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영국 '풋볼 런던'은 7일(이하 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의 아내는 그가 본머스전에서 패한 뒤 한 일에 대해 그를 꾸짖었다. 포스테코글루는 패배 후 토트넘 서포터들과 언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같은 날 영국 본머스의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AFC 본머스와 맞대결을 펼쳐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공식전 3경기 연속 무승에 그친 실패한 토트넘. 토트넘은 승점 20(6승 2무 6패)에 머무르면서 10위까지 미끄러졌다. 승리했다면 5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본머스가 승점 21(6승 3무 5패)을 만들면서 토트넘을 제치고 9위로 올라섰다.
토트넘은 전반 17분 선제골을 내줬다. 마커스 태버니어가 우측에서 코너킥을 올렸다. 이를 딘 하위센이 수비를 따돌리고 돌아 들어오면서 정확한 헤더로 연결해 토트넘 골망을 갈랐다. 또 세트피스에서 당한 토트넘은 2006년생 하위센에게 실점하며 본머스 PL 최연소 득점 신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후반전 꺼내든 손흥민 카드도 소용없었다.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곧바로 한 차례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이후로도 오히려 본머스가 몰아붙였다. 후반 20분 라이언 크리스티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고, 후반 27분 에바니우송의 추가골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결국 토트넘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무릎 꿇고 말았다.
패배가 당연한 경기였다. 토트넘이 본머스를 앞선 건 66%를 기록한 점유율뿐이었다. 본머스가 슈팅(21-12)과 유효 슈팅(8-4), 빅찬스(5-0)에서 모두 압도했다. 기대 득점(xG)도 본머스는 3.31에 달했고, 토트넘은 0.58에 불과했다. 사실상 한 골만 내주고 진 게 다행인 수준.
앨런 시어러는 토트넘을 보며 "끔찍한 경기력"이라며 혀를 찼다. 본머스 감독 출신 토니 풀리스도 "이제 사람들이 토트넘이 지킬 앤 하이드 같다고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오늘 밤 그들은 정말 형편없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원정길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본 토트넘 팬들도 화를 참지 못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포스테코글루는 본머스에 0-1로 패한 뒤 분노한 토트넘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라며 "포스테코글루는 경기를 마친 뒤 팀에 박수를 보냈지만, 이후 서포터즈와 맞붙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슴을 가리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 전에 '나?'라고 묻는 듯했다"라고 전했다.
'폭스 스포츠'에 따르면 토트넘 원정 팬들은 관중석 앞으로 다가온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해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한 팬은 "네 잘못이야"라고 외쳤고,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나라고?"라고 되물으며 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흥분했던 그는 원정석 바로 앞까지 다가가려 하다가 보안요원의 제지를 받아 물러났다. 추후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포스테-노-클루(실마리가 없다)"라는 외침도 크게 들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첼시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는지 질문받았다. 그는 "아니다. 그들은 내게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부임) 18개월이 지난 지금 여러분이 나는 바로 내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으셨길 바란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쉬운 표적, 편한 표적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라며 "난 평생 싸웠고, 터널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그들이 내게 뭔가 지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내 관점에서 볼 때 내게 동기를 부여하고 매일 나를 이끄는 건 내 가치관과 언제나 옳은 일이라고 믿는 것에 계속 충실하는 거다. 사람들은 이게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의 아내도 그중 한 명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 아내는 확실히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피드백을 받았다. 하지만 괜찮다. 난 변하지 않을 거다. 그게 바로 나다. 난 내 커리어 내내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제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런던 라이벌' 첼시다. 토트넘은 오는 9일 첼시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맞대결을 펼친다. 첼시는 엔조 마레스카 감독 밑에서 승승장구하며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흔들리는 토트넘으로서는 또 하나의 험난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토트넘으로선 기복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 토트넘은 최근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톤 빌라를 꺾었지만, 크리스탈 팰리스, 입스위치, 풀럼, 본머스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플랜B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난 26년 동안 그런 경험을 했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 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진정으로 믿을 때만 내 자신이 되고,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질문에 답할 수 있다"라며 "난 내 가치관도 신념도 목적이식이나 일하는 방식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여전히 공격 일변도만을 외치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는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믿음도 중요하다. 내 생각에는 결과보다 중요하다. 작년 부임 초기에 그런 일이 있었다. 첼시전에서 패했지만,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그 경기가 끝난 뒤에는 궤도가 바뀌었다. 단순히 승리에 관한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다.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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