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인순이가 아픈 과거를 떠올렸다.
8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서는 데뷔 47년 차 가수 인순이가 출연했다. 이번 강연에서 인순이는 '어쩌다 도전'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날 인순이는 "저는 원래 직접 가보고 확인해되어야 하는 스타일이라, 하다 보면 도전하게 된 것"이라며 "제가 2015년, 피트니스 대회도 나갔었다. 그때 왜 나가려고 생각했냐면, 그때 메르스가 왔었다"라며 첫 번째 도전을 언급했다.
인순이는 "전국 투어를 앞두고 그런 일이 생겨서 다 안 하게 되었고, 그 시간을 그냥 집에 있게 됐다. 근데 저를 보니, 소파에 앉아 계속 먹으면서 리모컨만 돌리고 있는 거다. 어느 날 정신이 확 깼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뭘 하지? 하다가, 매해 작심해야 하지 않나. 그래, 운동을 하자. 근데 목표가 없으면 안 되니까, 내년 생일에 나한테 근사한 몸을 선사할 거야. 그럼 대회를 나가자. 목표를 두게 되면 거기까진 가겠지"라며 "그래서 내년 생일에 맞춰서 대회 나가겠다 하는데, 트레이너가 ‘올 9월에 있는데. 선생님 해보시죠. 이 정도면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니까, 3개월 만에,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때 열심히 하면서 제 가슴속에 있는 두 가지 매듭을 풀 수 있었다. 저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첫 번째로 우리 트레이너 선생님이 애플 힙을 만들어야 한다더라. 저는 어렸을 때 오리 궁둥이로 놀림 받았었는데, 근데 이쪽 각도에선 콤플렉스였는데, 이 각도에서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다. 콤플렉스가 장점도 될 수 있더라. 내 엉덩이 덕분에 좀 더 하면 잘 나오겠네? 그 다음엔 열흘쯤 전에 태닝을 하고 오라는 거다. 선생님 저는 이미 태닝이 되어있는데요? 하니깐 ‘대회 나오는 분들 완전 초콜릿 색 못 보셨어요? 그렇게 하셔야 해요’ 하더라. 남들 10 번할 때 저는 5번 했다. 그렇게 제 가슴속에 있는 두 가지를 풀 수 있었다"고 웃었다.
또한 "거기서 필을 받아서 작년에 산티아고를 다녀왔다. 하루 쉬고 약 800km를, 36일을 걸었다. 사실 가기 전 많은 분들이 뭘 내려놓고 와라, 올려놓고 오라 하셨다. 저도 그럴 줄 알았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목표를 끌어안고 올 줄 알았다. 근데 깊이 생각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들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행복해 보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앞서가는 사람은 길만 보고, 뒷사람은 제 뒤통수만 보지 않나. 땀과 함께 마음껏 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너무 좋았다. 그렇게 걷다 보니 도착한 단어는 ‘감사’였다. 살아있음에 감사했다"라며 "저는 진짜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 그 성공이 이렇게 길게 지속되고 있고, 산티아고도 잊지 못할, 내 인생의 가장 큰 버킷리스트를 작년에 해결하고 왔다"라며 행복해했다.
