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KBO리그 복귀 후 성적은 3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6. 에이스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긴 코리안 몬스터가 3전4기 끝 시즌 첫 승을 올릴 수 있을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3번째 맞대결 선발투수로 에이스 류현진을 예고했다.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 후 4번째 등판이다.
한화의 시즌 초반 돌풍은 사라진지 오래. 개막과 함께 8승 2패를 거두며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5연패 늪에 빠지면서 5할 승률 수성을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주말 고척 키움 3연전 충격의 스윕패에 이어 잠실에서 2연패 중이었던 두산에 루징시리즈를 당한 결과다. 한화의 순위는 8승 7패 공동 5위로 떨어졌고, 7위 두산(7승 9패)과의 승차도 1.5경기까지 좁혀졌다.
한화의 연패는 아이러니하게도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이 출격한 5일 고척 키움전부터 시작됐다. 4일 대전 롯데전 승리의 기쁨도 잠시 믿었던 류현진이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 최악투로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한 경기 9점을 헌납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종전 최다 실점 및 자책점 기록은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전의 8점.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8.36까지 치솟았고, KBO리그 복귀 첫 승과 통산 99승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지난 2월 말 8년 총액 170억 원에 친정 한화로 전격 복귀했다. 이는 종전 KBO리그 다년계약 최고액이었던 두산 양의지의 4+2년 152억 원을 경신한 역대 국내 최고 대우였으며,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다 2022년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의 4년 151억 원 계약 또한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한화 선발 로테이션에서 류현진만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즌 성적은 3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6으로, 한화 선발진 중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복귀전이었던 3월 23일 잠실 LG전 3⅔이닝 5실점(2자책) 난타에 이어 29일 대전 KT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반등했지만 언더독으로 평가된 키움을 만나 커리어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한화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류현진은 지난 9일 잠실구장 3루 불펜에 등장해 박승민 투수코치가 보는 앞에서 11일 두산전을 준비했다. 평소와 같이 덤덤한 표정으로 여러 구종을 테스트하며 반등의 해법을 찾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직전인 2012년 두산 상대로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4.50을 남겼다.
5연패에 빠진 한화는 류현진의 4번째 등판을 맞아 조금은 다른 전략을 꺼내들 계획이다. 지난 경기처럼 류현진을 마냥 믿는 게 아닌 보다 유연한 전략으로 어떻게든 승리를 따낸다는 전략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투구수에 대한 적응이 아무래도 기존 미국해서 던질 때보다 떨어진 상태다. (교체) 대비를 조금 빨리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류현진 공과 상황을 보면서 가야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복귀한 류현진을 처음 상대하는 두산 선수들의 기대감과 각오도 들어봤다. 아마추어 시절 류현진과 함께 인천에서 야구를 한 김재환은 “나도 (류)현진이 형과의 맞대결이 궁금하다”라며 “현진이 형과는 같은 지역 출신이다. 그런데 고교 시절에도 플래툰 때문에 한 번도 못 쳐봤다. 처음 만나는 거라 설렌다. 중학교 2학년 때 한 번 상대한 기억이 있는데 엄청 강렬했다. 지금도 커브가 정말 좋지만 그 때도 커브는 내 머릿속에 있다”라고 회상했다.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친구’ 류현진을 만나는 양의지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를 다녀온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다시 와서 같이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라며 “열심히 하려고 한다. (류)현진이도 많이 답답한 거 같은데 지금 현진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팀이 중요하다. 우리도 마이너스를 빨리 플러스로 바꿔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