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는 지금 이 선수의 퇴단으로 며칠째 시끌시끌하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상징과 같았던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36)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류현진(37)이 한화 이글스를 떠난 것과 같다.
다나카는 지난 26일 라쿠텐 홈구장 라쿠텐모바일파크 미야기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지난 24일 라쿠텐의 보류선수명단 제외가 결정되며 퇴단한 지 이틀 만에 취재진 앞에서 팀을 떠난 심경을 밝혔다.
‘스포츠닛폰’을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나카는 “내게 가장 큰 것은 선수로서 살아가는 데 이어 얼마나 보람을 느끼느냐는 것이다. 그게 항상 첫 번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2020년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라쿠텐으로 돌아오며 역대 최고 연봉 9억엔에 2년 계약한 다나카는 그러나 성적 부진 속에 연봉이 2023년 4억7500만엔, 올해 2억6000만엔으로 크게 삭감됐다. 일본프로야구는 연봉 1억엔 이상 선수에게 40% 감액 제한 규정이 있지만 선수가 동의할 경우 그 이상으로 깎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 후 팔꿈치 관절경 수술받은 여파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다나카는 올해 1군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냉정하게 평가한 라쿠텐은 내년 연봉도 감액 제한을 초과한 조건으로 제시했고, 다나카는 정든 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자유계약으로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자진 방출이었다.
다나카는 “성적이 나지 않으면 연봉이 내려가고, 활약을 하면 올라간다. 다만 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15분 정도 이야기했고, 더 이상 팀이 나를 기대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새로운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뛰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했다. 돈 때문이라는 억측이 있는데 2021년 라쿠텐에 돌아왔을 때도 그 이상 제안을 뿌리치고 왔다. 더 좋은 제안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며 단순히 돈 때문에 내린 결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연봉 조건보다 구단의 태도가 아쉬웠던 모양이다. 이시이 가즈히사 라쿠텐 수석 디렉터는 다나카와 몇 번이나 면담을 했다고 했지만 다나카는 “면담은 한 차례 했다. 이시이 디렉터와 만난 것도 그때뿐이다. 구단에 자유계약으로 풀어달라는 의사를 전할 때는 자리에 없었다”고 밝혔다.
4년 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퍼도 있었지만 라쿠텐으로 돌아온 것은 팀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었다. 2005년 창단한 라쿠텐이 강팀으로 거듭나는 데 있어 다나카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2006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다나카는 라쿠텐과 함께 성장하며 간판이 됐다. 2007년 데뷔 첫 해 신인상을 시작으로 2011년, 2013년 두 번이나 사와무라상을 받았다. 특히 2013년 24승 무패로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며 MVP가 됐고, 라쿠텐의 창단 첫 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제패를 이끌며 미국에 진출했다.
뉴욕 양키스에서 7년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라쿠텐에 돌아온 다나카는 그러나 예전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복귀 후 4년간 73경기(463이닝) 20승33패 평균자책점 3.73 탈삼진 334개에 그쳤다. 매년 성적이 떨어지더니 올해는 단 1경기 등판으로 끝났다. 내년이면 37세라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냉정한 현실 속에 라쿠텐을 떠났지만 감사한 마음은 잊지 않았다. 다나카는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해 나를 키워준 곳이다. 메이저리그에 갈 때도 흔쾌히 포스팅 시스템으로 보내줘 정말 감사했다. 2021년 다시 돌아올 때도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며 “4년간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힘들었다. 구단과 팬들에겐 정말 감사하다. 라쿠텐에서 끝까지 뛰는 게 최고였지만 그런 선수가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자유의 몸이 된 다나카는 이제 새 팀을 찾는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불안함이 있지만 난 아직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몸 상태도 건강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며 “통산 200승을 라쿠텐에서 하고 싶었지만 인생은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어떻게든 극복해서 다음 시즌에 많이 이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일본에서 119승, 미국에서 78승을 기록한 다나카는 미일 통산 200승에 3승을 남겨두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