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없이 뉴진스 있었을까..민희진 경영권 탈취 시도에 ‘역풍’ [Oh!쎈 이슈]
OSEN 김채연 기자
발행 2024.04.22 22: 35

국내 1위 가요 기획사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 경영진에 대해 감사가 착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가요계가 충격에 빠졌다.
22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오전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팀 소속 인력은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했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하이브는 민 대표와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A씨가 직위를 이용해 하이브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이브는 A씨 등이 경영권을 탈취해 독자 행보에 나서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행해 온 정황을 제보를 통해 파악하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과 함께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했으며, 이날 확보한 감사 자료를 토대로 필요시 법적 대응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민희진 대표의 경우 방시혁 의장이 직접 손을 내밀며 영입한 인물이기 때문. 민희진 대표는 자신을 하이브로 영입한 방시혁 의장을 배신하고 어도어 경영진들과 경영권을 손에 넣고 독자 행보를 시도하려 한다고 의심받는 상황이라 여론이 더욱 시끄럽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해 2018년까지 제작했다. 민 대표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에프엑스, NCT 등 다수 아티스트를 통해 실험적인 콘텐츠를 시도했고, 이후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2019년 하이브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CBO)로 영입됐다.
더불어 CBO로 재직하며 새로운 CI 개발 및 신사옥 공간 브랜딩에 참여했고, 2021년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신임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그룹 제작에 손을 댔다. 2022년 그룹 뉴진스가 데뷔한 뒤 ‘어텐션’, ‘하입보이’, ‘디토’, ‘OMG’ 등 다양한 히트곡을 발매했고,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 엄마’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어도어의 작년 매출액은 1,102억, 영업이익 335억, 당기 순이익 265억을 기록했다.
다만 가요관계자들에 따르면 외부에는 민 대표가 뉴진스의 제작에 1부터 10까지 모두 관여한 것처럼 홍보됐지만, 실제로는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영입 케이스 성향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기에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을 시도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 더욱 충격을 안긴다.
어도어의 지분율은 하이브가 80%, 민희진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를 갖고 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해 1분기 100% 보유 중이던 어도어의 지분을 80%로 줄였고, 민희진 대표는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 어도어 지분 18%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됐다.
이는 즉, 뉴진스의 탄생부터 성공까지 오직 하이브의 자본만 투입돼 레이블이 돌아갔다는 의미고, 뉴진스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그룹으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오롯이 하이브의 기반으로 움직였다는 소리다. 하이브 없이 어도어가, 그리고 뉴진스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심지어 경영권 탈취 시도로 인한 감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자, 민희진 대표가 지난해 1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민희진 대표는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 자본'을 외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안 되는 표현이다. 투자금이 결정돼 투자가 성사된 이후의 실제 세부 레이블 경영 전략은 하이브와 무관한 레이블의 독자 재량이기도 하거니와 난 당시 하이브 외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았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내게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고,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 '무간섭'의 조항은 1순위였을 것이라 사실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대중 반응 역시 업계 반응과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사태와 민희진 대표의 발언이 재조명되자, 일각에서는 이미 '탈 하이브'를 예견한 것이 아니었냐는 반응은 물론,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역대급 사태다", "사실이라면 황금알 낳는 오리 배 가른 격", "하이브 자본 없이 뉴진스가 이렇게까지 대형 그룹이 됐을지 의문" 등 질타를 쏟아냈다.
한편, 하이브와 어도어 경영진 간의 내분이 공개된 가운데 소속 그룹 뉴진스는 오는 5월 24일 새 앨범을 내고 컴백을 앞두고 있다. 또한 6월 21일 일본 더블 싱글 발매와 함께 일본에서 데뷔한다. 이들은 6월 26~27일 양일간 도쿄돔에서 두 번째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을 개최, 일본 내 첫 단독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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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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