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기 연속 안타에 동점타 포함 3출루를 기록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활약이 8회 투수 교체 과정에서 의사소통 오류로 묻힐 뻔했다. 덕아웃과 불펜 사이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투수 교체에 차질을 빚은 샌프란시스코가 진땀나는 승리를 거뒀다.
이정후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3출루 활약으로 샌프란시스코의 4-3 역전승에 기여했다.
이정후의 시즌 5번째 멀티 출루 경기로 3출루는 3번째. 지난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부터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간 이정후는 시즌 타율도 2할4푼2리에서 2할5푼8리(66타수 17안타)로 올렸다.
1회 첫 타석부터 이정후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선발 에드워드 카브레라의 6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97.1마일(156.3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만들었다. 이정후가 친 안타 중 가장 빠른 공을 받아친 것이었다.
이어 2루 도루 실패로 아쉬움을 삼킨 이정후는 4회 볼넷으로 1루에 걸어나가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호르헤 솔레어의 우전 안타에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린 이정후는 마이크 콘포토의 우전 적시타 때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왔다. 1-3으로 따라붙는 팀의 첫 득점.
5회에는 중견수 뜬공 아웃됐지만 2-3으로 뒤진 7회 2사 1,2루 찬스에서 결정력을 발휘했다. 마이애미는 이정후 타석에 맞춰 우완 조지 소리아노를 내리고 좌완 앤드류 나디를 투입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정후는 4~6구 연속 파울로 커트하면서 끈질기게 승부한 끝에 7구째 바깥쪽에 들어온 94.5마일(152.1km)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좌전 안타로 장식했다.
2루 주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를 홈에 불러들인 1타점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든 한 방이었다. 타구 속도 101.5마일(163.3km)로 원바운드되면서 빠르게 내야를 지났다. 계속된 1사 1,3루에서 대타 윌머 플로레스가 중전 적시타를 때리며 샌프란시스코가 4-3으로 역전했다. 이날 경기 결승타로 이정후의 동점타가 샌프란시스코 승리의 중요한 징검 다리가 됐다.
1점 지키기에 나선 샌프란시스코는 그러나 8회말 덕아웃과 불펜 사이 의사소통 오류로 투수 교체에 문제가 생겼다. 2사 1루에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오며 오른손을 들었다. 우완 투수로의 교체를 의미했는데 외야 불펜에서 나온 투수는 좌완 테일러 로저스였다.
심판이 로저스를 돌려보낸 뒤 멜빈 감독이 교체 투수로 알린 우완 마무리투수 카밀로 도발이 나왔다. 투수 교체 과정에서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심판이 도발에게 조금 더 몸을 풀 시간을 줬다. 이에 스킵 슈메이커 마이애미 감독이 심판에게 강력한 항의를 반복하다 결국 퇴장당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멜빈 감독은 도발을 4아웃 세이브 상황에 투입을 준비하고 불펜에 알렸다.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가빈 알스톤 불펜코치 대신 이 역할을 맡은 J.P 마르티네스 보조 투수코치가 잘못 알아듣고 좌타자 닉 고든 타석에 좌완 로저스를 준비시켰다.
멜빈 감독은 “도발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4아웃을 준비시키려고 했다. 불펜에 연락해서 말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상황을 두고 피치 클락 위반으로 볼 하나를 줘야 한다고 심판에게 어필한 슈메이커 감독은 “상대가 실수를 했든 아니든 문제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진 다음이 중요하다. 최소 볼 하나를 줬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9회를 위해 불펜에서 웨이트볼을 던지며 대기했지만 공을 던지지 않았던 도발은 급하게 마운드로 나와 몸을 풀었다. 동점 주자가 있는 터프 세이브 상황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올라왔지만 도발은 침착하게 투구에 집중했다. 고든을 2루 땅볼 처리하며 8회를 끝냈고, 9회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삼진 2개를 잡고 4-3 승리를 완성했다. 1⅓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세이브째.
경기 후 도발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는 항상 준비가 돼 있다. 전화벨이 울리고 내 이름이 불리면 바로 변신한다”고 자신했다. 멜빈 감독은 “당황스러웠을 텐데 8회 나와서 큰 아웃을 잡아냈고, 9회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도발을 칭찬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