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6이닝을 못 던질 줄 알았어요.”
프로야구 SSG 랜더스 베테랑 잠수함 투수 박종훈(33)은 지난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3실점 호투로 감격의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팀의 11-8 승리이자 2연패 탈출을 이끈 값진 퀄리티스타트였다.
경기 후 만난 박종훈은 “과거 6이닝, 7이닝을 던졌을 때와 달리 한 이닝, 한 이닝에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일단 내가 던진 경기에 이겼다는 게 가장 기쁘다. 작년부터 내가 던지면 계속 졌는데 팀이 이겨서 가장 좋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2017년부터 4년 동안 47승을 거둔 박종훈은 2021년 12월 5년 총액 65억 원에 KBO리그 최초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2022년 11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6.00, 2023년 18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6.19로 부진이 거듭됐고, 절치부심을 외친 올해 역시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10.50, 부진에 시달렸다.
박종훈은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7일 인천 한화전 2이닝 1피안타 6볼넷 1실점(비자책) 이후 2군으로 향해 재정비 시간을 가졌지만 7일 창원 NC전에서 복귀해 4이닝 7피안타(3피홈런) 3사사구 7실점으로 또 무너졌다. WHIP가 2.67, 피안타율은 .320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전성기 시절 늘 그랬듯 매 이닝을 착실하게 보낸 결과 작년 7월 29일 인천 한화전(6이닝 무실점) 이후 259일 만에 퀄리티스타트와 승리를 동시에 이뤄냈다. 5이닝을 소화한 것도 작년 8월 16일 사직 롯데전(5이닝 4실점) 이후 241일 만이었다. 3회 강백호, 문상철에게 백투백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일 정도로 모처럼 투구가 안정적이었다.
박종훈은 “의외로 공 던지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몸보다 마음이 힘들었다”라며 “내가 6이닝을 언제 던져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 정도로 감회가 새로웠다. 다시는 6이닝을 못 던질 줄 알았는데 한 이닝, 한 이닝 생각하다보니 던질 수 있었다. 다른 건 생각 안 하고 어떻게든 가운데로 던진다는 생각만 했다”라고 밝혔다.
박종훈은 반등의 일등공신으로 팀의 에이스이자 든든한 선배 김광현을 꼽았다. 그는 “(김)광현이 형이 많은 도움을 줬다. 그 전에는 볼넷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볼넷이 아닌 초구 스트라이크가 문제였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형이 상기시켜줬다”라며 “점수를 주고 안타를 맞았을 때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도 다시 알려줬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졌다. 내 스타일이 타자보다 나 자신과 싸워서 이겨야한다는 것도 다시 일깨워줬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는 투구폼 이야기가 많았다. 팔이 높아졌다고 해서 엄청 신경을 썼는데 일단 지금 내 폼으로 야구를 해야하는 게 첫 번째였다”라며 “지금은 폼에 대한 생각은 아예 안 한다. 폼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폼 문제가 있었으면 스트라이크를 아예 못 던졌을 것이다. 결국은 마음가짐이었다. 지금의 나이, 힘이 떨어진 걸 인정하면서 초심 아닌 초심을 되찾으려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마인드의 변화를 덧붙였다.
그 동안 거듭된 부진에도 묵묵히 응원을 보내준 랜더스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종훈은 “내가 끝났다는 생각에 정말 놔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다.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라며 “팬들이 많이 도와주셨고 같이 응원해주셨다. 정말 큰 힘이 됐다. 그 동안 내가 혼자라는 생각에 야구장을 제일 빨리 나오고 제일 늦게 나갔다. 팬들 없을 때 오고 팬들 다 갔을 때 갔다. 팬들 보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그렇지만은 않더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다. 그런 분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13일 퀄리티스타트로 마침내 반등한 박종훈은 “앞으로도 최대한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많이 날 놔주려고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할 것이다. 도전보다 인정하는 쪽으로 생각하면서 던져보도록 하겠다”라고 꾸준한 활약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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