 붙잡지 못했다. 결국 최원태는 한 시즌 반을 뛰고 삼성으로 FA 이적을 했다. 최원태는 A등급 FA다. FA 규정에 따라, A등급 선수가 이적을 하면, 원 소속 구단에 선수 연봉의 200%(8억원)와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 또는 연봉의 300%(12억원)를 보상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은 가운데, 삼성 선수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병규 2군 감독이 주목받았다.
1997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병규 2군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2007~2009년) 진출을 제외하고 2016년 은퇴까지 LG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은퇴 후 LG에서 타격코치로 시작해 1군과 2군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삼성 박진만 감독의 제의로 삼성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올해 7월 삼성 2군 감독을 맡아 선수들을 육성했다. 삼성은 올 시즌이 끝나고 이병규 2군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LG가 지난달 2군 감독으로 영입했다.
이병규 2군 감독은 삼성에서 2년을 지내며 1군 뿐만 아니라 2군 유망주 선수들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삼성에서 2군 감독까지 지낸터라 선수단 전체를 속속 알 것이다. 이병규 2군 감독은 공교롭게 친정팀으로 돌아오자마자, 최원태 보상선수 지명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
삼성은 보호선수 20명 숫자가 적어 핵심 전력과 유망주를 모두 보호하기 어렵다.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삼성은 내년 다시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즉시 전력을 많이 보호했을 것이다. 2군 유망주를 숨기려 해도 이병규 2군 감독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삼성은 베테랑 오승환이 보호선수에 포함되느냐를 두고 팬들이 갑론을박을 벌이자, 이례적으로 “오승환은 보호선수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보호선수에서 제외된 불펜 투수, 주전급 백업, 유망주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염경엽 감독이 2022년 11월 LG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후 FA 보상선수를 2차례 지명했다. 2022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서 롯데가 유강남과 4년 80억원에 계약을 했고, 한화는 채은성을 6년 90억원 계약으로 데려갔다.
LG는 유강남의 보상선수로 투수 김유영을 지명했고, 채은성의 보상선수로 투수 윤호솔을 데려왔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 보다는 곧바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투수 자원을 지명했다.
LG는 불펜진에 추가 보강이 된다면 큰 보탬이 되고, 장타력을 지닌 타자도 백업 자원으로 좋다. 이번에 최원태 보상선수로 즉시 전력을 데려올지, 유망주들을 잘 알고 있는 이병규 2군 감독의 의견을 적극 활용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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