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련이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에 대해 언급했다.
8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서는 개그우먼 조혜련은 히트곡 ‘아나까나’를 라이브로 부르며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등장부터 스튜디오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조혜련은 "여러분은 해바라기와 채송화를 보면 어떻게 생각하나. 해바라기를 보면 키가 크지만, 채송화는 해바라기보다 작으니 열등하다고 생각하시나"라며 "그런데 저는 항상 장도연을 보면 ‘좋겠다’ 생각했다. ‘나는 왜 짧고 굵은 거야?’ 하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혔었다"라고 운을 뗐다.
조혜련은 "제 인생에는 여유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더 잘해야 해, 최고가 돼야 해, 하는 마음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러다 보니 늘 사람과 비교하게 되더라. 예를 들어, 박미선 언니가 저랑 친하다. 그 언니가 나보다 두세 개 하면 제가 떨어져 보이고, 김숙은 프로그램 몇 개 하고 있어? 새어보고 있는 거다"라며 "그 비교로 인해 불행한 사람이 됐다. 제 제 존재를 증명하느라 인생을 다 바쳤다. 내가 나를 너무 괴롭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럴 때 제 친한 동생이 ‘책이라도 읽어봐’ 하면서 몇 권을 줬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 혁명이었는데, 우리의 의식 수준의 평균은 207인데 저는 낮은 레벨의 의식 수준이더라. 한국 활동 하다 일본 활동하고, 힘든 과정도 겪으면서 그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심한 우울증도 오게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400 이상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가 책이라더라"라며 "그렇게 (책도 읽고) 긍정적 생각도 하다 보니 에너지가 올라온 거다. 그러다가 나폴레온 힐의 ‘나의 꿈 나의 인생’이라는 책이 있다. 괴로우면 일기를 쓰라더라. 보통 일기는 과거를 쓰는데, 미래 일기를 쓰라고 하더라. 날짜와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쓰고, 된 것처럼 행동하라더라. 그때는 죽을 만큼 힘들어서, 50년 후, 내가 죽는 날을 썼다. 우리 아이들이 장례식 치러주는 모습도 썼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일기를 쓰면서, 내가 좋아졌다. 5개 국어 마스터한 날, 우리 딸 결혼하는 날을 미래로 썼다. 그런데 저는 이게 상당히 긍정적 에너지를 준 게 뭐냐면, 미래 일기가 과거 일기가 되더라"라며 "또 책 한 권이 있다. 휴렌의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인데, 내면의 나를 꺼내는 법이 있더라. 왼쪽 가슴에 살포시 손을 얹고, ‘OO아 사랑해’. (해보니까) 나랑 사는 나인데, 내가 나를 가장 미워했더라. 그러니까 살 소망도 없고,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 나를 누구도 사랑해 주지 않더라.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내가 나를 위로해 줬다"라며 자신만의 비법을 전했다.
또한 그는 "제가 그렇게 에너지가 올라오니까, 제 삶의 중심에 사랑이 발견되면서 가족이 보이더라. 우리 아이들, 남편이 보이고, 그 사람들이 너무 소중한 거다. 결국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건 사랑인 거 같다. 가족의 사랑 속에서 그전처럼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여유를 가지게 되더라. 하지만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라며 "울컥하는데, 엄마를 사랑하기가 힘들더라.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이라며 엄마를 미워하고 사랑할 수 없었던 복잡한 감정을 고백하기도.
조혜련은 "왜냐하면 우리 엄마는 아들을 무조건 낳아야 하는데, 첫째부터 넷째까지 딸이었다. 그렇게 다섯째를 가졌는데, 호랑이가 배에 들어오는 태몽을 꿨는데, 그렇게 태어난 게 저였다"라며 "어렸을 때부터 태어나면 안 되는 딸로 태어나서, (저에게) 쓸데없는 딸이라 했다. 결국 어머니는 1남 7녀로 마지막 아들을 낳았다. 엄마는 언니들의 학비를 위해 일했고, (저도) 초5 때부터 장사를 했다. 내가 치유하고, 내가 좋아질 때 이 안에 보니 엄마하고 나하고의 거리가 응어리가 있더라. 근데 이번에 연극 ‘사랑해 엄마’를 하면서 엄마를 바라보게 된 거다. 대사를 하면서 우리 엄마를 이해했다. 그때 엄마가 나를 사랑한 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근데 어느 날 엄마가 기가 막히게 나한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라며 엄마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어머니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혜련아, 엄마다. 내가 참 너한테 미안하다. 태어난 날 계집애라고, 죽어놓고 엎어 놓고. 어릴 적부터 장사시키고. 엄마를 위해 돈 벌어줘도 고맙다. 말 못 하고. 참 고맙다. 미안하다"라며 진심을 전했고, 조혜련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조혜련은 "무뚝뚝해서 생전 따뜻한 말 한마디 해본 적 없고, 스마트폰도 잘 다루지 못하는 엄마가 손수 아침 8시에 녹음해서 보냈을 때, 그때 그걸 듣고 저는 오열을 했다. 엄마가 평생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랑을 저에게 표현하신 거지 않나. 그분이 바로 엄마지 않나. 그동안 못 느꼈던 엄마의 사랑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서 저 역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때로는 그 사랑이 표현으로 전달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라며 "우리 각자 곁에 소중한 사람들과 여유와 사랑을 마음껏 나누면서 살아가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를 들은 오은영 박사 역시 "저도 6월에 아버지가 소천하셨다. 돌아가시기 1-2주 전에, 제가 아버지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쓰다듬어 드리면서 ‘아버지 사랑합니다’ 했었다"라며 눈물을 보여 뭉클함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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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강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