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오심 정정 시스템 없이 ABS 도입했다니, KBO 책임도 막중하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4.04.16 10: 10

완벽한 정정 시스템이 없었다니...
올해부터 KBO리그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은 볼/스크라이크 판정을 인간이 가닌 기계가 한다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볼/스트라이크든 콜을 해야 한다. '인이어'라는 이어폰을 꽂는 등 통신장비의 도움을 받아서였다. 전달과정에서 인간이든 기계이든 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오류 정정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비해야 한다.
지난 14일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경기에서 사달이 났다. ABS는 스트라이크인데 주심은 볼로 인식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첫 번째는 인간이 볼이라고 들었을 수 있다. 즉 기계의 전달 잘못이다. 두 번째는 아예 인간이 음성을 착각해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세 번째는 통신 전달 체계에서 잡음이 끼였을 수 있다. 심판들은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몰랐다. "어! 스트라이크인데 왜 저러지"라는 생각만 했다.  순식간에 다음 투구로 이어졌고 3구를 더 던지고 나서야 상대팀 감독이 "아니 스트라이크로 나왔는데 왜 판정을 안했는가?"라고 어필을 했다. 볼판정 어필은 다음 투구를 하기 전까지 해야한다. 이의제기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그런데 어필이 늦은 이유가 있었다.
각 팀이 스트라이크/판정을 확인하고 어필할 수 있도록 비치된 태블릿 PC에 표출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실시간 표출이 아니었다. 인터넷 환경 등의 이유로 통상적으로 15~20초 정도나 걸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다음 투구를 진행하는 시간이었다. 확인하고 어필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이 정도로 시간이 늦어지면 각 팀들이 "이러면 어필 할 수 없다"며 항의를 했을 것이다. 
다음은 심판들의 혼란이었다. 주심은 항의를 듣고 현장 ABS 요원에게 확인을 했고 "스트라이크였다"는 답이 나왔다. ABS 시행 이후 처음으로 빚어진 상황이었다. 4심이 모였다.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번복하는 논의가 아니었다. 규정상 어필 시효가 지났는데 어필을 받아줄 수 있느냐는 논의였다. 결국 어필 시효가 넘어 받아주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심판팀장은 "볼이라는 음성을 들어서 볼 판정을 했고 어필시효가 지나 받아줄 수 없다"고 관중들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심판들의 논의 과정에서 "음성은 볼이었다고 하자"는 취지의 담합 상황이 고스란히 방송에서 생중계 되었다. 잡음 등 기계적 문제이든 주심이 잘못 들었든 ABS 시스템에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오류였기에 있는 그대로만 설명하면 될 일이었다.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적절한 말까지 중계되어 은폐 논란 의혹을 받았다.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징계를 앞두고 있다. 
초유의 사태로 인해 오류 정정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KBO는 15일 긴급회의를 거쳐 양팀 더그아웃에 심판들과 똑같은 송수신 장비를 지급하고 현장 ABS 요원이 즉각 정정하도록 개선 방향을 내놓았다. 이런 기초적인 정정 시스템도 구축하지 않고 ABS를 도입했다니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심판들만 때려잡을 일이 아니다. 사태를 초래한 KBO도 책임이 크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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