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실패로 한국을 떠났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 출신 외야수 마이크 터크먼(34)이 그 주인공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FA 외야수 터크먼과 1년 195만 달러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인센티브 100만 달러와 함께 트레이드시 25만 달러의 이사비를 받는 조건이다. 트레이드가 되고, 인센티브를 다 받으면 최대 320만 달러 계약이다.
터크먼은 지난달 23일 시카고 컵스에서 논텐더로 풀렸다.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갖춘 터크먼의 연봉 상승이 예상되자 젊은 외야수 자원이 풍족한 컵스가 굳이 잡지 않았다. FA가 된 터크먼은 시카고를 떠나지 않고 ‘옆집’ 화이트삭스로 옮겼다.
‘MLB.com’에 따르면 윌 베나블 화이트삭스 신임 감독은 “터크먼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타석에서 자기 존을 컨트롤할 줄 아는 타자로 좋은 수비수이자 주자이기도 하다. 매일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라며 주전으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크리스 게츠 화이트삭스 단장도 “터크먼은 타석에서 수준이 높고, 출루를 많이 하는 선수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얼마나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지 보라. 우리 라인업에 환영할 만한 선수가 들어왔다”고 반겼다.
이날 에이스 투수 개럿 크로셰를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하며 4명의 유망주(포수 카일 틸, 외야수 브레이든 몽고메리, 내야수 체이스 메이드로스, 투수 위켈만 곤잘레스)를 받은 화이트삭스는 내년에도 리빌딩 기조를 이어간다. 중견수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 좌익수 앤드류 베닌텐디 등 몸값이 비싼 외야수들도 올겨울 트레이드 대상에 올려놓았다.
화이트삭스는 터크먼에 앞서 우타 외야수 오스틴 슬레이터(32)도 1년 175만 달러에 FA 영입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 있는 베테랑들을 데려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구상. 게츠 단장은 “시즌이 길고, 로스터에 계속 변화가 있기 때문에 다재다능함이 정말 중요하다. 터크먼과 슬레이터가 외야의 3개 포지션에서 모두 활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7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데뷔한 터크먼은 2019~2021년 뉴욕 양키스를 거쳐 2022년 한국에 왔다.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워 계약하며 한화 유니폼을 입은 터크먼은 144경기 모두 선발 출장하는 성실함과 내구성을 보였다.
타율 2할8푼9리(575타수 166안타) 12홈런 43타점 88득점 64볼넷 104삼진 19도루 출루율 .366 장타율 .430 OPS .796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수비와 주루에서 기여도가 높았지만 외국인 타자로 아쉬운 장타력과 결정력으로 인해 재계약이 불발됐다.
한국에 남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터크먼은 아쉬움 속에 미국에 돌아갔고, 지난해 1월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기회를 모색했다. 5월 중순 코디 벨린저의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수에서 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면서 벨린저가 돌아온 뒤에도 빅리그에 생존했다. 108경기 타율 2할5푼2리(337타수 85안타) 8홈런 48타점 OPS .739로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복귀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연봉 52만2585달러를 받은 터크먼은 올해 컵스와 연봉 195만 달러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도 109경기 타율 2할4푼8리(298타수 74안타) 7홈런 29타점 OPS .723을 기록했다. 팀 내 4번째 외야수로 쏠쏠하게 뛰었지만 특급 유망주 피트 크로우-암스트롱 비롯해 젊은 외야수들이 올라오면서 출장 기회가 제한됐다.
비록 컵스에서 논텐더로 방출됐지만 미국에서 돌아온 뒤 2년간 검증된 활약을 했고,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내년에도 연봉 195만 달러를 보장받았다. 한국을 떠난 뒤 3년간 총 연봉은 442만2585달러, 우리 돈으로 약 63억원이다. 엄청난 대박은 아니지만 넉넉하게 벌었다. 2년 전 한화와 재계약 불발의 아쉬움을 딛고 이뤄낸 전화위복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