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우승?”… 세계 으뜸의 ‘10’번으로 성장한 콜 파머에게 달린 문제[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12.08 09: 32

“필 포든(24·맨체스터 시티)과 부카요 사카(23·아스널)보다 더 낫다. 모하메드 살라(32·리버풀)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레알 마드리드)보다도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유럽 최고의 윙어다.”
누가 이처럼 대단한 격찬을 받을까? 무엇보다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4-2025시즌 득점 레이스를 선두[이하 6일(현지 일자) 현재]에서 이끄는 살라(13골)조차 제친 기세가 놀랍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그뿐이랴. 당대 으뜸 골잡이로 자리매김한 엘링 홀란(24·맨체스터 시티)과 더불어 최고 시장 가치(트랜스퍼마크트 추산)를 지닌 비니시우스(2억 유로·한화 약 3,008억 원)에 앞서는 전과를 올리고 있다니 아연할 뿐이다.
주인공은 2024-2025시즌 첼시의 급상승세를 이끄는 콜 저메인 파머(22)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해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골을 포획하는 솜씨가 일품인 파머의 파괴력에 힘입어, 첼시는 단순한 전통 강호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이번 시즌 우승 전선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의 팀’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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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을 앞두고 엔초 마레스카 감독(44)을 영입한 첼시는 팀 색깔을 일신하며 우승을 넘보는 강호로 탈바꿈했다. 가장 괄목할 대목은 폭발적 득점력이다. 이번 시즌에 들어와 치른 22경기에서 57골을 상대 골문에 쏟아부었다. EPL 12위(38골)에 그쳤던 2022-2023시즌 전체 (50경기) 득점(50골)보다도 2골이 더 많다. 활화산을 연상케 하는 경기당 2.6골을 폭발시킨 모양새다. BBC[영국방송공사]는 “1905년 창단한 첼시 역사상 가장 높은 경기당 평균 득점이다”라는 보도가 있었을 정도였다.
4골 이상을 터뜨린 경기 수가 무려 7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는 EPL에서만도 3경기가 나왔다. 2라운드 어웨이 울버햄프턴 원더러스(6-2 승), 6라운드 홈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전(4-2 승), 14라운드 사우샘프턴전(5-1 승)에서 상대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물론, EPL 최고(31골)의 득점 수확이다.
이번 시즌, 첼시의 환골탈태는 2명이 이끌고 있다. 팀 내 득점 1, 2위를 달리는 파머(9골)와 니콜라 작송(23·8골)이다. 둘이 이룬 쌍포는 팀 득점의 54.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무척 높다. EPL 전체로 외연을 확장해도, 파머와 작송은 3위와 5위에 자리할 만치 빼어난 골 사냥을 펼치고 있다. 어시스트에서도 둘은 팀 내 1위(파머·6개)와 2위(작송·3개)다. 당연히, 팀 내 공격 포인트도 1위(파머·15개)와 2위(작송·11개)다. 팀 전체 공격 포인트(56개 = 31골+25어시스트)의 46.4%에 이른다.
그렇긴 해도, ‘마레스카 체제’의 진정한 차이를 만든 가장 훌륭한 주역은 두말할 나위 없이 파머다. 잉글랜드 국가대표이기도 한 파머는 일신우일신의 변모를 보이며 마레스카 감독의 얼굴에 핀 웃음꽃이 질 줄을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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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머는 첼시의 보배로서만 가치를 띠지 않는다. ‘삼사자 군단[The Three Lions: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별칭]’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으뜸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주관적 평가가 아니다. 객관적 수치인 기록이 입증하는 ‘파머 = 세계 최고 공격형 미드필더’ 등식이다.
파머. 첼시 이적 이후 유럽 5대 리그 인사이드 포워드-윙어-미드필더 중 최다골 결실
파머는 첼시에서 비로소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오르고 있다. 첫 보금자리였던 맨체스터 시티(2020-2021~2023-2024시즌)에서 보낸 시절은 깊은 겨울잠을 잤던 나날이었다. EPL에서, 고작 19경기를 뛰며 단 1골도 잡지 못했다. 2023년 9월 1일, 첼시 둥지로 날아든 파머는 감춰 뒀던 날갯짓을 시작했고 비약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시즌까지 EPL 47경기를 치르며 벌써 31골을 잡아냈으니, 엄청난 속도로 먹이를 낚아채는 매를 떠올리게 하는 가공할 득점력이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세계 으뜸의 ‘10번’으로 굳건히 자리했음을 뜻하는 의미 깊은 숫값이다. 유럽 5대 리그에서, 스트라이커를 제외하고 미드필더, 인사이드 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골 작황을 일궜음을 나타내는 셈값이다.
첼시에 둥지를 튼 지난해 9월 이래 1년 3개월 남짓한 기간, 파머는 유럽 빅 5 리그에서 ‘9번’을 빼곤 가장 많은 골을 결실했다. 잠재했던 역량을 무섭게 분출하는 파머의 엄청난 폭발력에, 빅 리그를 주름잡는 내로라하는 월드 스타들도 쉽게 다가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표 참조).
이 기간, 파머에 가장 근접한 골잡이는 살라였다. 43경기에서 30골이라는 풍작을 보이긴 했어도, 파머에 한 걸음 못 미쳤다.
비니시우스는 훨씬 뒤처졌다. 2024년 발롱도르(Ballon d'Or)의 영예를 41점 차(1,129-1,170)로 아쉽게 로드리(28·맨체스터 시티)에 내줬을 만치 세계적 스타로서 성가를 떨치는 비니시우스는 36경기에서 22골을 추수하는 데 그쳤다.
인상적 부분은 파머와 비슷한 연령대인 필 포든(24·맨체스터 시티)과 부카요 사카(23·아스널)가 공동 5위(19골)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EPL에서 높은 가치와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는 포든과 사카였으나, 파머에 크게 못 미쳤다(19-31골). 특히, 포든과 파머의 현재를 대비하면 실감 나는 ‘인생 반전’이 엿보인다. 파머가 포든에 가로막혀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첼시로 둥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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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는 2016-2017시즌 마지막으로 정상을 밟았다. 이후 가장 좋았던 전과는 3위 두 차례(2018-2019, 2021-2022시즌)였다. 2022-2023시즌에 두 자릿수 순위(12위)로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치욕을 씻을 가능성을 드높이는 이번 시즌이다. 과연 첼시는 절치부심해 온 시간의 보답을 받을 수 있을까? 그 ‘해답 주머니’를 열 열쇠는 ‘마레스카 체제’의 키 맨(Key Man)인 파머가 쥐었다고 할 만한 요즘 형세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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