'골든걸스' 도전기에 대해서도 전했다. 인순이는 "(멤버들이) 걔네가 한대? 그럼 뭘 망설여. 영광이지. 나 할게. 했었다"라며 " 진영이가 ‘누나 하입보이 알아? 무대 앞에서 짠, 만해도 소름 끼치게 좋을 거야. 춤출 필요가 없어’라 하더라. 근데 대표 동작을 어떻게 안 하고 지나가나. 걱정하다가, 저는 매번 뭘 하기 전에 ‘100번 해봐’라는 생각을 한다. ‘100번 해서 안 되면 넌 거기까지고, 되면 되는 거야’ 생각한다. 그렇게 연습했다. 제가 끝까지 안 한다고 했으면 이런 걸 경험할 수 있을까 싶더라. 지금 콘서트까지 끝내고 보니, 너무 아련하다. 그게 너무 재미있었고, 행운이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해밀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저는 학교를 하나 운영하고 있다. 해밀 학교라고, 다문화 학교다. 홍천에 있다. 중학생들만 교육한다"라며 "사실 제가 그 학교를 거창하게 ‘학교를 만들어야겠다’하고 생각하며 만든 게 아니다. 그냥 제 사춘기가 길었다. 제 정체성 때문에. 어딘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저를 너무 쳐다본다. 위아래로 보고, 엄마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너는 왜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냐? 하더라. 밖으로 나가는 게 저에겐 너무 힘든 일이었다. 왜 나는 다른 모습으로 다른 곳에 태어나서 왜 나는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 엄마는 한국, 아빠는 미국 사람인데, 나는 어디? 태평양?"이라며 혼란스러웠던 사춘기 시절을 떠올렸다.
이어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린 순 없지만, 지금 자라나는 다문화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이했을 때, 나처럼 길고 헤매면 어쩌지. 몇 명의 아이들이라도 내가 옆에 있어 주면, 싶더라"라며 "학생 6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56명이 된다. 선생님들도 18명, 강사분들도 그만큼 계신다. 학생 수 전체 60%가 다문화 학생인데, 반은 중도 입국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한국말을 하나도 모른다. 그렇지만 저희는 그 아이들을 오라고 한다. 다양한 아이들이 오는데, 과테말라, 독일, 영국, 11개국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한다. 1년에 한 번씩 저도 커밍아웃을 한다. 매년 입학일 날 아이들에게 ‘나는 아버지가 미국 사람이야’라고 이야기를 한다. 또 아이들에게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스스로 자책할 필요 없어. 우리가 얼마나 잘 살아내느냐에 집중해. 다문화임을 인정하고, 당당해야 한다. 다문화는 죄지은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야. 너희는 소중한 아이들이야. 그러니 절대 혼자 자책하지 마. 너희는 넓은 우주 속 하나야. 그래서 더 특별해’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마지막 인순이의 도전은 '검정고시'였다. 인순이는 "(학교)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하다가, 생각해 보니 저는 제자리였던 거다. 프로필을 볼 때마다, ‘중졸’이라 적혀있어서 조금 그랬다. 내가 학교는 하면서, 왜 나는 제자리에 있었을까? 시험 보러 가는 것도 부끄러웠는데, 내가 이 나이에 뭐가 부끄럽지? 싶더라. 고등학교 졸업의 기분을 느껴보고, 우리 딸한테도 자랑하고 싶었다"라며 중학교 졸업에 그쳤던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다.
인순이는 "그때는, 누구한테도 어쩌지 못했다. 엄마도 저한테 뭐가 되고 싶냐고 묻지 못할 정도였다. 암묵적으로 지나갔다. 중학교 졸업장도 육성회비를 못 내서 졸업할 때 못 받아왔다. 몇 달 지나서 돈을 모아서 찾아왔다"라며 "그때쯤 있었던 일인데, 우리 학교 선생님이 결혼하신다는 거다. 저를 아껴주시던 분이었는데, 결혼식에 가려고 책을 팔았다. 500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친구들이 결혼식장에 가려고 버스에 타는 게 보이는데, 안 가면 엄마랑 몇 끼를 먹고, 가게 되면 이 돈이 끝인 거다. 그래서 이 돈을 들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엄마랑 밥을 먹었다. 그런 날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철없이 가지. 네가 어른도 아니고 뭘 그런 걸 생각했어, 생각도 난다. 근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눈물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끝으로 인순이는 "사실 돌이켜보니, ‘때’라는 게 있는 거 같다. 때에 맞는 걸 하고 지나가시길, 인생의 선배 입장에서, 엄마 입장에서 이야기해 주고 싶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하고 지나가라. 그리고 한 번쯤 실패하는 거 괜찮은 거 같다. 도전하고 실패해도 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러니 ‘때’를 놓치지 마셔라"라며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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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