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여파로 인한 탄핵 정국 속, 연예계에서도 하나 둘씩 소신을 담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탄핵 집회에 참석한 이들을 격려하는 등 힘을 보태는 모습도 보였다. 그 반면 적절치 못한 대응을 보인 일부 연예인들에 대해 대중의 날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은 군사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해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곤란할 때 대통령이 선포하는 계엄을 뜻한다.
이후 4일 오전 1시께 국무회의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됐고, 4시 30분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비상계엄 사태는 약 6시간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그 여파로 탄핵을 요구하는 물결이 이어졌고, 지난 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됐지만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처럼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연예인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간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왔던 이들이지만, 정치 성향을 떠나 군부독재를 연상케 하는 비상계엄 사태에 참지 못하고 나선 것. 8일에는 박찬욱 감독, 봉중호 감독, 변영주 감독, 배우 고민시, 문소리 등 81개 단체·3007명의 영화인들이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신속하게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퇴진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가수, 배우 할 것 없이 탄핵 집회에 참여한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촛불' 이미지 또는 이모티콘을 올려 뜻을 함께하기도 했다. 가수 정세운과 오진석, 에버글로우 미아는 집회에 나간 팬들에게 핫팩, 음료 등을 나눴으며 팬카페나 소통 플랫폼을 통해 팬들을 향한 걱정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들도 생겨났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뮤지컬 배우 차강석은 "간첩들이 너무 많아. 계엄 환영합니다. 간첩들 다 잡아서 사형해 달라"라는 글을 게재해 충격을 안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냈고, 차강석은 이를 공유해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사상 또한 자유다.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차강석은 추가 글을 올리고 "최근 간첩 이슈로 예민해져 있던 차에 반국가 세력 척결에 대한 기대심에 가득 차 스토리에 올리게 됐다. 저급하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부분은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편협한 사고와 자신들의 이득만을 추구하며 편 가르기에만 치중되어 있고 서로서로 혐오하게 만드는 요즘 시국과 국정 운영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근데 그 중심에 간첩들이 개입된 정황이 나오게 되면서 더 예민해졌던 것 같다"라며 "따끔한 충고와 조언 감사히 듣고 자중하며 살겠다"라고 사과했다.
그 여파로 차강석은 계약직으로 강사를 하던 곳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차강석은 9일 추가 라이브를 통해 "계엄 선포의 이유만을 보고 옹호했다.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간첩을 잡는 것에 대해서는 사과할 생각이 없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변함없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임영웅은 혼란한 상황에서 반려견 생일파티 게시글을 올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하냐"는 지적 메시지를 보내자 "뭐요"라는 날선 답변을 보내 보는 이들을 당황케 한 것. 누리꾼은 "위헌으로 계엄령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 하네요. 앞서 계엄령 겪은 나잇대 분들이 당신 주 소비층 아닌가요?"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캡처 이미지가 확산됐을 당시 합성 의혹을 사기도 했지만, 메시지를 보냈던 누리꾼이 동영상으로 인증까지 한 데 이어 소속사 측이 연락을 차단한 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음에 따라 사실상 이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을 인정한 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더해 가수 김흥국은 "해병대에서 대통령 퇴진 시국 선언했더라.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너나 잘해라"라고 반응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계엄 해제 이후에도 김흥국의 채널 '들이대 TV'에는 "계엄령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냐"는 질문 댓글이 달렸고, 김흥국은 "용산만이 알고 있겠지요"라고 말을 돌렸다.
또 "이번 비상계엄은 어떻게 생각하냐", "이번 나라 사태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라는 댓글에는 "묵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10일 김흥국은 OSEN과의 통화에서 "저는 그저 '가수 김흥국', '연예인 김흥국'일 뿐이다.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을 지금 상황에 드러낸다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며 "최근 사태를 보고 너무 심한, 인신공격적인 댓글이 보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몇 번 답을 한 것 뿐"이라고 억울함을 표했다.
이밖에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스타들의 과거 발언을 끌고와 '사상검증'을 하는 게시글이 확산되면서 연예계를 발칵 뒤집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의 반응도 다소 엇갈렸다. 입장 표명은 개인의 자유이며, 탄핵 정국에 목소리를 낼 것을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오히려 탄핵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악플에 시달리는 스타들도 많은 만큼 침묵을 비난하기 보다 용기낸 이들을 응원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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