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후보였는데' 이영준, 경기 망친 충격 퇴장...10회 연속 올림픽 꿈도 '물거품'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4.26 06: 19

왜 상대 발목을 밟았을까. 이영준(21, 김천 상무)이 쓸데없는 퇴장으로 경기를 망쳐버리고 말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맞붙어 패했다.
양 팀은 2-2로 정규시간을 마친 뒤 연장전에서도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최후의 승자는 인도네시아였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번 경기는 파리행을 위한 8부 능선이었다. 대회 3위까지는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는다. 일단 준결승까지는 진출해야 본선 티켓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8강에서 여정을 마치며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반면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는 역사상 첫 대회 4강 진출을 일궈냈다.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에서 호주, 요르단을 제압하며 처음으로 대회 8강 무대를 밟은 데 이어 한국까지 물리치며 돌풍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에 가까워진 인도네시아다.
완패였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쩔쩔 맸다. 전반전만 보더라도 크로스 13개를 올렸지만, 슈팅 1개에 그쳤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45분 동안 슈팅 7개를 터트리며 한국을 위협했다.
경기력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이영준의 예상치 못한 퇴장이 치명적이었다. 이영준은 이번 대회 내내 황선홍호의 에이스였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이태석(서울)이 올려준 크로스를 결승 헤더골로 연결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스트라이커다운 한 방이었다.
이영준은 중국과 2차전에서도 멀티골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오른발로 한 골, 왼발로 한 골을 뽑아내며 머리만 무기가 아니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또 다른 공격수 안재준(부천)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최전방을 완벽히 책임진 이영준이었다.
득점왕까지 겨냥했다. 이영준은 2경기 3골로 압둘라 라디프, 아이만 야흐야(이상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대회 최다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한국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면 득점왕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이영준은 체력 충전까지 마쳤다. 황선홍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일본전에서 과감하게 이영준에게 휴식을 부여했고, 1-0 승리를 거머쥐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다가오는 토너먼트에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였다.
놀랍게도 황선홍 감독은 다시 한번 이영준을 벤치에 앉혔다. 대신 윙어에 가까운 강성진(서울)을 원톱으로 내세우고, 발 빠른 엄지성(광주)과 홍시후(인천)를 양 날개로 활용했다. 
한국은 이영준 없이도 크로스에 의존했고, 인도네시아에 끌려다녔다. 전반 7분 이강희의 선제골이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는 불운도 있었다. 수비 집중력까지 흔들린 한국은 라파엘 스트라위크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전반을 1-2로 마무리했다.
위기에 처한 황선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영준과 정상빈(미네소타), 강상윤(수원FC)을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다시 한번 이영준이 해결사가 되어주길 기대하는 교체였다.
하지만 이영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불필요한 반칙으로 퇴장당하며 팀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는 인도네시아 수비와 신경전에 흥분한 탓인지 후반 21분 상대 발목을 거칠게 밟으며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처음에는 경고가 나왔지만, VAR 이후 퇴장이 선언됐다.
수적 열세에 빠진 한국은 급격히 힘을 잃었다. 정상빈의 후반 38분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긴 했지만, 역전할 힘은 없었다. 한국은 연장전에서도 실점 없이 버텨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결국 황선홍호는 대회에서 탈락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물론 이영준이 퇴장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한국이 이겼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영준의 퇴장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finekosh@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