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송중기가 두 연년생 남매의 아빠가 되고 첫 작품을 선보인다.
6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 배우, 김성제 감독 등이 참석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수박·㈜이디오플랜, 공동제작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은 희망 없는 인생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 콜롬비아의 보고타,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밀수시장에 뛰어든 한국인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올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돼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였다.
드라마 '빈센조'의 마피아 고문 변호사부터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오너일가의 리스트를 관리하는 비서와 회귀한 막내 아들, 그리고 영화 '화란'에서 지독한 현실을 사는 조직의 중간 보스까지, 끊임없는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송중기는 극 중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꿈꾸는 청년 국희로 분해 열연했다. IMF 이후, 가족들과 도망치듯 콜롬비아 보고타로 넘어와 한인 사회의 권력자이자 밀수 시장의 큰손 박병장의 밑에서 일하게 된다. 국희는 한국에 다시 돌아가기 위해 강한 생존력을 보이고, 이로 인해 보고타 한인 사회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인물이다.
송중기는 개봉을 앞두고 경사도 맞았다. 지난달 영국배우 출신 아내 케이티가 딸을 출산하면서 연년생 남매의 아빠가 됐다. 그는 로마에서 둘째 딸의 탄생 소식과 함께 신생아 사진을 깜짝 공개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머나먼 땅, 보고타에 대해 송중기는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로케이션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지점은 한국인끼리의 갈등, 그것도 그냥 한국인들이 아니고, 해외에 자리를 잡은 한국인들끼리의 갈등, 그게 낯선곳에서 벌어지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한국 사람들끼리 크고 작은 갈등이 보고타라는 이국적인 풍광 안에서 보이면 어떨가? 궁금했다. 기디했던 것만큼 잘 나온 것 같다. 그 지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 같다"고 밝혔다.
송중기는 국희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나이 순으로 상황에 맞게끔 캐릭터가 바뀐다. 서사라고 할 필요는 없지만 나이와 상황에 맞게 캐릭터가 바뀐다"며 "내가 최근에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욕망이 드글드글한 친구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선 욕망 덩어리다. 그 욕망은 단순하다. 살아남아야 되니까, 그리고 그걸 좋게 표현하자면 책임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내 시작과 끝은 김종수 선배님이 맡으신 아버지였다. 그 시작과 끝이 안 좋다. 그래서 내가 해야된다는 책임감과 살아남아야 된다는 뜨거움이 올라온다. 끝으로 갈수록 용암처럼 뜨거워진다"고 했다.
외형적인 변화도 시도했다며, "귀걸이도 했는데, 평소 성격이 몸에 많이 걸치는 걸 안 좋아한다. 시계, 목걸이, 귀걸이, 액세서리 등을 내 돈을 주고 해 본 적이 없는 성격"이라며 "근데 '보고타'를 준비하면서 이희준 선배님과 현지를 가봤다. 콜롬비아 사람들을 관찰한 뒤 '귀걸이를 해볼까요? 머리를 짧게 쳐볼까요?'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니까 의상 감독님이 '나도 귀걸이 생각하고 있었는데'라고 하셨다. 이런 걸 처음 시도해 본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선배 김종수를 언급하면서, "아버지는 나한테 큰 존재감이다. 종수 선배님하고 초반에 보고타에서 촬영을 같이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선배님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깊게 나누면서 동기를 많이 찾았다. '중기야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형이 다 받아줄게'라고 하셨다. 나한테는 엄청 든든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탈리아어에 이어 스페인어도 배운 송중기는 "솔직히 말하면 어려웠다. 근데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아주 굉장히 많이 재밌었다. 스페인어만의 특유의 리듬감이 재밌었다. 되게 욕심도 많이 났다. '빈센조' 할 때 이탈리어보다 더 재밌더라. 아직도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게 있다. 여기서 할 수 있는데 다 욕이다. 사실 현장에서 제일 많이 쓴 스페인어는 따로 있다. 밥이 너무 맛있어서 '배고프다' '빨리 달라' '맛있다' 등 그걸 제일 많이 썼다. 끝에는 항상 스태프들이 욕을 항상 썼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연기한 송중기는 "개인적으로 평소에 (동안 비주얼에) 집착하는 편은 아닌데,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팩트로만 말씀드리면 첫 스틸은 4년 반 전에 찍은 거라서 더 어리게 나왔다.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다른 작품을 맡을 때와 비교해 특별한 부담감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희준은 한인 밀수 시장의 2인자이자 통관 브로커 수영을, 권해효는 보고타 한인 사회의 최고 권력자 박병장을, 박지환은 박병장의 조카 작은 박사장을, 조현철은 국희를 견제하는 수영의 후배 재웅을, 김종수는 국희의 아버지 근태를 각각 연기했다.
