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제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제치고 EPL 최다 우승은 당연[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12.05 10: 32

12월은 왠지 기분이 들뜬다. 성탄절, 곧 크리스마스가 들어 있는 데다 연말연시가 자아내는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축구계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추춘제로 프로축구 리그를 실시하는 대부분 국가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이듬해 연초까지 휴식기를 갖고 한때를 즐긴다.
물론, 유럽 빅리그도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 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는 올 12월 23일(이하 현지 일자)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프랑스 리그 1은 오는 19일부터 다음해 1월 2일까지 각각 경기 일정이 없다.
그런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이탈리아 세리에 A는 쉬지 않는다. 특히, EPL은 오히려 더욱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한다. 쉬지 않아도 다른 라운드와 변함없이 주 4일(금~월) 일정을 소화하는 세리에 A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숨 쉴 틈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각 팀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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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튿날 펼쳐지는, 이른바 ‘박싱 데이’에는 20개 팀이 같은 날 경기를 치른다. 이날을 비롯해 12월 한 달 동안 경기 또 경기를 치르는 숨 가쁜 레이스에 맞닥뜨린다. 그래도 한판 한판 매 경기에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팀당 38경기씩 총 380경기가 치러지는 대장정에서, 이때 한 시즌 최종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2024-2025시즌에도 강행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올 12월엔, 63경기가 벌어진다. 팀당 평균 6.3경기꼴이다. 그렇다고 ‘살인 일정’을 탓할 수만은 없다. ‘축제의 달’을 맞아 한결 열광하는 팬들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는 한편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도리어 힘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과연 어느 팀이 EPL 역대를 통틀어 12월에 가장 좋은 전과를 올리며 ‘축제의 왕(Festive king)’에 등극했을까? 최다 우승(13회)을 자랑하며 최고 명가(名家)로 우뚝 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일지, 아니며 최초로 4연패의 신기원을 이루며 절대 강자의 맹위를 떨친 맨체스터 시티일지 궁금스럽다.
역대 통산 12월 최다 승점 발판 삼아 최다 우승 개가
EPL은 1992년 출범했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풋볼 리그 1부에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닻을 올렸다. 첫걸음을 내디딘 지 32년, 2023-2024시즌까지 서른두 번의 시즌이 치러졌다. 당연히 12월도 같은 숫자가 지나갔다. 그리고 12월에 가장 많은 승점을 수확하며 위세를 드높였던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뜻밖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6위에 그쳤다(표 참조).
지난 32년간 12월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82경기를 치러 총 383점을 쌓았다. 경기당 승점이 2.10에 이른다. 유일하게 2점대 승점일 만큼 초강세를 보였다. 그 결실은 최다 우승으로 맺어졌다. 13회로 40.6%에 달할 정도다. 역시 홀로 두 자릿수 우승을 차지했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12월을 연 1일, 홈(올드 트래퍼드)에서 에버턴을 4-0으로 대파함으로써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1월 11일 새로 지휘봉은 잡은 후벵 아모링 감독은 이달을 상위권 도약의 디딤돌로 만들려는 야망을 부풀릴 성싶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152경기를 치러 승점을 251점밖에 벌어들이지 못했다. 경기당 승점은 1.65로, 또한 다승점 상위 6걸 가운데 가장 적었다. 정상을 여덟 번씩(25%)이나 밟으며 자타가 현시점 최고 강자로 손꼽는 데 비춰선, 한참 뒤떨어지는 12월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첫 단추도 끼우지 못했다. 첫날, 선두를 질주하는 리버풀에 0-2로 완패했다. EPL에서 4연패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며 디펜딩 챔프로서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겼다.
[사진]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위엔, 이번 시즌 쾌조의 신바람 행진을 벌이는 리버풀이 올랐다. 178경기를 소화하며 승점 348점을 거둬들였다. 경기당 승점도 1.96점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2위였다.
3위엔 첼시가, 4위엔 아스널이 각각 올랐다. 첼시는 180경기- 승점 327점- 경기당 승점 1.82점을 기록했다. 아스널은 179경기-승점 314점- 경기당 승점 1.75점을 나타냈다.
눈에 띄는 팀은 토트넘 홋스퍼다. 상위권 6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EPL 우승과 연(緣)을 맺지 못했음에도,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177경기를 치러 승점 298점을 쌓으며 상당한 격차로 따돌렸다. 경기당 승점에서도 앞섰다(1.68-1.65점).
이처럼 대체로, 12월을 지배한 팀이 그 시즌을 평정함을 엿볼 수 있다. 12월 다승점 6걸이 정상에 군림한 횟수는 30회다. 93.8%로서, 거의 등식을 이룬다고 할 만하다. 2024-2025시즌에도 이 등식이 그대로 성립할지 흥미를 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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