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명장도 심야 비상계엄 선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틀 전 비상계엄과 관련해 “나 또한 한국의 사태를 알고 있다. 연승 중이라 리그가 이대로 우승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하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외국인들도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대사관에서 메시지를 받았다. 다시 자국으로 돌아갈지 말지와 관련해 연락도 받았다. 스페인의 경우 다 돌아오라고 했다더라”라며 “이탈리아 대사관의 경우 집회 및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만 조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가족이 많이 걱정했다”라고 말했다.
팀 내 다른 외국인코치 및 선수들도 혼란을 겪었냐는 질문에는 “국가마다 다 다르게 대응을 한다. 튀르키예, 뉴질랜드는 잘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 튀르키예 영주권이 있는데 튀르키예 쪽에서는 따로 연락이 없었다”라고 답했다.
다행히 계엄은 해제됐고, 대한민국은 일상을 회복했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이날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개막 후 12연승에 도전한다.
아본단자 감독은 연승 기록에 대해 “압박보다는 걱정이 많이 된다. 팀에 부상 이슈가 있어서 원하는 방식대로 경기를 준비하고 훈련하고 있진 않다. 스케줄도 타이트하다”라며 “당연히 경기를 이겨서 승점 쌓는 게 좋지만, 기록보다 걱정이 앞서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정관장전에서 6연승이 끊긴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사는 것도 마찬가지고 잘 나가다가 보면 항상 그렇게 마가 낀다. 그날은 준비를 안 했다기보다 초반에 흔들렸다. 찬스가 있었는데 그걸 빨리 극복하지 못했다”라며 “경기 끝나고 선수들에게 외박과 휴가를 줬다. 붙잡아 놓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다들 의욕이 넘쳤을 텐데 안 됐으니 본인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나. 정신적으로 더 쉬게 했다. 오늘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 반등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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