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단독 선정하며 축구계 안팎에서 찬사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FIFA는 12일 211개 회원국이 참가한 화상회의를 통해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를 공식 발표했다. 2030년 대회는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가 공동 개최하며, 초대 대회 개최국인 우루과이를 포함한 남미의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도 각각 한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개막전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에스타디오 센테나리오에서 치러질 계획이다.
이로써 2030년 월드컵은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 걸친 3개 대륙에서 6개국이 함께 대회를 진행하게 된다. 이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이후 FIFA가 추구하는 다국적 공동 개최 트렌드를 이어가는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2034년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단독으로 개최한다. 이번 결정은 사실상 예상된 결과였다. 경쟁자로 거론됐던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모두 유치를 포기하면서 FIFA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하는 데 장애물은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산유국으로 막대한 재정을 바탕으로 대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에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며 축구 열기를 끌어올렸고, 월드컵 유치를 위해 환상적인 콘셉트의 경기장 조감도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기울였다.
셰이크 살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유치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번 결정은 사우디 축구의 비전과 열정을 증명하는 사례로, 아시아 축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개최 결정은 축구계의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사우디의 재정적 능력과 축구 인프라 확충 노력은 인정받고 있으나, 인권 문제와 스포츠 워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권 관련 국제 비정부 기구 '국제앰네스티'는 FIFA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하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노동자 착취와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 FIFA가 사우디를 선택한 것은 무모한 결정이며, 이는 많은 이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풋볼서포터스유럽그룹(FSE)도 "이날은 축구가 그 정신을 잃은 날"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인적인 여름 기온으로 인해 대회는 겨울 개최가 유력하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유럽 리그와의 일정 충돌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사법재판소는 FIFA가 겨울 월드컵을 강행하려면 리그와 선수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더욱이 사우디는 2034년 하계 아시안게임(11월 29일~12월 14일)을 유치하고 있어 월드컵 일정이 2035년 1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유럽 리그와 추춘제 시스템을 채택한 리그들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개최는 확정됐지만,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제앰네스티와 스포츠 권리연합(SRA)은 FIFA에 개최지 선정 과정을 중단하고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철저히 검토할 것을 요구했으나 FIFA는 이를 무시했다.
한편, FIFA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한 배경에는 다른 대안이 부족하다는 현실도 작용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030년 유럽·아프리카·남미 공동 개최로 인해 사실상 2034년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한 독무대로 남겨졌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