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페셜 2024’의 네 번째 단막극 ‘모퉁이를 돌면’이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력, 서정적인 극본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멜로 단막극의 진면목을 증명했다.
3일 밤 10시 45분 방송된 KBS2 ‘모퉁이를 돌면 : 드라마 스페셜 2024’ (연출 이해우, 극본 석연화)에서는 길눈 밝은 로드뷰 촬영팀 남자 원서후(정건주)와 길치 약사 성은하(최희진)가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해피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겼다.
‘모퉁이를 돌면’은 하루아침에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사라진 아버지 호길(박윤희)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은하의 모습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거래처 인근 로드뷰를 살피던 중 호길과 비슷한 한 남성을 발견했다. 모자이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체격부터 서 있는 자세까지 영락없는 아버지였다.
은하는 약국 단골이자 로드뷰 제작사에서 근무 중인 서후에게 로드뷰 속 모자이크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후는 자신의 권한 밖이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하지만 로드뷰 속 남자가 사라진 아빠라 굳게 믿던 은하는 포기하지 않고 서후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집념은 제작사 직원들과 서후의 마음을 움직였고, 모자이크를 제거한 로드뷰 화면을 확인하게 됐다. 은하의 확신대로 로드뷰 속 인물은 아버지였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화면 속 호길을 어루만져 눈물샘을 자극했다.
은하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처음 보는 장소를 찾아내기란 길치인 그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서후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은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길눈이 밝은 서후는 단번에 호길이 서 있던 담장을 찾았다. 같은 시각, 여전히 길을 헤매고 있던 은하는 서후의 전화에 반색하는가 하면 자신이 있는 곳에 한걸음에 와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서후는 은하에게 여섯 살 때 자신을 떠난 엄마와의 이별을 꺼내 놓았다. 은하는 아버지를 찾는 게 겁나지 않냐는 서후의 질문에 “저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 그래야 내 뜻과는 상관없이 뭔가를 놔줘야 할 때 놓지 않으려고 애썼던 그 시간이 위로가 돼 주거든요. 애쓰는 제가 좋아요. 특히 좋아하는 사람한텐 더더욱 애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서후는 자신과 다르게 이별에 대처하는 은하의 진심에 조금씩 흔들렸다.
은하는 다음날, 아버지가 20년 전 자신을 위해 미용실 원장님에게 머리 묶는 법까지 배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달은 은하는 눈시울을 붉혔고, 서후는 아버지를 꼭 같이 찾자며 위로했다. 같은 길 위에서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두 사람의 모습은 설렘을 유발했다.
한편 서후는 몇 번이고 일방적으로 자신을 떠났던 전 여자친구 세연과 완전한 이별을 맞았다. 긴 사랑의 마침표를 찍은 서후는 그간의 상처와 아픔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졌다. 이후 서로를 살뜰하게 챙기는 서후와 은하의 묘한 썸 기류는 보는 이들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런가 하면 은하는 그토록 기다리던 아버지의 행방을 알게 됐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호길이 딸에게 짐이 되기 싫어 홀로 요양원에 입원했던 것. 딸을 그리워하는 호길을 본 간병인이 은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며 부녀의 극적 만남이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은하의 가슴 아픈 사연도 밝혀졌다. 과거 사고로 부모님을 한날한시에 떠나보낸 은하를 큰아버지였던 호길이 품었던 것. 아버지의 품에 안겨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은하의 오열은 안방극장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방송 말미, 서후는 세그웨이를 타고 싶어 하는 은하를 위해 하트 모양의 경로를 만드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속도에 맞춰 사랑의 골목으로 진입하는 ‘동행 엔딩’은 안방극장을 따뜻한 온기로 물들였다.
한편 ‘KBS 드라마 스페셜 2024’의 대미를 장식할 다섯 번째 단막극 KBS2 ‘발바닥이 뜨거워서’는 오는 10일 화요일 밤 10시 50분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