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패 끊은 592일만의 타점, 왕조가 그리운 노장 "그 시절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오!쎈 인터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4.04.07 08: 40

"그 시절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김헌곤(36)이 욍조시대의 재현을 꿈꾸었다. 지난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해 천금같은 결승 2루타를 터트려 7-4 승리를 이끌었다. 지겨웠던 팀 8연패를 끊는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선산을 지키는 굽은 나무였다. 
서로 필승조가 조기에 출격해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정확하게는 여러번의 득점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삼성이 풀리지 않는 경기였다. 또 다시 연패를 이어갈 수 있는 흐름인 듯 했다. 그러나 9회초 안주형이 기막힌 번트안타를 치고 도루를 성공하며 실마리를 풀었다. 

1사3루에서 공민규의 타석이었다. 그때까지도 김헌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득점타를 응원했다. 공민규의 스퀴즈번트가 파울이 되자 박진만 감독은 갑자기 김헌곤을 대타로 내보냈다. 컨택 능력을 살려 인플레이 타구를 기대한 것이다. 베테랑답게 긴장하지 않고 중견수 옆으로 빠지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전날까지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친 전상현을 상대로 승기를 가져오는 결정타였다. 더그아웃과 삼성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무려 592일만의 타점이 팀을 8연패에서 구한 것이었다. 후속타자의 적시타때 홈까지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올해 단 8타석에 그쳤지만 난세의 영웅이 됬다.  
경기후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연패탈출을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언제든지 대타로 나갈 수 있다고 해서 당황하지 않고 나갔다. 주자가 3루이고 전진수비여서 일단 맞춰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실투가 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냉정하게 상황에 집중했다"며 비결을 밝혔다.
이어 "야구를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 것 같다. 팀이 많이 힘든 상황이었는데 연패를 끊을 수 있어 제일 기분이 좋다.  민호형과 자욱이 등 모든 선수들이 격하게 축하해줘 뭉클했다. 그런 마음들이 중요하다. 다른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갔을때 내가 치는 것 처럼 응원했다. 그게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2년 동안의 부진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는 결승타였다. 그래서 더욱 각별했다. "팬들께 너무 죄송했다. 욕도 많이 먹고 그랬다. 엄청 많이 힘들었다. 어쨌든 내가 할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이 닿는데까지 하다보니 지금까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헌곤은 2011~2016년 삼성 왕조시대를 함께 했던 인물이다. 어쩌만 야수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공신이다. 그래서 더욱 그 시절이 그리울 수 밖에 없다.  "내가 왕조시절 주축은 아니었다. 백업으로나마 경험을 했고 정말 좋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빨리 주축선수가 되어 다시 한번 그런 시기를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대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팀에 너무 좋은 젊은 외야수들이 많이 있다. 내가 어떤 상황에 투입될지 모르지만 젊은선수들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떤 상황에 투입이되는 팀에 보탬이 되자는 마음이었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내 목표는 없다. 어떤 상황이든 내 역할을 준비하는 것 뿐이다"며 각오도 다졌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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