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구 넘어가면 다음 등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당장 한 경기만을 보지 않고 그 다음까지도 생각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전날 선발 투수 곽빈의 교체 타이밍에 대해 언급했다.
전날 LG전에서 곽빈은 1-0으로 앞선 7회 2사 1,2루에서 교체됐다. 투구 수 108개였다. 경기 전 취재진 브리핑에서 '곽빈 교체 타이밍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교체하지 않고 다음 타자 문성주까지 더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 질문이 나왔다.
이승엽 감독은 그 질문에 “글쎄, 100개 이상 던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때 박동원 선수한테 쓸 힘을 다 썼다고 생각했다. 벤치에서는 그렇게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그 상황에서 (이병헌이) 연타를 맞으면서 패했지만, 110개 넘어가고 그러면 다음 등판도 사실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내가 볼 때는 박동원한테 힘을 다 썼다고 봤다”고 말했다.
곽빈은 6회까지 1피안타 1볼넷 1사구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7회 1사 후 문보경에게 안타, 오지환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박동원 상대로 153km 강속구를 연거푸 던졌고, 풀카운트에서 커브(119km)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이후 이승엽 감독은 좌타자 문성주 타석에서 좌완 불펜 이병헌을 구원 투수로 올렸다. 그런데 이병헌은 문성주에게 동점 적시타, 대타 구본혁에게 역전 적시타까지 연달아 허용했다. 두산은 결국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비록 패배했지만, 곽빈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이 감독은 “어제 제가 본 곽빈 중에서 최고였다”고 곽빈의 투구를 칭찬했다.
좌완 이병헌이 연속 적시타를 맞았지만, 계속해서 중용할 뜻도 보였다. 이 감독은 이병헌에 대해 "구위가 굉장히 좋다. 어제 약간 수비 위치가 2유간으로 좀 치우쳤기 때문에, 유격수가 조금 스타트가 늦을 수 밖에 없었다. 1점 차에서 주자를 묶다 보니까..."라고 아쉬워했다.
문성주의 동점 안타는 3유간을 빠지는 땅볼 안타, 유격수 박준영이 2루 베이스 옆에 붙어 있다가 타구를 따라가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으나, 글러브를 살짝 벗어나 빠졌다. 정상적인 수비 위치였다면 잡았을 타구. 주자 견제를 하느라 스타트가 늦었다.
이 감독은 "이병헌은 요즘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상황에서 계속 좀 지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LG는 어제도 7명이 좌타자였다. 사실 좌우 놀이를 떠나서 좌타자가 좌투수에게는 우투수보다는 풀스윙을 하기 어렵고, 스윙을 좀 편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좀 생각해야 된다. 구위가 안 좋아질 때까지는 계속 중용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