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필승조 구승민(34)이 결국 1군에서 제외됐다.
롯데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엔트리 변동을 단행했다. 시범경기 개막 직전,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던 외야수 김민석이 부상에서 회복해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좌완 임준섭 정현수도 동시에 1군 콜업됐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 불펜 구상의 중심 중 한 명이었던 구승민이 1군에서 말소됐다. 구승민은 개막 이후 줄곧 부진했다. 올 시즌 6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30.38(2⅔이닝 9자책점)을 기록하고 1군에서 말소됐다.
구승민의 올 시즌 부진은 충격적이다. 롯데 구단 역사상 최초의 100홀드를 기록한 역사의 주인공이다. 아울러 KBO 역사에서도 가장 꾸준한 불펜 투수 중 한 명으로 꼽아도 무방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간, 최다 등판 SSG 서진용과 함께 공동 1위(265경기), 홀드 2위(88홀드)를 기록했다. 이 기간 구승민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20홀드 기록을 달성했는데 이는 안지만(2012~2015)에 은 KBO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올해 구승민은 역대 최초 5년 연속 20홀드에 도전하는 시즌이면서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승민은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중이다. 지난 4년 간 대체적으로 슬로우스타터 기질을 보여줬지만(전반기 ERA 3.86 / 후반기 ERA 3.50) 이 정도의 충격적인 부진은 구승민은 물론, 의심없이 필승조 구상에 포함시켰던 김태형 감독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6경기 중 1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점을 허용했다. 무엇보다 1이닝을 한 번도 소화하지 못했다.
▲3월 24일 인천 SSG전 - 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
▲3월 26일 광주 KIA전 - ⅓이닝 2피안타 1실점(패전)
▲3월 31일 사직 NC전 - ⅔이닝 1피안타 3볼넷 2탈삼진 2실점
▲4월 4일 대전 한화전 - 0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
▲4월 7일 사직 두산전 - ⅔이닝 무실점
▲4월 9일 사직 삼성전 - ⅔이닝 2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
지난 9일 등판을 앞두고 평균자책점은 36.00이었다. 그런데 9일 경기에서 실점을 했는데도 평균자책점이 30.38로 내려갔다. 구승민의 현재 성적이 얼마나 안 좋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구승민의 부진에 고개를 갸웃한다. 그는 “(구)승민이는 지금 뭐가 너무 안 되는 것 같다”라면서 “유인구를 던지면 타자가 안 치고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는 공은 방망이에 딱딱 맞아 나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구위는 나쁘지 않다고 본 김태형 감독은 “아마 본인이 위축돼서 공을 더 자신있게 못 들어간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러면서 주무기 포크볼도 밋밋하게 들어간다고 봐야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스포츠투아이’에서 측정하는 PTS(투구추적시스템) 상에서 구승민의 구속은 지난해에 비해 미치지 못한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5.2km였지만 올해는 143.2km다. 2km가 줄었다.
반면 구위를 판가름할 수 있는 다른 지표인 상하무브먼트(2023년 28.2cm/2024년 28.8cm), 분당회전수(2023년 2495.6회/2024년 2569.7회)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수치가 소폭 좋아졌다. 구속 페이스를 되찾기만 하면 구승민도 좀 더 자신있고 힘차게 투구를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단 구승민은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롯데 불펜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면 FA 선수로서 그동안 헌신을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