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31)이 3전4기 끝 감격의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초반 부진을 딛고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반등하며 총액 140만 달러(약 19억 원)의 가치를 마침내 입증했다.
벤자민은 지난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4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다. 팀의 8-3 승리이자 2연패 탈출을 이끈 값진 호투였다.
출발은 불안했다. 1회 최지훈-추신수 테이블세터를 나란히 유격수 땅볼로 잡았지만 2사 후 최정을 만나 선제 솔로홈런을 헌납했다. 초구 체인지업이 야속하게도 비거리 130m 대형 중월홈런으로 연결되면서 4경기 연속 피홈런을 기록했다. 이어 길레르모 에레디아를 3구 루킹 삼진으로 막고 이닝을 끝냈다.
1-1로 맞선 2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2사 후 박성한을 내야안타로 내보냈지만 곧바로 이지영을 투수 땅볼 처리했고, 4-1로 리드한 3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장식했다. 안상현, 최지훈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추신수의 볼넷으로 처한 2사 1루에서 앞서 홈런을 맞은 최정을 3구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벤자민은 에레디아, 한유섬, 오태곤을 만난 4회 공 12개를 이용해 첫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이어 5-1로 리드한 5회 2사 후 안상현을 다시 볼넷 출루시켰지만 최지훈을 초구에 중견수 뜬공 처리, 시즌 첫 승 요건을 갖췄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벤자민은 1사 후 최정의 좌전안타, 3루수 황재균의 송구 실책으로 1, 2루 위기에 처했다. 한유섬을 초구에 3루수 파울플라이로 막고 한숨을 돌렸지만 오태곤 상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은 없었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박성한을 2루수 야수선택으로 잡고 시즌 2호이자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투구수는 93개.
벤자민은 5-2로 리드한 7회 이상동에게 바통을 넘겼고, KT가 최종 8-3으로 승리를 거두며 3전4기 끝 시즌 첫 승에 골인했다.
벤자민은 작년 12월 총액 140만 달러에 KT와 재계약했다. KT 구단은 “3번째 시즌을 맞는 벤자민은 정규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하는 등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라고 동행을 연장한 이유를 설명했다.
벤자민은 2022년 5월 부상으로 떠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벤자민의 연봉은 33만1000 달러(약 4억 원).
입단 당시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과의 인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양현종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인연을 맺었고, 이에 이강철 감독이 옛 제자인 양현종에게 벤자민의 정보를 물으며 영입에 도움을 얻었다. 이 감독은 “(양)현종이가 벤자민을 적극 추천했다”라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사실 작년 6월까지만 해도 벤자민의 재계약 전망은 어두워 보였다. 에이스 중책을 맡았지만 잦은 기복으로 이강철 감독의 근심을 가중시켰다. 그런 가운데 보 슐서의 대체선수로 윌리엄 쿠에바스가 복귀했고, 벤자민은 2선발로 이동해 특급 좌완의 면모를 되찾았다. 7월 4경기 4승 평균자책점 1.67로 감을 잡은 뒤 승승장구하며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로 시즌을 마쳤다.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NC 에릭 페디(20승)에 이어 다승 2위에 올랐다.
그러나 3년차인 올해는 페이스가 더디게 올라왔다. 첫 등판이었던 3월 26일 수원 두산전 5이닝 4실점 노 디시전에 이어 31일 대전에서 한화를 만나 3이닝 11피안타(2피홈런) 1사구 11실점 난타를 당하며 쓰라린 패전을 당했다. 한화전에서만 평균자책점 33.00 악몽을 경험, 시즌 평균자책점이 7.20에서 16.88까지 치솟았다.
벤자민은 LG 킬러라는 별명에 걸맞게 4월 6일 잠실 LG전에서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15승 투수의 면모를 되찾았다.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전날 SSG전에서 또 다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KT는 전날 SSG 상대 귀중한 1승을 챙기며 롯데 자이언츠를 제치고 일주일 만에 탈꼴찌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에이스 고영표의 부상 이탈, 확실한 5선발의 부재 등 선발진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벤자민이 반등하며 향후 KT의 도약 전망을 한층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