이희준은 "영화에서 항상 '보고타'라는 도시가 마약이나 킬러가 나오는 곳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 도시에 한인 상인들의 속옷 밀수 이야기라고 하니까 그게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꼭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희준의 영화 속 스틸컷을 본 송중기는 "저희끼리는 프레디 머큐리라고 했다"며 웃었고, 이희준은 "내 레퍼런스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브래드 피트였다. 내 마음 속 레퍼런스를 그쪽이었는데, 하다보니까 현장에선 슈퍼마리오, 프레디 머큐리로 불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중기과 호흡이 어땠나?"라는 질문에 이희준은 "수영은 왜 이렇게 국희를 좋아할까? 늘 고민했다. 그건 사실 설명할 수 없다. 내가 그냥 중기가 좋은 것처럼, '저 친구가 너무 좋다'라는 것처럼 '그냥 끌림이겠다' 싶어서 연기했다"고 답했다.
송중기처럼 스페인어를 배운 조현철은 "뜻도 알기도 전에 발음부터 외웠다"며 직접 현장에서 장문의 대사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감독은 배우들에 대해 "영화를 다 찍고 편집을 하고 시사를 하면서, '내가 만들려고 했던 게 이런 영화구나' 싶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다. 다들 아주 훌륭한 배우들"이라고 칭찬했다.
2019년 첫 촬영을 시작했으나, 5년 만에 극장에 걸리는 '보고타'. 그러나 감독은 창고에 묵혀둔 영화는 아니라며, 잘못된 부분을 해명했다.
김성제 감독은 "간혹 그 얘기가 나온다. '보고타'가 5년 전에 찍은 영화라고..근데 그 얘기를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2019년 12월 배우들이 모여서 보고타로 들어갔다. 2020년에 찍기 시작했다. 4~5년 전에 찍은 영화가 아니라 4년 전에 찍기 시작한 영화를 2년 반에 걸쳐 찍었고, 1년 반에 걸친 후반 작업을 했다"며 "사실 (5년만에 개봉한다) 그 얘기가 속상했다. 난 지난 달까지 마지막 풋티지 컨펌을 하려고 했고, 작품을 묵혀 놓고 일하지 않는다. 촬영이 2023년에 끝났다. 당시 모두가 맞이한 전 세계 역병(팬데믹)을 우리도 피하지 못하고 잠깐 수습했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촬영을 오래했다. 오래할 수밖에 없었다. 프러덕션의 역량이라기보단 전 세계적인 상황이 그랬다. 특별히 옛날 영화를 지금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았다. 이 영화에 걸맞는 호흡과 이 영화에 걸맞는 표현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난 이제 막 만들어낸 따른따끈한 영화를 여러분에게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송중기도 이와 관련해 "팬데믹 상황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겪은거라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런 생각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작고 짧은 경력이고, 부족한 내공에서 느끼는 건 내가 뭘 억지로 한다고 되는건 없더라. 주어진 임무안에서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끝까지 잘 소개해 드려야겠다 느꼈다. 묵직함으로만 갖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심각한 부담감을 투머치로 갖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내 위치에서 내 역할을 하고 살다보면 관객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제작발표회를 하게 되고, 박경림 선배님을 뵈니까 실감난다. 선배님이 제작발표회 상징이니까 '아 드디어 관객분들게 인사를 드리는구나' 싶다. 그리고 지난날이 스쳐가면서 감개무량하다.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프로모션 잘 하면서 이번달 말 '보고타'로 잘 인사드리도록 하겠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희준은 "국희란 캐릭터가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서 엄청나게 애쓴다. 실제 송중기가 여기서 나이가 제일 어리지만, 이 영화 전체 프로덕션을 제일 배려하고 책임지고 개봉하는 순간까지 가장 많이 배려하고 있다. 마치 프로듀서처럼 피디처럼 많은 것을 배려하고 이끌고 왔다. 개인적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진심을 내비쳐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편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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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