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마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양현종은 6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친 가운데 7회초까지 11점을 뽑아낸 타선 지원에 힘입어 시즌 첫 승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9점차 큰 리드 상황이라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7회말 폭풍이 몰아쳤다.
양현종에 이어 올라온 좌완 불펜 김사윤은 2사 후 이진영을 5구째 뜬공을 유도했다. 우측 파울 라인으로 향한 타구를 좌익수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따라갔지만 어이없게 놓치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다음 공 슬라이더가 빠지면서 이진영의 몸을 맞힌 김사윤은 요나단 페라자에게 안타, 안치홍에게 볼넷을 주며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노시환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은 뒤 사이드암 윤중현으로 교체됐다.
윤중현은 김태연에게 우중간 적시타, 이재원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김사윤의 책임 주자 2명을 모두 홈에 불러들였다. 이어 최인호에게 우월 스리런 홈런 맞아 순식간에 11-9, 2점차로 쫓겼다. KIA는 부랴부랴 필승조 장현식을 투입해 7회 7실점으로 어렵게 급한 불을 껐지만 8회 곽도규가 안타와 볼넷 2개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전상현이 노시환을 2루 인필드 플라이, 김태연을 유격수 병살타 유도하며 실점 없이 막고 어렵게 리드를 지켰다. 9회 무사 1루에서 나온 최지민이 3타자를 아웃시키며 KIA가 11-9로 승리, 양현종의 시즌 첫 승리도 이뤄졌다.
양현종은 “첫 승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다른 선발투수들이 모두 승리해서 나도 약간 쫓기는 기분이 있었는데 오늘 타자들이 점수를 넉넉하게 빼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던질 때마다 내 뒤에서 공 가는 길이 잘 보이는 중견수에게 공이 어떤지 많이 물어본다. (최)원준이가 오늘 체인지업이 좋다고 해줬고, 거기에 힘을 얻어 조금 더 자신 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양현종은 최고 146km, 평균 141km 직구(50개) 다음으로 체인지업(34개)을 많이 던졌다. 체인지업으로 뺏어낸 헛스윙 삼진만 5개로 우타자에게 위력을 떨쳤다.
기분 좋게 첫 승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지만 7회 7실점으로 아찔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양현종은 “이게 야구인 것 같다.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고, 따라갈지도 모르는 게 야구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윤중현, 김사윤 선수는 잘하려고 한 것이다. 난 그 마음을 안다. 점수차가 많이 났을 때 깔끔하게 막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을 때 마음을 나도 어렸을 때 많이 겪었다. 두 선수가 의기소침하지 않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KBO리그 역대 통산 최다 선발승 167승을 기록 중인 양현종이지만 입단 1~2년차 때는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슬럼프에 빠졌던 2012년에도 중간으로 던졌던 그는 구원으로 통산 101경기(113⅔이닝)에 등판해 2승3패9홀드 평균자책점 5.38의 성적을 남겼다.추격조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고, 중간투수들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런 조언과 격려가 더 힘이 된다.
양현종은 “우리 중간 투수들이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한 가지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타이트한 경기가 많다는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여름이 되면 지칠 수 있을 텐데 그때를 위해 선발투수들이 1이닝이라도 더 던져줘야 한다. 잘하고 있는 중간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선발들에게 이닝에 대한 주문을 많이 하고 있다”며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중간투수들의 부담감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진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