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잠실구장.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에 2-1 역전승을 거뒀고,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때린 LG 구본혁 경기 후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시작할 때였다. 염경엽 감독이 덕아웃을 빠져나가며 이를 보고는 “많이 컸네, 많이 컸어”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구본혁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구본혁은 이날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켈리, 동점 적시타를 때리며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활약한 문성주와 함게 승리 수훈갑이었다.
LG는 0-1로 뒤진 7회초 한 번의 찬스에서 경기를 뒤집었다. 두산 선발 곽빈 상대로 1사 후 문보경의 안타, 오지환의 볼넷으로 1,2루 기회를 잡았다. 박동원이 삼진으로 물러난 후 문성주가 바뀐 투수 이병헌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대타로 나선 구본혁이 역전 결승 적시타를 때려 승리했다.
구본혁은 2019년 입단 이후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반면 타격은 왜소한 체격에서 타율은 1할대였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할 타율을 기록했다. 주로 경기 후반 대수비, 대주자로 출장했다.
2022~2023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구본혁은 달라졌다. 타격에 자신감이 붙고, 타석에서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대수비 1순위 역할에서 급기야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대타로 기용되고 있다.
구본혁은 경기 후 “오늘도 정말 좋은 기회를 주셔서 보답하려고, 진짜 뒤에서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KIA전)에서부터 대타 준비하라고 말이 나오더라. 그래서 그것만 해도 뿌듯했고, 근데 대타 나가서 허무하게 죽으면 안 되니까 더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구본혁은 최근 두 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었다. 4월 4일 NC전에서 연장 11회 1사 2,3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렸고, 4월 6일 KT전에서는 9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대타 결승타까지 때린 구본혁은 타율을 4할2푼1리에서 4할5푼(20타수 9안타)로 끌어올렸고 1홈런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7회 대타 상황에 대해 구본혁은 “한 타석 나가는 거니까, 앉아 있다가 나가면 타이밍이 좀 늦으니까 앞에서 빠른 직구를 노리고 쳤던 것 같다. 슬라이더를 쳤는데, 직구 타이밍에 쳐야 슬라이더도 좋은 타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모창민 코치님께서 (이병헌 투수가) 직구랑 슬라이더 2개 다 있으니까 같이 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입단 후 줄곧 백업 그것도 주로 대수비, 대주자로 뛰다가 올 시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많아졌다. 끝내기 안타, 생애 첫 끝내기 홈런(그것도 만루 홈런), 데뷔 첫 대타 결승타까지 쳤다.
구본혁은 백업으로서 간절한 마음가짐에 대해 “4타석~5타석 이렇게 나가는 게 아니다 보니까 한 타석 한 타석에 진짜 모든 걸 걸어야 된다. 해민이 형이나 다른 형들이 점수차가 벌어져 있더라도 ‘너는 그냥 기회 받으면 동점이라고 생각하고 타석에 임해라’ 이렇게 말씀해 주시고 해서 기회가 적을수록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본혁은 데뷔 첫 해 15안타 6타점을 기록하면서 결승타를 2개 기록했다. 올 시즌 17경기 만에 벌써 결승타 3개를 때렸다. 그것도 모두 영양가 만점, 결정적인 안타였다.
구본혁은 “동점 상황에 나가면 전부 다 치고 싶은 마음이고 그렇게 준비해야 될 것 같아요. 이게 결승타가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하다 보니까 더 뿌듯하고, 수비보다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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