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스리백+오만한 로테이션' 황선홍호가 자초한 '도하 쇼크'...韓 축구 40년 역사 끊겼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4.26 06: 52

도하 참사다. 한국 축구가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맞붙어 패했다.
양 팀은 2-2로 정규시간을 마친 뒤 연장전에서도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최후의 승자는 인도네시아였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번 경기는 파리행을 위한 8부 능선이었다. 대회 3위까지는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는다. 일단 준결승까지는 진출해야 본선 티켓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8강에서 여정을 마치며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올림픽 무대에 한국 축구가 없는 건 지난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반면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는 역사상 첫 대회 4강 진출을 일궈냈다.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에서 호주, 요르단을 제압하며 처음으로 대회 8강 무대를 밟은 데 이어 한국까지 물리치며 돌풍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에 가까워진 인도네시아다.
한국은 전반 15분 라파엘 스트라위크에게 선제 실점하며 끌려갔다. 경기력에서도 크게 밀렸다. 황선홍호는 전반 내내 크로스에 의존했지만, 이영준이 빠진 최전방은 높이에서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공격이 더 매서웠다.
한국은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로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추가시간 또 한 번 스트라위크에게 실점하며 또 리드를 허용했다. 후반에는 교체 투입된 이영준(김천)이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럼에도 정상빈(미네소타)의 귀중한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며 희망을 살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연장전에서도 두 줄 수비로 버티는 데 성공했지만,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파리 올림픽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의 역사가 황선홍호에서 마감됐다. 한국 축구는 1988 서울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세계 최초 기록을 썼다. 그러나 도하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맛보며 영광스런 발자취가 끊겼다.
온갖 문제가 터져나온 경기였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도 부진했지만, 승리로 문제를 덮어 왔다. 결과는 2-0 완승이었으나 중국전도 중국의 비웃음을 살 정도로 고전한 경기였다. 크로스 일변도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과 불안한 수비 조직력은 꾸준히 지적된 문제점이었다.
결국 토너먼트에서 폭탄이 터졌다. 중원에서부터 힘을 쓰지 못하니 팀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중원 싸움이 있기나 했는지 의문일 정도였다. 한국은 장신 공격수 이영준이 없었음에도 전반에만 크로스 13개를 올렸고, 슈팅은 단 1개에 그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카드 3장을 활용하며 반전을 꾀했으나 인도네시아의 역습에 휘청이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 책임론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꺼내 든 스리백 카드는 실패였고, 수비 집중력과 공격 전개, 중원 장악력 그 어느 하나 합격점을 줄 대목이 없었다. 무엇보다 측면 크로스로만 공격을 펼칠 생각이이었음에도 이영준을 선발로 내보내지 않은 점이 큰 의문을 남긴다.
오만한 선택들이 낳은 결과다. 황선홍 감독은 이번 대회 직전 A대표팀 임시 감독을 맡으며 최종 모의고사를 함께하지 않았고, 대회 명단을 꾸릴 때도 전문 센터백 3명만 발탁했다. 심지어 패배는 곧 탈락인 8강전에선 핵심 공격수 이영준과 정상빈을 벤치에 앉히기까지 했다. 그 대가는 탈락이자 올림픽 진출 실패다. 황선홍 감독이 자초한 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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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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